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철새들에게도 '연륜의 힘' 있다- 나이 들수록 最短직선 경로 선택

스카이뷰2 2013. 9. 3. 17:40

무리 이끄는 철새, 나이 들수록 最短직선 경로 택한다


	나이에 따른 흰두루미 집단의 이동 정확성 그래프

 

 

 아침신문에서 아주 재밌는 과학기사를 하나 봤다. 철새들이 무리지어 월동하러 날아가는 것도 '리더'의 연륜에 따라 시행착오를 덜 한다는 얘기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1년생 두루미들로만 구성된 무리는 번식지인 위스콘신주 보호구역과 월동지인 플로리다를 잇는 직선 경로에서 76.1㎞나 벗어나 이동했지만 8년생 두루미가 있는 무리는 이탈 거리가 46.8㎞에 그쳤다고 한다. 연장자의 나이가 한 살씩 늘수록 이탈 거리도 5.5%씩 줄어, 7년 만에 정확도가 38% 높아졌다. 철새 무리에서조차 대를 이어 사회적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 속도가 무섭도록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 나라에선 '노인 기피'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는 보도가 심심찮게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하기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노화로 인한 '차별대우'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낱 철새들에게도 '연륜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 과학소식은 고령화 사회 부작용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희망적 메시지로 다가오는 듯하다. '연륜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이런 '자연 현상 속의 지혜'를 참조해볼만 한 듯하다. 

 

*아래 3일자 chosun.com에 실린 기사를 소개합니다.

 

[8년 동안 전파발신기 단 두루미 무리 이동 경로 추적해보니…]

- 철새 '연륜의 힘'
1년생들로만 구성된 무리, 직선경로서 76㎞ 벗어나 이동
8년생 무리는 46㎞에 그쳐… 무리 내 사회적 학습효과 큰 영향

- 선천적인 회귀 능력도
전령 비둘기 귓속 달팽이관과 무지개 송어 후각세포에
나침반 역할하는 철입자 있어 뇌로 전달해 방향 잡아주기도

가을이 깊어지면 북쪽 하늘에서 철새가 날아든다. 누군가가 때맞춰 알려주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철새는 해마다 같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최근 철새의 이동은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는 유력한 연구 논문이 나왔다. 나이 어린 새들끼리 날 때는 이동 경로가 들쭉날쭉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철새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직선 경로에 가까워진다는 것.

반면 철새나 회귀성(回歸性) 물고기는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을 갖고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속출하고 있다. 나침반의 위치는 부리에서 눈, 코, 귀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과연 철새의 이동 능력은 유전자에 새겨진 것일까, 아니면 대(代)를 이어 물려받은 가문의 지혜일까.

철새에서 빛나는 연륜(年輪)의 힘

1996년 나온 영화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에는 소녀가 경비행기를 타고 야생 거위를 이끄는 장면이 나온다. 야생 거위는 철새다. 숲에서 주운 알에서 태어난 거위들이 자라서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자, 소녀가 직접 하늘을 나는 어미가 돼 새끼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향한다.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 영화처럼 경비행기로 미국 흰두루미를 이끄는 사진이 실렸다. 철새인 흰두루미는 캐나다와 미국 동북부에 250여마리만 남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 동물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인공부화로 흰두루미의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가을이면 경비행기를 이용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훈련도 시킨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8년간 두루미에게 전파발신기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사이언스 발표 논문에 따르면 1년생 두루미들로만 구성된 무리는 번식지인 위스콘신주 보호구역과 월동지인 플로리다를 잇는 직선 경로에서 76.1㎞나 벗어나 이동했다. 반면 8년생 두루미가 있는 무리는 이탈 거리가 46.8㎞에 그쳤다. 연장자의 나이가 한 살씩 늘수록 이탈 거리도 5.5%씩 줄어, 7년 만에 정확도가 38% 높아졌다. 철새 무리에서 대를 이어 사회적 학습이 이뤄진 것.

연구진은 두루미의 혈통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 분석 결과 두루미의 이동 정확도에 유전적 요소나 성별 분포, 무리의 크기 등은 큰 연관성이 없었다. 다만 무리 내 최고령 개체의 나이만 관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경로 이탈의 75%가 직선 경로의 동쪽에서 발생한 것은 서쪽에서 부는 강한 바람 때문"이라며 "노련한 두루미는 바람의 영향까지 고려해 길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비둘기 귀, 송어 코에도 나침반 있어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철새의 이동에는 선천적인 능력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에 경비행기와 함께 처음으로 남쪽으로 이동한 어린 두루미들은 이듬해 경비행기나 다른 연장자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북쪽 번식지로 날아왔다. 학습이 철새의 이동 본능을 일깨운 셈이다.

철새의 본능은 몸에 있는 '나침반' 덕분이다. 5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철새의 체내에 나침반처럼 지구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전령 비둘기의 부리에 있는 자철광 결정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비둘기 부리에 있는 철분이 사실은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연구 대상이 눈과 귀로 옮겨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철새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자기장에 따라 형태가 바뀌면서 뇌로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 단백질은 저물녘 햇빛에 많은 청색광에 주로 반응한다. 철새도 주로 저물녘에 길을 떠난다.

지난해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사이언스'지에 "실험실에서 전령 비둘기에게 자기장의 방향을 임의로 바꿔주자 귀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가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오스트리아, 독일 연구진은 비둘기나 철새의 귓속 달팽이관과 전정 유모(有毛)세포의 세포막에 철분이 풍부한 조직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기장을 바꿔주자 이 철분 입자가 움직이면서 세포막에 물리적 압력을 줬다. 연구진은 "세포막의 형태가 변하면 전기를 띤 입자가 이온 통로를 통과해 신경 신호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뇌로 전달돼 방향을 잡는다는 것. 지난해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진은 무지개 송어의 후각세포에서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자철광 입자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