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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성명 박근혜. 주민등록번호 52****(65세). 직업 전직 대통령. 주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의 피의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피의 사건에 관하여 동인을 서울구치소에 구속하고자 2017. 4. 3. 까지 유효한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합니다.”
'뇌물죄를 비롯한 13개 죄목으로 건국이래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받는 최초 여성대통령'. 결국 그녀의 운명은 이렇게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1963년 초등5년시절 군사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군출신 아버지'덕에 시작한 청와대 생활을 20년만에 끝내고 서울 강남의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간지 보름만에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자신이 임명했던 검찰총장 김수남에 의해 '구속영장'을 받는 '기구한 운명'의 장본인이 된 것이다.
그녀의 이런 '운명의 여정'을 보다보면 그 어떤 대하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현직'시절 그렇게도 세도 당당하고 국민 앞에 '겸손함'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가 임기도 못채우고 현직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당한 뒤 끝내 '영어의 몸'이 될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적잖은 국민들은 지금 펼쳐지고 있는 '박근혜 파면 드라마'를 보면서도 현실감을 느끼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영장을 발부한 검찰총장 김수남의 부친이 30여년전 영남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영남대 '실소유주'였던 박근혜 당시 재단이사장과 대립하다가 쫓겨났고 그 후 그 아들인 김수남이 검찰 승진때 불이익을 당하다가 통진당 해산사건에 기여함으로써 '간신히' 검찰 총수에 올랐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운명적'이다. 오죽했으면 '사무라이' 처럼 강직한 인상의 김수남 총장 스스로가 이번 '전직대통령 영장청구'에 '내 운명으로 생각한다' 라며 운명으로 돌리는 말을 했겠는가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선고'를 TV생중계로 직접 지켜봤으면서도 부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사실확인'을 했을만큼 '박근혜의 헌법에 대처하는 자세'는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듣기로는 헌재가 기각할 것이라며 청와대 주방에선 '5단 자축케이크'까지 준비하고 있었다니까 여성대통령의 '파면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워보인다.
거기에 '설마설마'했던 구속영장마저 청구됐으니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극도의 고독감과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검찰에서 7시간이나 꼼꼼하게 자신에 대한 '조서'를 깐깐하게 챙겼던만큼 자신에게 날라온 구속영장에 대해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을 듯하다.
그래선지 '박근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반대파들의 반응은 유치해 보일 정도로 원색적이다. 태극기집회에 선봉장으로 맹활약했고 내친김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까지 도전했다는 김진태라는 남성은 어제 TV카메라를 향해 '구중궁궐에서 쫓겨나 눈물로 지새는 유폐된 여인에게 사약을 내렸다'는 신파조의 논평을 읊조렸다. 심각하게 말했을 본인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영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네티즌들도 지금이 조선시대냐며 힐난의 댓글들을 수천 개 달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거부감 드는 멘트다.
21세기에 조선시대 마인드를 가진 그런 인사들이 주위를 에워쌌으니 박근혜의 운명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상상초월의 상황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10월24일 국회에 나가 느닷없이 '개헌'을 부르짖던 여성대통령을 향해 누구하나 '바른소리'를 감히 하지 못했다.
그녀의 그런 돌출발언은 매스컴에 보도될 위기에 처했던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헌재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녀는 '무소불위'의 황제처럼 거의 모든 걸 만기친람식으로 '마음대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민주국가와는 맞지 않는 그녀의 그런 '멋대로식' 국정운영'의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검찰이나 특검까지 우습게 보고 깔아뭉개려했다가 오히려 되치기 당했다는 조롱마저 듣고 있는 건 오로지 '박근혜의 상황판단 미스'에 그 원인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말이다. 그녀와 그 주변인사들의 이번 탄핵정국에 대한 대처자세를 보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 그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일각에선 변호인들마저 그녀 앞에선 '제대로된 이야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글쎄다. 태극기 휘날리며 탄핵반대를 부르짖던 박사모를 비롯해 여성대통령을 지극히 사랑했던 일부 노년층에겐 그녀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에 대해 '아니되옵니다'를 외치는 어색한 멘트들이 '심금을 울리는' 정의의 외침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 특히 젊은세대들에겐 코웃음나오는 수준미달의 억지로 들렸을 것 같다.
'박근혜 구속'에 찬성하는 여론이 무려 72%가 넘는 '엄중한 현실'앞에 그녀는 '세상민심'이 야속하다며 한탄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스스로는 '결백하다'고 믿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듯이 그녀를 향해 날라오는 칼날같은 구속영장에 대해 여전히 그런 영장따위는 현실감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어쨌거나 모레면 그녀의 '운명'은 결판난다. 43세 강부영판사가 맡은 영장심사에 따라 31일 새벽무렵엔 '구치소냐 삼성동이냐'가 결정된다. 그녀로선 그야말로 '피말리는 시간'들일 것이다.
지난해 그 추운 겨울날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수많은 국민들은 어쩌면 '파면당한 여성대통령'을 보며 인간적으론 일말의 연민의 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지은 죄'는 연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걸 국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구속되든 안 되든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구속이 되지 않았다해서 그녀에게 '죄'가 없다는 건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법원에서 가려질 그녀의 '죄'는 그녀 말대로 진실은 시간이 걸려도 밝혀질 것이기에 국민들은 일단은 법원의 판결을 묵묵히 지켜볼 것이다.
그렇기에 '헌법 정신'을 현격히 위배해 대통령직에서 파면까지 당한 전직대통령에 대해 일부 인사들처럼 '지나친 동정심'을 갖는 건 민주시민의 품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과오'를 저질렀다면 그가 설령 '최고의 권력자'였을지라도 '법대로' 대우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품격에 합당다는 말이다.
그녀를 두둔하고 싶어하는 몇몇 보수쪽 매스컴에선 '전직대통령이 포승줄에 묶이는 모습'은 국격에 손상이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녀에게 죄가 있다는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이 나오고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왔다갔다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그 모습이야말로 오히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품격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증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신인도'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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