여성 이슈 앞세우지 않는 朴 대통령, 대처 같은 '中性的' 지도자
](왼쪽부터)박근혜, 마거릿 대처, 타르야 할로넨, 앙겔라 메르켈. (조선일보 사진.)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FP)가 박근혜대통령을 '전통적 여성 지도자'로 분류했다는 아침신문 기사
보면서 이 기사를 분명 읽었을 박대통령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얼핏 들으면 그리 기분 나쁠 얘기는 아닌 듯하지만 찬찬히 읽다보니까 이 잡지가 주장하는 논조는 박대통령이 '여성문제'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는 거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잠시 켠 TV화면에는 박대통령이 한국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는 뉴스 자막이 지나가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사실 한국여성들은 물론 세계 어느나라든 여자가 집안 일도 잘하고 바깥일도 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선진국일수록 시스템이 잘 이뤄져 비교적 일과 가정 모두를 잘 꾸려나갈 수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잘나가는 여성 경영인이나 정치인들을 보면 거의가 '이혼'이라는 전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일과 가정을 양립해나가긴 어렵다는 얘기일 거다.
기사에 따르면 '전통적' 지도자는 남성 지도자들에 비해 특별히 여성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그룹이라고 한다.박대통령을 비롯해 마거릿 대처전 영국 총리, 베니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등이 여권신장이나 남녀 격차 해소에 관심이 적은 전통적 지도자로 분류됐다.
가만 보니 얼마전 작고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만 빼곤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권역의 '권력세습'스타일에 의해 정권의 최고 지도자가 된 여성들이다. 대체로 박대통령처럼 아버지가 대통령이었거나 총리였던 여성들이다. 부토나 인디라 간디 등은 '권력자의 딸'로 태어나 '암살'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운명의 소유자들이기도 하다. 대처 수상이야 식품점을 운영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서민 가정 '출신이지만...그녀 역시 말년엔 치매로 고생했고, 자녀 교육에 실패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최고 권력적 환경'아래 성장기를 보내고 최고 지도자가 된 정치인들에게선 대체로 '현실 감각'이 다소 약한 경향이 있다. 왜 아니겠는가.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떠받들어 주는 '공주님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낸다면 그 누구라도 현실 감각을 제대로 소유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그래선지 이 '전통적 지도자'라는 범주는 '세상 물정 모르고'그냥 오로지 '선정'을 베풀고자하는 착하지만 현실성 약한 정치스타일을 빗댄 말인 듯도하다.
FP는 "한국에서 박 대통령의 '성'(性)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그는 때때로 '중성적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 표현도 '섬세한 성격'의 박대통령이 들으면 기분이 편치 않을 평가로 보인다.
화려한 패션을 즐기고 수준 높은 인문적 교양을 자랑하는 박대통령에겐 다소 모욕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잡지는 전통적 지도자와 대척지점에 진보적 지도자와 중도적 지도자를 두고 있다.
'진보적' 지도자는 '전통적 지도자'와는 달리 여성 이슈를 적극 제기하는 유형이라는 거다. FP는 "진보적 여성 지도자의 대표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을 꼽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가장 강하고 끊임없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을 덧붙였다. 박대통령의 속내를 알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이런 진보적 지도자의 '순수함'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잡지는 현재 세계의 남녀 정치지도자들 중 제일 잘 나가고 있다는 독일 메르켈 총리를 중도적 지도자로 분류했다. 여권운동을 지지하면서도 때로는 여권운동가들에게 대항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이유다. 메르켈은 여성의 권익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기업 등에서의 여성 임원 비율 의무화 등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젊은 시절 동독 공산당 출신의 이 당찬 여성 지도자 메르켈은 현존하는 여성정치인 중에 가장 냉철하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 박사 출신답게 말이다.
FP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여성 문제를 항상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성 리더의 탄생이 더 많은 여권신장을 가져온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가히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천신만고'끝에 최고 권력자가 되었거나 '아버지 잘 둔 덕분'에 권력 정상을 차지했거나 여성권력자들은 의외로 여성들의 '고달픈 현실'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잡지의 주장대로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라해도 평범한 여성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개발에 혼신을 다할 수는 없다는 지적은 그 여성지도자들을 폄훼하는 분석은 아니라고 본다. 뭐든 자신이 직접 그 자리에 있어봐야 그 나름의 '애로사항'을 알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레 오늘 온라인 뉴스에 실린 기사를 소개합니다.
FP는 1일(현지 시각) '일하는 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들도 남성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사회적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볼 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며, 여성 지도자를 '전통적' '진보적' '중도적' 세 그룹으로 나눴다. 여성 리더로서 '여성 이슈'를 얼마나 부각시키느냐에 따른 분류다.
'전통적' 지도자는 남성 지도자들에 비해 특별히 여성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그룹이다. 박대통령을 비롯해마거릿 대처전 영국 총리,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등이 여권신장이나 남녀 격차 해소에 관심이 적은 전통적 지도자로 분류됐다. FP는 "한국에서 박 대통령의 '성'(性)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그는 때때로 '중성적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진보적' 지도자는 이와 반대로 여성 이슈를 적극 제기하는 유형이다. FP는 "진보적 여성 지도자의 대표는타르야 할로넨전 핀란드 대통령"이라며, "그는 재임 기간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가장 강하고 끊임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했다.
독일 총리는 중도적 지도자로 분류됐다. 여권운동을 지지하면서도 때로는 여권운동가들에게 대항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이유다. 메르켈은 여성의 권익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기업 등에서의 여성 임원 비율 의무화 등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FP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여성 문제를 항상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성 리더의 탄생이 더 많은 여권신장을 가져온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