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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3억 원 하는 ‘황금 도시락’ 박스와 한 잔 36만 원 짜리 '럭셔리 커피'- 요지경세상

스카이뷰2 2017. 9. 13. 11:43



               

                        한 개 3억원한다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황금도시락(Joins.com 사진)

한잔 36만원하는 럭셔리 커피(Joins.com 사진)

 


한 개 3억 원 하는 ‘황금 도시락’ 먹고,

한 잔  36만 원 짜리 '럭셔리 커피' 마시고 -요지경 세상

 


 꽤 오래 전 신신애라는 탤런트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유행가를 불러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이 여성탤런트는 엊그제(9월11일) 가요무대에 개량한복 차림으로 나와 흘러간 자신의 히트곡을 불렀는데 아무래도 세월의 힘 앞에선 장사가 없는 듯 나이든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다.


이 가요는 원래 구전되어 내려오는 것에 곡을 붙여 내놓은 것이다. 가사가 아주 시니컬하다. 전형적인 ‘뽕짝 풍’에 귀에 쏙 들어오는 가사덕분인지 당시 엄청 인기를 끌었다. 신신애는 그 노래로 엄청 수입을 올렸지만 제작자였던 가수 김수희가 그녀에게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생방송중에 '내 돈 빨리 내놔라'고 외쳐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쨌든 서민들에겐 제대로 먹힐 '인생철학'이 담긴 노랫말같다. 가사는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야야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 친다/인생 살면 칠팔십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옛날 신문'에 실린 ‘한 개 3억원 하는 황금도시락’의 사진과 한 잔에

36만원한다는 최고급 호텔의 럭셔리 커피 사진을 보고 나서다. 어리둥절 눈을 의심할 정도의 액수다. 일본의 다카시마야라는 유명 백화점이 개장 180주년을 기념해 내놓았다는 이 황금 도시락은 2012년 새해를 맞아 고객에게 배달됐던 것이다. 이 도시락의 재질은 '18k 황금'으로 그 무게는 3,300g이나 된다. 그러니까 '먹을 거리'값이 아닌 '황금' 값이라는 얘기다.

 

판매 가격 1,890만엔(약 2억9천만원)에 가로 세로 크기가 각각 20cm인 이 도시락에 투입되는 순수한 황금의 가치만 2억 원이 넘으며, 여기에 저명한 금(金) 세공 작가가 직접 만드는 수제품이라는 것이다. 또 도시락 내부의 음식 또한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백화점측은 이 황금 도시락을 단 3개만 한정 제작했다. 주문자가 3명이 넘으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는 게 백화점 측 입장이다. 그러니까 도시락에 담긴 음식물 값이 아닌 ‘도시락 용기(골든벤토)를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얼핏 듣다보면 엄청난 음식값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아마 백화점측에서는 자사 홍보 겸 고객을 끌어 모으려는 의도로 그렇게 황금 도시락을 빙자한 ’황금 박스‘를 만들었던 것 같다. 180년이나 된 오래된 백화점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상술의 귀재'라는 일본인다운 얄팍한 상술이 느껴져 씁쓸하다. 과연 그 3명의 ’선택받은 고객‘은 누구였을지 궁금하다. 물론 백화점측에서야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36만원 짜리 커피 한 잔도 '황금 도시락' 못지 않은 화제를 끌었다. 미국 포틀랜드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피프티가 300달러(약 35만 6천 원)짜리 럭셔리 커피 메뉴를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구내 레스토랑 비스트로 앤 바를 통해 이번 주부터 판매되는 이 메뉴는 커피에 다양한 주류를 섞어 휘핑크림과 함께 즐기는 스페인 식이다.


 ‘럭셔리’답게 꼬냑 루이 13세,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깔루아, 150년 산 그랑 마니에르, 리꼬르 43 등 고급 브랜디와 리큐어를 ‘알맞게’ 섞어 베이스로 사용하고 흰 송로버섯 오일과 금박 설탕가루로 향과 멋을 더한다나. 


 오호 그 송로버섯! 기억력 좋은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재작년 '박근혜시절' , 여성 대통령이 당시 여당 대표였던 이정현을 비롯한 당 지도부를 초청해 내놓은 '귀한 음식'중 하나가 송로버섯이었다. 엄청 비쌌다. 서울 구치소 503호에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은 지나가버린 화려했던그날들을 회상하며 눈물 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우리가 집에서 아침 식사 후 타 마시는 커피 맛과 한잔에 36만원하는 커피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를 지는 모르겠지만 한 잔 마시는데 300달러를 지불해야한다면 그 커피는 쓰디쓴 한약보다 더 쓰지 않을까 싶다. 커피는 커피일 뿐일 텐데 말이다. 혹시 '대부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상상을 뛰어넘는 超고가의 커피 한잔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경제규모는 우리나라보다 엄청 크다는 걸 알긴 하지만 신문에 보도됐던 미국 뉴욕 월가를 뒤흔들며 워싱턴까지 휩쓸었던 ‘시민 시위대’를 떠올리면 아무리 부자라도 그렇게 한잔 300달러짜리 커피를 대놓고 사마신다는 건 아무래도 '비상식적 행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하기야 월가의 탐욕스런 금융맨들에겐 그 정도 가격이야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불공평한 곳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