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동료 구하는 아프리카 개미가 사람보다 낫다는 이야기
요즘 우리 대한민국은 너무 살벌하다. 각 분야에서 '전쟁같은 뉴스들'이 매일 매스컴을 장식해 마음 편해지기 어려운 나날들이다. 물론 남의 일인데도 말이다. 북한 핵문제보다도 한 여비서가 상사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며 경찰서가 아니라 방송국으로 달려가 자신이 모시던 상사를 단칼에 매장시킨 이상한 뉴스는 남의 일이지만 여러모로 불쾌하다. 시중에선 그들이 '불륜'이었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미투운동'으로 포장된 '질투'였다는 네티즌 댓글에 '공감'이 엄청난 걸로 보면 대강 사람들 생각이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대학가에서도 미투운동의 여파로 해당 교수들이 자신의 '죄과'를 자살로 마감했다는 뉴스가 연달아 나왔고 심지어 유명소설가출신 남자 교수는 여학생들 '심기'에 맞지 않는 '미투폄훼'발언으로 강단에서 자진사퇴해야하는 횡액을 당했다. 그 교수는 방송에 출연했던 여비서가 '이혼녀'였고, '미투 상대'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냈다면 그런 식의 폭로는 하지 않았을 거라는 '폭탄발언'을 했지만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어떤 이들은 '미투 운동'이 자칫 '홍위병 운동'처럼 변질되어 가는 걸 걱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젠 그런 뉴스는 식상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기전에 슬슬 피곤해진다는 여론도 많다. 가뜩이나 팍팍한 인생살이에 좀 감동스런 이야기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요즘 뉴스들은 사람을 영 피곤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 일가의 '해먹은 이야기' 또한 우리 국민들을 너무 열받게 만든다. 이건 미투운동보다 더 사람을 화나게 한다는 네티즌들의 앙앙불락 댓글들이 차고 넘친다. '저런 인간이 대통령을 했다니 우리가 부끄럽다'는 열혈지사들의 문장들이 인터넷과 매스컴을 달군다. 아무튼 박근혜 이래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들을 괴롭히는 뉴스도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대한민국은 지도자 복이 없는지...
그런 와중에 며칠 전 아침신문에서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기사를 하나 봤다. 그것도 사람 이야기가 아닌 '하찮은 개미 이야기'에서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은 이 개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그 기사를 읽어내려가면서 울컥했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최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 연구진은 개미들도 전투 현장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버리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며, 심지어 극진한 치료까지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거였다.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내용이지만 '독일 대학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것이니 믿을 만한 것 같다.
기사에 따르면 '연구진은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의 코모에 국립공원에서 3년간 '아프리카 마타벨레 개미(African Matabele ant)'를 관찰했다. 마타벨레는 아프리카에서 용맹하기로 이름난 은데벨레족(族)을 유럽인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이 개미는 오직 흰개미만 먹고 산다. 매일 2~4차례 200~600마리가 무리 지어 흰개미 굴을 공격해 먹잇감을 물어온다. 그만큼 전투력이 뛰어나다.
전투가 일어나면 부상병(兵)이 생기게 마련이다. 병정 흰개미에게 물려 다리가 잘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개미들이 허다하게 발생한다. 원정에 나선 개미의 3분의 1이 다리 하나 이상을 잃는다. 일반적으로 개미 사회에서는 병에 걸리거나 불구가 되면 굴 밖으로 내버려진다.
다른 개미까지 병원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마타벨레 개미는 달랐다.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개미들이 부상당한 동료를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부상 개미가 나중에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사냥에 나서는 모습도 발견됐다. 참 신기한 이야기다. 과연 개미들이 병원균 감염을 인식하는지 안하는지는 차치하고 어쨌든 연구진들의 '과학적 관찰'에 의한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는 신뢰가 간다.
연구진은 개미굴로 돌아간 부상병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6개 개미 군집을 실험실의 인공 개미굴로 옮겼다. 2㎝ 남짓한 작은 개미의 등에 각각 다르게 색을 칠하고 카메라로 관찰했다. 개미들은 집으로 돌아온 부상병의 상처 부위를 정성스럽게 핥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대목이지만 어쨋거나 놀랍다. 어쩌면 인간위주로 생각하는데 길들여진 '사고의 오류' 탓일지도 모르겠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상처 부위를 씻어내는 행동인지, 아니면 항생물질을 바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치료 효과는 확실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치료를 받지 못한 부상 개미는 80%가 24시간 내 죽었지만, 치료를 받은 개미의 치사율은 10%에 그쳤다. 이것도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그 작은 생명체들도 그렇게 '생존을 위한 최대한의 몸부림'을 친다는 것은 다시한번 생명에의 외경심을 들게한다. 치료받은 개미의 치사율이 10%에 그쳤다는 대목에선 '개미들의 의술'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미들의 이런 놀라운 치료 효과는 탁월한 부상병 분류 시스템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한 다. 의무병 개미들은 힘들게나마 서 있을 수 있는 부상 개미에게만 다가왔다. 동료가 구조하러 오면 부상 개미는 다리를 오므려 후송 작업이 용이하도록 도왔다. 오호!! 살려고 하는 '부상병 개미의 본능'이 눈물겹다. 다리가 너무 많이 잘려 제대로 서지 못하거나 동료가 와도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면 그냥 두고 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살릴 수 있는 개미만 데려간 셈이다. 그 작은 개미들에게 그런 '판단력'이 있다는 게 놀랍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 사회가 개미와 같은 부상자 분류를 도입한 지는 200년 남짓하다. 야전병원에서 쓰이는 부상자 분류법인 '트리아지(triage)'는 19세기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의 군의관이었던 도미니크 장 라리가 처음 고안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부상병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부상병을 '회복이 불가능한 부상자'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는 부상자' '치료를 받지 않아도 회복될 수 있는 부상자'로 구분했다.
트리아지는 분류를 뜻하는 프랑스어 '트리에르(trier)'에서 파생된 단어다. 원래는 상인들이 커피콩을 품질에 따라 분류하던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전에는 부상자의 '계급'에 따라 치료의 우선순위가 결정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계급이 먼저인 '인간사회'의 비정함이나 멍청함이 개미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인간과 개미 누가 생명계의 선배인지 모르겠다.
개미가 인간보다 훨씬 먼저 사회를 이뤘고, 지금까지 개체 수나 서식지로 봐도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했다는 '역사적 전통과 사실'은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생명체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도스' 개미들이 동료를 한 마리라도 더 구하려 애썼을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개미가 사람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PS 참고로 개미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른데 여왕개미는 5~10년, 수개미는 약 6개월, 일개미와 병정개미는 약 1년정도이다. 열두 살 무렵부터 개미를 관찰했고, 그때부터 개미만 가지고 20여 년의 세월을 보냈으며,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했다는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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