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박근혜대통령
어제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TV화면에 등장한 안대희 총리내정자를 보면서 "안대희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대법관까지 지낸 훌륭한 사람으로 나같은 일반인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기우'에 지나지 않겠지만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혁명군처럼 말하는 안대희씨의 흥분이 잔뜩 묻어있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후보가 '삼고초려'끝에 영입했다는 안대희는 당시 박후보에게 정면으로 대들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아무 '보직'도 하명받지 못해 '대통령의 미움살이 박혀 끝장난 인물'로 치부돼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대참사라는 '난세'에 '영웅'이 났다고나 해야할지 고분고분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박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감히' 반기를 든 전력이 있는 안대희를 국무총리로 선택함으로써 지금 온갖 매스컴에선 안대희 신드롬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한 보도가 가득하다.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인 대한민국에선 제아무리 날고 기는 인재라도 대통령을 뛰어넘을 수는 없기에 안대희카드가 과연 '위기의 박근혜정부'를 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0년전 김영삼정권 시절 대통령에게 '항명'했다가 단칼에 쫓겨나버린 이회창이 떠오르는 건 쓸데없는 무기력한 예감이었으면 좋겠다.
보도에 따르면 안대희는 고 노무현전대통령과 '사시 동기'로 20세 '소년 급제'한 이래 25세 어린 나이에 검사생활을 시작한 뒤 승승장구 출세 가도를 달려온 관운 좋은 사람이다. 2003년 무렵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명명할 정도로 매서운 수사 솜씨를 발휘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날렸고 일찌감치 '장래 대선후보 감'이라는 평도 들었다. 더구나 안대희 본인도 '큰 꿈'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자기정치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박근혜대통령이 불러주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지만 어제 저렇게 '위기의 박근혜 호'를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임명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안대희의 앞날은 그리 순탄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안대희 본인의 '나라를 바로잡을 의지'야 하늘을 찌르겠지만 박근혜-김기춘 라인의 견고하고도 엄정한 권력구조는 순진한 '열혈 검사'출신 안대희가 쉽사리 넘기엔 너무도 높은 장벽으로 보여진다. 어쨌거나 오늘 첫 출근한 안대희국무총리 내정자가 "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를 혁신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자신의 선언을 꼭 이뤄내기를 바란다.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래 글은 2012년 8월 29일 우리 블로그에 제가 쓴 글입니다.>
박근혜 캠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 "새누리당 당사 좀 협소하다"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것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어제(2012 8월 28일)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중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임명된 안대희라는 대법관출신 인사의 인터뷰기사가 어제 내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힌 것이다.
‘클 대(大) 빛날 희(熙)’라는 이름 덕분인지 약관의 나이(20)에 최연소로 고시패스 후 대법관까지 올라갔다는 57세의 이 중년 남성은 그동안 ‘스타 검사’로도 엄청 유명했다고 한다. 내 기억엔 별로 남아있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안대희씨의 ‘약력’을 보니 박근혜후보가 딱 좋아할 스타일로 대단히 화려하다. 한마디로 ‘대성한 인물’축에 속한다.
그렇기에 박근혜후보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에 앉혔을 것이다. 어련하겠는가. 박근혜후보는 이렇게 ’제도권‘에서 대성한 스타일의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녀의 그런 인사스타일에서 보자면 안대희라는, 불과 한 달 전 대법관을 퇴임한 인물이야말로 박근혜 캠프를 크게 빛낼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안대희씨는 지난 월요일 새누리당 당사를 둘러보고 “ 제1당 당사가 조금 협소하다는 인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 대목이 나의 ‘신경’을 긁어놓은 것이다. 나도 새누리당 당사를 가 봤지만 안대희씨처럼 ‘크게 빛나온 인물’이 아니어선지 협소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법관출신의 대성한 사람의 ‘안목’과 나 같은 평범한 자연인의 ‘안목’이 같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정치쇄신을 하러 새누리당에 ‘검객처럼’ 입당한 ‘특별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당사가 협소하네 어쩌네하는 말을 어린 기자에게 했다는 대목이 아무래도 계속 걸린다.
어쩌면 일부에선 이런 나의 지적을 쩨쩨하다, 가당찮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으론 당사(黨舍)같은 건 협소할 수록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뭐 얼마나 고대광실 같아야 권위가 세워지겠냐 말이다. 적어도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면 그 건물의 규모는 적을 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니 좀 버젓한 건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장 받으러 간 사람이 새누리당의 건물이 협소한 게 자신이 수 년 전 수사한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의 여파인 듯해 “미안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말까지 했다니 참 뭐라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 세상 사람치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는 거다. 성인군자라도 뒤져보면 ‘옥의 티’같은 결점이 나오는 법이다. 안대희가 새누리당 당사가 협소하다고 말한 게 사실 그 남자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정치판에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며 “박근혜 후보의 가족이라도 감독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서릿발 기개를 보여준 인물의 ‘취임 소감’치고는 걱정스런 면이 많다는 얘기다.
‘안대희’를 검색해 봤더니 이력이 그야말로 ‘쟁쟁하다’. 조선일보 7월7일자에는 두 면에 걸쳐 ‘안대희 인터뷰’를 실을 정도다. 대단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인터뷰에서도 또 내 눈을 찌르는 대목이 이렇게 나오고 있다.
―퇴임 후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9월부터 6개월간 일정으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떠납니다. 아내랑 둘이 가지요. 귀국해서 뭘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아직 만 57세입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 공직에 더 있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글쎄요. 누가 시켜줘야 하는데, 이젠 시켜줄 사람도 없을 거 같아요. 하하하."
―혹시 정치에는 뜻이 없는지요?
"현재로선 전혀 생각이 없고요. 개인적으론 대법관 출신이 정치하는 게 좀 부적절하다고 보는데,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요."
(2012.7.7.조선일보)
안대희씨는 내년 2월까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체류키로 했던 계획도 이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취소했다고 한다. 스탠퍼드대학 측에선 그러겠다. 한국에선 대법관 퇴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이 대선캠프에 들어가는 구나, 그 탓에 우리 학교에 연수하러 오겠다는 약속은 취소했구나라고...
안씨가 ‘현재로선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던 바로 그 무렵 그는 박근혜후보와 ‘밀땅’을 하며 정계입문을 저울질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쿨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걸 지울 수 없다. 아마 안씨 본인도 조금은 찜찜했는지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알수 없지요"라는 '퇴로성 발언'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정치하겠다는 건 아니고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거야"라고 나를 째려볼 수도 있겠다.^^
나 같은 일반인이 쿨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건말건 안대희씨는 자신에게 ‘정치 시켜줄 사람이 없을 거 같아요’라는 스스로의 말을 ‘희롱’하면서 박근혜 캠프에 저렇게 안착한 것이다. 그러고는 ‘당사가 협소해 미안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선문답 같은 소감을 기자에게 말한 것이다.
모든 세상사는 될 대로 되어지는 것이다. 안대희씨는 어린 기자 앞에서 하하하 웃으며 자신의 정치입문을 부인하는 한편 바로 그 무렵, 박근혜 대선 후보와는 ‘악수’하며 정치쇄신을 약속했다는 대목이 어쩐지 좀 코미디로 보인다.
총명한 안대희씨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당사(黨舍)같은 건 좁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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