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환상의 짝꿍

스카이뷰2 2007. 10. 14. 12:14
 

 

 <환상의 짝꿍의 세 MC>

 

 

 내가 좋아하는 ‘환상의 짝꿍’


조금 전 텔레비전에서 ‘환상의 짝꿍’이라는 프로를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텔레비전의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 제가 금메달을 주고 싶은 프로가 바로 이 ‘환상의 짝꿍’입니다. 기분이 좀 우울할 때도 이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금세 미소를 지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습니다. 


요샌 예전처럼 드라마 보는 재미가 별로 없는 대신 이 ‘환상의 짝꿍’ 덕분에 일요일 아침을 아주 유쾌하게 보냅니다. 이 프로는 어떤 보약보다도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한 상상력을 보면서 삶에 대한 그들 나름의 통찰력에 경외감마저 듭니다.

그래서 어쩌면 워즈워드 시인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 구절을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덟 살 남짓한 저 어린 것들이 뭘 아랴 싶지만 어찌나 속 깊은 말들을 잘하는지 마냥 철부지들로만 여겼다간 큰 코 다칠 것 같더군요.

의젓한 그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는 확신마저 들 정도입니다. 


‘환상의 짝꿍’은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 5명과 유명 연예인 5명이 짝을 이뤄 퀴즈를 풀어가는 포맷으로 얼핏 들으면 뭐 그리 재밌냐 싶겠지만 일단 한번 보시면 웬만한 분들은 아마도 박장대소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요즘 어린이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놀라고 맙니다.


거의 어른 수준으로 말하는 어린 꼬맹이들의 기상천외한 답변들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어린 것들이 어른들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듯한 발언들을 하는 걸 보다보면 우리 어른들 정말 저 아이들을 잘 보살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두어 달쯤 전 우연히 보기 시작한 이 ‘환상의 짝꿍’ 덕분에 일요일 아침 시간만은 반드시 텔레비전을 지켜봅니다. 45분 정도 진행되는 동안 배꼽잡고  웃을 장면이 하도 많아선지 보고나면 활력이 솟구칩니다.


아마도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환상의 짝꿍’만큼 순수한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봅니다. 유명 개그맨들이 나와서 억지로 웃기는 프로그램은 이젠 조금 식상해져 별로 보지도 않습니다만 이 프로그램만큼은 매번 볼 때마다 어김없이 박장대소하면서 맘 놓고 웃곤 합니다.


오늘 아침엔 가수 김장훈과 이승기 채연 탤런트 이광기 그리고 고정게스트인 개그우먼 조혜련이 어른 짝꿍으로 나왔습니다.

어린이들은 몇 주 동안은 2학년들이 나왔는데 오늘은 1학년들이 나와서 더 웃기더군요.


꼬마 성악가라는 문경원과 아빠가 떡 공장을 한다는 깜찍한 최예은, 장발의 퍼머 머리로 한껏 모양을 내고 나온 모원준, 꽃집 아들인 최홍준, 수화솜씨를 뽐내는 조윤정 어린이가 나왔습니다.


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가끔 등하굣길의 어린아이들과 만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눈짐작으로 1학년인지 2학년인지를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학년짜리들은 솜털 보송보송한 햇병아리들 같이 조금은 수줍고 두려워하는 표정들인 반면, 2학년들은 아주 다 컸다는 식의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품이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오늘 나온 꼬마들은 1학년 티가 확 나더군요. 방송국이라는 엄청난 시스템에 주눅 든 표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했는지 나름대로 개구쟁이 장난꾸러기 새침떼기 스타일이 나왔습니다.


‘환상의 짝꿍’은 퀴즈를 풀기 전 어른 짝꿍들에 대한 인기투표 순위를 발표하는데요, 싫어하는 짝꿍 1위로 가수 김장훈이 뽑혔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김장훈 아저씨가 무섭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몇 주 동안 죽 지켜봐왔지만 매번 ‘싫어하는 짝꿍’으로 뽑히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터프한 이미지’의 아저씨들이 단골로 뽑혔습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이 아저씨들의 퀴즈 맞추는 솜씨덕분인지 어린이들은 금세 그들과 찰떡궁합의 ‘환상의 짝꿍’으로 변하고 맙니다.


