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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재판관 출근길 '헤어 롤-"헌신적으로 일하는 여성 상징"

스카이뷰2 2017. 3. 11. 14:09


얼마나 집중했으면…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 선고일인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로 출근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심판 선고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머리에 분홍색 헤어롤 두 개를 꽂은 채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연합뉴스



 2017년 3월10일 대한민국은 새로 태어났다. 해방이후 첫 여성대통령을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선고를 내림으로써 1961년 5.16 쿠테타 이후 50년 넘게 이 땅에 뿌리깊게 내려온 '군사독재, 권위주의 적폐'가 청산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탄핵당한 그녀는 '18년 최고권력자 아버지'후광 덕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부전여전'의 행적을 보여줌으로써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제 두 달 이후 선출될 대통령은 '국민이 무섭다'는 걸 제대로 알고 제멋대로 오만방자하게 구는 '황제적 대통령행위'는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난 4년 12일간 '마음대로' 대통령 역할을 해왔고 결국엔 파면까지 당하고만 박전대통령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신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죽하면 외신에서조차 '젊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화했다'는 평가를 했겠는가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파면 직전까지도 자신의 '기각'을 확신했다고 하니 그녀가 느꼈을 '멘붕상태'가 가히 어느 수준이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래선지 그녀는 엄연한 '민간인 신분'임에도 여전히 '청와대 관저'에서 지금 이 시각까지 '버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녀가 이사 갈 '삼성동 자택'이 비가 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못 나간다는 변명아닌 변명이 '전직 대통령'을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어떤 사안을 대비할 땐 적어도 플랜 A,B,C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건 중학생 수준만돼도 알수 있을 텐데 어떻게 '헌재 판결이 기각'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침신문엔 그녀의 충직한 부하들이 헌재 판결이 4대4나 혹은 5대3으로 기각될 것이라는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이런 안일한 보고를 올렸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 시스템이 고장나도 한참 고장나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보도된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탄핵 인용은 차고 넘쳤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만큼 아랫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감히 '돌아가는 현실'을 진실되게 보고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보도에 따르면 전 민정수석 우병우는 "청와대에선 대통령이 법이다"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심기 경호'를 위해서라도 감히 '탄핵 인용 파면'을 말한다는 건 '불경죄'에 해당됐을 거라는 얘기다. 

어쨌거나 어제(10일) 하루는 길었다. 아침부터 거의 온 국민은 TV를 혹은 인터넷을 켜고 '대통령 파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헌법재판소의 8인의 재판관들은 바늘 위를 걷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다. 그래선지 유일한 여성재판관이자 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재판관은 출근길에 헤어롤 두개를 머리에 그대로 만채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 아침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정미 재판관의 그런 모습은 외신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얼마나 일에 집중

했으면... 그 헤어롤 모습을 보면서 이번 탄핵 심리에 올인 해왔을 그녀의 헌신적 모습에 감동했다는 네티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한 유명가수는 그 기사를 보고 울컥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문득 연구에 몰두했던 아인슈타인이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마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만큼 이 권한대행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AP통신은 선고 시간보다 3시간 전 출근한 이 권한대행이 ‘깜박 잊고’ 머리에서 헤어롤을 제거하지 않은 채 차량에서 내렸고, 이 사건이 한국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성의 몸무게 같은 외적인 모습을 가혹한 농담 소재로 삼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그러나 이 권한대행의 모습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적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비교하는 보도도 나왔다. 외신은 지난 2014년 수백 명의 학생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일에 박 전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렀고 첫 긴급회의 자리에 거의 ‘완벽한’ 머리 상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아닌게아니라 지난 3개월 내내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서 미용사가 몇 번 머리를 만졌냐가 화제였었다.  평소에도 탄핵당한 대통령의 '올림머리 스타일'은 최소한 1시간은 걸린다는 '소문'도 떠돌 정도로 '고난도 스킬'이 필요한 스타일이어서 '일하는 여성' 특히나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소하해야하는 사람에겐 '해선 안 될 스타일'이라는 지적마저 나왔었다. 독일의 메르켈총리나 영국의 메이 총리의 커트 머리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기일이라는 중요한 날임에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거나 미용실에 들르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손질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칭송을 받고 있다. 판결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머리에 꽂았던 헤어롤마저 깜빡 잊었던 이 재판관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봤다는 네티즌들의 칭찬 릴레이 댓글들 수 천개가 지금  이 시각까지도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숭엄한 자세에 격려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 탄핵 선고문을 낭독한 이정미 권한대행의 '2017년 업적'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