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노예'로 시달리다 9년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배우 고 장자연 사건이 재조사될 전망이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고(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검찰에 권고하기로 잠정 의견을 모았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비명에 간 장자연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건발생 9년 만에 진실이 밝혀질 것 같다. 청와대 청원인원도 20만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법조계에 따르면 오늘(27일) 과거사위원회는 26일 9차 회의를 열고 고(故) 장자연 사건(2009년)과 KBS 정연주 사건(2008년), 용산참사 사건(2009년) 등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권고할 2차 사전조사 대상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아래 글은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우리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장자연 리스트· 데스 노트’
2009년 3월18일 by 스카이뷰커뮤니케이션즈
한 어린 여배우의 자살이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열흘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제일 화가 났던 건 스물아홉 살이나 된 아가씨를 소속사 사장이 말을 안 듣는다면서 패트 병과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수도 없이 때렸다는 보도였다. 미취학 어린애를 교육시킬때라도 그렇게 때리지는 않는데 대학원생이었다는 숙녀를 그런 식으로 폭행했다는 건 용서하기 어렵다.
이 소식 하나만으로도 다른 건 들어보나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매스컴에 보도된 그녀의 ‘유서’ 중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며 뭉클해졌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21세기 서울하늘 아래 이런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건 용서하기 어렵다.
사건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처음엔 전형적 연예인 자살 원인인 ‘우울증’으로 보도되었다가 점점 연예계 전반에 만연되어있다는 ‘술시중’이니 ‘성상납’같은 차마 들어 넘기기 괴로운 단어들이 슬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장자연 리스트’라는 것과 ‘데스 노트’라는 새로운 ‘자살 원인 힌트’가 등장하면서 시중에선 그 두 단어에 화제가 집중하고 있다. ‘무슨무슨 리스트’는 정치적 스캔들과 연루된 사건에 종종 등장해 우리 귀에 익은 단어다.
때마침 오늘아침 신문 1면 톱에도 ‘박연차 리스트’라는 제목이 크게 났다. 노무현 정권 시절 잘나갔던 재벌그룹 회장이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나온 단어다.
이 리스트에는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과 박관용 김원기 두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 여러 명의 ‘거물급 정계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물론 본인들은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이런 것도 역시 늘 보아왔던 아주 상투적 현상이어서 별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부정한 돈’에 얽힌 정치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리스트’괴담이 떠돌곤 했다. 뒤이어 사건 당사자들이 “내가 입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라는 고전적인 협박성 발언이 나오곤 했다.
연예인 관련 사건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단골로 나왔다. 주로 방송사 PD들이 도박자금이나 신인연예인으로부터 출연대가로 받았다는 돈을 비롯한 상납 품목들이 종종 우리 시선을 어지럽히곤 했다.
이번에도 늘 그랬듯이 연예기획사 사장이 신인여배우들을 괴롭혔다는 내용과 함께 예의 ‘리스트 괴담’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자살로 ‘항변’한 그 여배우의 ‘데스 노트’가 나왔는데 거기에 그녀는 자신을 괴롭혔던 ‘못된 인간들’의 이름과 함께 한 맺힌 절규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일본영화 '데스 노트'는 이름이 지명된 사람은 무조건 다 죽어간다는 설정이다. 고인이 된 그녀의 '데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그녀의 영정 앞에 참회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해야 할 것 같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대학원까지 다니다 휴학하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여배우가 이렇게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다면 그 바닥에는 아무래도 심상찮은 ‘병폐’가 있었다는 얘기다.
워낙 ‘연예계 비리’는 오래전부터 떠돌긴 했지만 여배우를 말 안 듣는다고 수없이 때릴 정도라면 그 쪽 동네에 쌓여온 온갖 ‘악업’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파헤치고 벌줘야 할 사람은 꼭 응징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시중에선 ‘장자연 리스트’에 누구누구가 끼어있다는 소문이 인터넷 바다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여기에 ‘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진중권은 어제 ‘선동성 강한 문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 사석에서 들은 얘기인데, 장자연씨의 접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나 봅니다. 그 명단에는 모 신문사주 아들놈도 들어가 있다고 하고, 국회의원놈들도 들어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들리는 얘기가 심상치 않네요. 만약 시중에 떠도는 그 얘기가 맞다면, 명단이 공개될 경우 사회적으로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 같습니다.”
‘모 신문사주 아들놈도 들어가 있다고 하고, 국회의원놈들도 들어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이 대목이 각종 인터넷 뉴스의 톱을 장식하면서 그 파장이 대단했다. 굉장히 선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야말로 진보신당 당원답게 ‘계급투쟁’적 관점에서 쏟아낸 말인 듯했다.
진중권씨는 그렇잖아도 오늘 아침 자신이 ‘잘못 들은 것 같다’며 한발 빼는 식으로 어제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글을 발표했다. ‘명단을 까라’고 호기 어린 큰 소리를 치던 모습과는 좀 달라진 듯하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슨 리스트나 노트가 아니다. 한 신인여배우가 부당한 대우를 참다못해 죽음으로
항변한 것이 본질이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소위 ‘연예 기획사’라는 곳의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고 구조적으로 다시는 이런 부당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향응 대접' 이런 것에 익숙해 있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도 이번 기회에 정신차려야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진중권씨를 인신공격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정의를 위해 올바른 소리를 거침없이 하고 있는 ‘용기있는 사람’으로 알려진 그가 ‘싸구려 흥미위주’식의 발언을 했고 금세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했다는 것은 왠지 산뜻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보수파나 진보파나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가 이 ‘젊은 여배우의 자살’ 같이 슬픈 사건을 얼마나 ‘천박한 흥미’를 갖고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여러가지 설들이 분분하고 경찰의 수사진전이 지지부진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배후로 알려진 기획사의 횡포를 규명해내는 것이 먼저다. 이제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쁜 연예기획사’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장자연을 죽음으로 몰고간 '패거리 지도층 인사들'도 가차없이 단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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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빌어 삼가 故人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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