오늘도 김장훈과 짝꿍이 된 꼬마 성악가 문경원군은 첨엔 짝꿍이 맘에 안든다며 ‘울상’이었지만 끝날 무렵엔 김아저씨 얼굴에 뽀뽀도 하고 헤어지기 섭섭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퀴즈문제는 솔직히 1학년 어린이들 수준엔 좀 어려운 듯해보였습니다.

‘밥을 빨리 먹으면 방귀를 더 많이 뀐다’ ‘콧구멍이 크면 냄새를 잘 맡는다’‘음치는 휘파람 노래도 잘 못한다’ 등에 대해 O, X로 답해야 합니다. 물론 정답은 모두 O였습니다.


다음엔 한 단어를 제시하면 그 단어의 뜻을 꼬마들이 설명하고 어른들이 맞추는 순서입니다. 게다가 어른짝꿍들은 빠른 속도로 덧셈의 정답을 내놔야 점수가 올라가는 겁니다. 그 덧셈이 쉬운 듯하면서도 빨리 답하려면 애먹는 것 같습니다.


가령 <6+36>하면 보통 때야 금세 42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꼬마들의 단어풀이에 한참 시달리며 정답단어를 맞추려고 애썼던 어른 짝꿍들에겐 아주 쉬워 보이는 덧셈의 정답마저 알아맞히기 어려운 듯합니다.


오늘도 웃기는 단어 풀이가 많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땅콩’이라는 단어에 대해선 어린짝꿍이 뭐라뭐라 설명해도 어른짝꿍은 알아맞히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늘어놔도 맞히지 못하다가 결국 ‘맥주 안주로 좋아요’라는 말에 ‘땅콩’이라는 정답이 나왔습니다.


공룡의 경우엔 아주 옛날에 살았던 동물로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정답이 나왔구요, ‘도둑’의 설명에선 ‘집에 뭐뭐가 들었다’는 재치있는 설명에 바로 답이 나왔습니다.


이 코너에선 똑똑하다고 알려진 청년가수 이승기가 덧셈을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160점을 획득했고, 결국 어린 짝꿍 최예은이가 우승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김치’에 대해서 어린짝꿍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한국의 전통 요린데요 매워요’라구요. 한 어린짝꿍은 ‘다람쥐’를 설명하는데 날다람쥐에서 첫 글자를 빼면? 이라고 말해 배꼽을 잡게 했습니다.

어린짝꿍이 ‘요정’을 풀어서 설명하는데 개그우먼 조혜련은 자꾸 동문서답을 하는 모습도 코믹했습니다. 요정이라는 정답이 나오기까지 천사 악마 등 별별 답이 다 나왔고, 그럴 때마다 한심한 표정을 짓는 어린짝꿍의 모습도 참 귀엽더군요.


1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치고는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가령 ‘러브 스토리’라는 소설에서 “사랑이란 결코 뭐뭐 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문제를 아이들이 풀어야 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재치있어 보이는 한 어린짝꿍이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의젓하게 답을 알아맞히더군요. 이 어린이가 오늘의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제일 웃겼던 건 결승전에서 꼬마 성악가라는 남자 어린이가 어른짝꿍 김장훈이 읽어주는 ‘다이아몬드’ 설명에 대해 ‘금색이죠?’라고 묻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같은 질문에 모두들 이제 틀린 답이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였는데 뜻밖에 꼬마는 ‘다이아몬드’를 외쳐 주위를 웃게 만들더군요.


오늘 결승전은 아빠가 떡집을 한다는 최예은이라는 여자어린이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예은이는 보기에도 어찌나 똘똘하고 재치 있게 생겼는지 옆에 있었다면 꼬옥 안아주고 싶은 아주 귀여운 꼬마였습니다.


예은이가 우승하는 덕분에 예은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도서관에는 어린이 도서가 무려 1백권이 상품으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예은이는 당분간 어깨 으쓱하며 학교에 다니겠네요.  


오늘은 1학년 꼬마들이 어찌나 긴장스러운 표정들인지 조금은 안쓰럽게 보였지만 그래도 아이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활기찬 힘과 웃음을 보면서 한참동안 정신없이 웃고 박수치면서 봤습니다.


‘환상의 짝꿍’은 아무리 시청률이 낮게 나온다 해도 ‘국민 프로그램’으로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다행히 아직은 시청률이 괜찮게 나온답니다.

환상의 짝꿍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