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기묘한 25가지 수면 스타일 <Daum 자료 사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고양이들이 잠자는 25가지 방식'이라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떠올랐다. 일본의 구권1000엔짜리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19세기 근대 일본을 적확하게 그려낸 국민적 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요즘 한국에서 더 잘나가는 듯한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문'을 읽고 영감을 받아 '태엽감는새'를 집필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문인들의 대선배이자 큰 스승이다.
1916년 49세 나이로 요절한 그는 일본 현대문학의 시조로도 꼽힌다.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유학했을 정도로 당시 '신지식인'이었던 그는 쉽고 자연스런 문체로 글을 쓰는 문인으로 평가 받았 다.
그가 쓴 첫번 째 장편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메이지 시대 당시 일본 지식인들과 그 언저리 사람들의 위선적인 일상을 예리하고 풍자적으로 그렸다. 100년년 전에 쓴 작품인데도 요즘 한국지식인 사회에서도 있음직한 이야기들이 가득 하다.
시종 웃음을 유발해내는 나쓰메 소세키의 인물 묘사는 일품이다. 그것도 고양이가 콕 집어내는 인간군상의 모습이어서 더더욱 재밌다. 이 작품의 힘은 '풍자'다. 풍자가 어찌나 강렬한지 시간이 지나도 그 힘은 여전히 유효하고 나아가 이 작품을 일본 근대 문학의 으뜸으로 손꼽게 만들어주고 있다.
아래 목차만 봐도 이 소설의 코믹함이 느껴진다.
<목차>
1. 인간이란 족속과의 첫 대면
2. 인간이란 왜 이 모양으로 생겼을까?
3. 가관인 주인님의 글쓰기
4. 주인 부부의 싸움 방식
5. 우리 고양이에게도 연애는 우주적 활력소
6. 두 발로 걷는 인간이란 동물의 사치
7. 물고긴 죽으면 뜨고 새는 떨어지고 인간은 ?
8. 돈과 다수 앞엔 무조건 복종하라고?
9. 세상은 미치광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10. 주인은 고집불통에 천하태평
11. 나, 고양이는 죽을 땐 죽는다.
굳이 나쓰메 소세키의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고양이라는 존재는 상당히 귀족적이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상당히 까다로운 동물같다. 강아지들처럼 꼬리 치며 인간에게 애교를 떨거나 재롱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맘대로 유유자적 일상을 보내는 자존감 높은 동물이다.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까다로운 아가씨같지만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직한 사랑'의 동물인 것 같다. 질투심도 지독하다. 오직 하나의 사랑만을 고집한다. 자기 외의 다른 고양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둘라치면 즉각 공격모드로 돌변한다. 밥 주는 시간을 조금만 지체하면 가차없이 앞발 공격을 감행한다.
55세를 일기로 작고한 일본 여류 수필가 요네하라 마리의 '애묘일기'에도 '고양이 사랑'이 무섭다는 대목이 나온다. 길고양이들을 여러 마리 데려다 키웠던 그녀는 길잃은 고양이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오자 '기존 멤버'였던 두 마리가 즉시 '가출'해 한 달 동안 집 주위를 맴돌면서 그녀에게 '항의'했다는 믿기 어려운 그러나 엄연한 사실을 재밌게 기술하고 있다. 독신으로 생애를 마감한 요네하라는 우리나라에도 '광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글재주가 좋다. 55세에 세상을 떠난 게 아쉽다. 물론 그녀의 운명이겠지만.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과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타일면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자기만의 성채에 갇혀 사는 문인 스타일의 사람들은 대체로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애묘가'로 부인과 함께 사진집까지 출간할 정도로 고양이 사랑이 대단한 작가다.
일본인들중에는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해 연하장 가족사진에 고양이도 꼭 함께 찍을 정도다. 하루키도 고양이를 거의 자식처럼 여기는 것 같다. 고양이자랑을 하는 하루키 모습에서 자식자랑하는 아버지같은 인자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고양이라는 족속은 사람을 자기들과 거의'동급'으로 여기는 오만하면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품위가 있는 동물같기도 하다. '헬로우 키티'라는 상표가 소녀들에게 왜 인기를 끌고 있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새침한 사춘기 소녀들과 고양이는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듯하다. 섬세한 감성이 소녀들과 고양이들의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양이들의 잠자는 모습을 보면 한 없이 평화로운 무드가 느껴진다. 애묘인들의 지극한 '고양이 사랑'이 이해된다. 저 위의 25가지 기묘한 수면스타일의 고양이들을 보다보면 세상 시름이 다 잊혀질 듯하다. 물론애묘인들에 한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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