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오후 7시 넘어 어둠 속에서 '사저 이사'를 감행한 박근혜 전대통령의 모습에선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삼성동 자택 앞에서 내린 그녀는 뜻밖에도 환히 웃는 모습이었지만 조용필의 유행가 가사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것처럼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 거렸다. 그걸 보면서 적잖은 시청자들은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대변인을 시켜 '모든걸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할 때는 순간적으로 '뭉클'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이어 터져 나온 마지막 멘트가 국민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이쯤되면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그녀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그녀의 그 '진실'은 과연 뭘 말하는지...
물론 '거짓말'한 죄 하나로 스스로 하야해야 했던 미국 대통령 닉슨조차 '탄핵'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싶다고 절규했듯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래 70년 역사 속에 유일하게 '탄핵 파면'당해야했던 여성대통령 박근혜의 심정이야 왜 억울하지 않겠는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녀 주장대로 '시녀'였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주의 깊게 살피고 제어하지 못한 '불찰'말고는 자신이 전혀 아무 잘못도 없다고 말하는 파면당한 이 여성대통령이 '헌법 재판소'의 준엄한 판결에 승복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사저로 들어가는 첫 순간까지 대변인을 시켜 '믿고 지지해준 국민에게(만) 죄송하다'고 말했던 '철부지' 전직여성대통령의 '절규'는 오히려 국민적 역풍을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헌재의 판결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92%나 된다.
어쨌든 시간은 제멋대로 흘러 그녀가 사저에서 잠을 잔 것도 오늘로 나흘 째다. 초등학교가 바로 뒤에 있는 그녀의 사저에는 오늘아침까지 그 유명한 강남'헤어디자이너 자매'가 사흘째 연속해서 아침 7시반에 정확히 출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커다란 미용가방을 들고 청와대 아닌 사저로 출장나온 그녀들은 어떤 심경일까. '페이'는 어떻게 지불될까? 듣기로 그 자매는 엄청 비싼 미용비를 받는다는데... (오늘(20일) 아침 보도에 따르면 무려 7일째 연속 이 전속미용사들이 그녀의 자택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청와대 '전속 미용사'출신들인 그 자매들의 삼성동사저 출근은 '전직 대통령'의 근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잔함을 잠시 보여주는 장면이다. 누구에게나 '일상'이 있는 법이어서 그녀가 매일 강남 ,아니 대한민국 '최상급' 미용사를 매일 아침 불러들여 머리 손질을 맡긴다는 건 그녀를 비난할 이유는 전혀 아니다.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오직 그녀의 사생활 영역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물러난 오늘까지도 저렇게 헤어디자이너로부터 매일 머리손질을 받아야만 하는 그녀가 오히려 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저런 '출장 헤어 손질'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모습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파면당한 대통령에게 일말의 동정을 가졌던 10% 미만의 '착한 국민들'조차 무언가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올림머리'는 그만큼 국민들에게 답답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 같다. 탄핵선고날 아침, 헤어롤을 머리에 그대로 만채 출근해야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모습이 '치열한 전문직 여성'의 모습이라면 궁중상궁에게 옷입는 것까지 도움받았던 옛 조선시대 중전마마들처럼 아침마다 자기 머리 손질을 미용사에게 맡긴 전직 대통령에게선 어떤 '프로다운 면모'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이젠 그런 '여왕이나 중전 마마'같았던 여성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왔다는 그 사실 하나로만으로도 어떤 안도감마저 느끼고 있는 국민이 한 둘이 아닌 듯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PS
"3월20일 오전 7시28분께 박 전 대통령의 전담속 미용사 정송주와 메이크업 담당 정매주씨 자매가 택시를 타고 자택에 도착해 자택으로 들어갔다. 정씨 자매는 7일째 같은 시각 자택에 도착해 출근도장을 찍었다. 정씨자매는 1시간여를 머무르고 8시37분께 자택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떠났다."
박전대통령의 전속미용사들은 오늘(20일)까지 7일째 매일 같은 시각에 삼성동 자택으로 '출근'해 청와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전대통령의 올림머리와 얼굴화장을 해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니까 이젠 전속미용사 출장은 별 뉴스도 안된다는 얘기다. 이제는 그녀가 언제까지 전속미용사들을 부를지 그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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