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바보 심형래, 천재 심형래

스카이뷰2 2007. 8. 7. 14:20
 

  

 

 

  바보 심형래 · 천재 심형래

 


지금 대한민국은 ‘바보 심형래’가 평정했다. 아프간인질 문제나 한나라당 경선후보들의 지겨운 이전투구에 국민들은 피곤하고 지쳤었다. 어디 가서 좀 위로라도 받고 싶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때마침 심형래는 ‘슈퍼맨’처럼 등장했다.


심형래가 누군가!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80년대 코미디 천재, ‘바보 영구’가 아닌가. 앞니가 빠진 채로 활짝 웃으면서 “영구 어~없다”하고 실실 웃던 우리의 ‘바보 영구!’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바보 영구에게서 편안함을 느꼈고 위로를 받았었다. 왕년의 개그맨 심형래는 ‘국민 심기 안정제’로 혹은 꼬마 악동들의 ‘우상’으로 브라운관을 누볐었다.


바보 심형래는 1989년 ‘영구와 땡칠이’라는 방학용 아동영화에 주연으로 데뷔해 당시 20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동원을 기록했었다.

심형래는 그 후 1993년 영화사 ‘영구 무비 아트’를 설립하고 SF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비웃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라며 코미디언의 ‘외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런 사람들의 백안시 탓인지  그가 연달아 만든 ‘영구와 쮸쮸’ ‘티라노의 발톱’은 대 참패를 기록했다. 그에게 남은 건 엄청난 빚더미. 그래도 바보 심형래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1999년에는 ‘신지식인 1호’에 선정되는 영광도 잠시 누렸지만 의욕적으로 만들었던 ‘용가리’ 역시 엄청난 실패를 기록하면서 그의 ‘꿈’은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러나 ‘바보 심형래’는 “못해서 안 하는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한다”라는 명언을 버팀목 삼아 칠전팔기의 자세로 또 다시 SF 대작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게 7년 전 일이다.


당시엔 그런 심형래를 누구도 거들 떠 보지 않았다. 가방 하나 들고 미국으로 떠난다면서 텔레비전 토크 쇼에 나왔던 심형래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영어가 달려서 어떻게 하냐’라는 진행자에 말에 그의 답이 걸작이었다.

“답답한 건 미국 애들이지 내가 아니죠.”


이런 배짱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버리지 않았던 SF영화에의 처절할 정도의 집념이 2007년 8월 오늘 현재 ‘심형래 신드롬’ ‘심형래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봉준호나 강제규, 이준익 등등 역대 ‘1천만 관객 동원 감독’들도 소중한 대한민국 자산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바보 심형래 감독’의 우직한 자세와 집념어린 도전을 높이 사고 싶다.       


지난 8월 1일 개봉한 ‘디 워’가 개봉 5일 만에 관객 3백만 명을 돌파하면서 여기저기서 심형래를 두고 난리다. ‘디 워’는 한국 최다 관객동원영화였던 ‘괴물’을 앞지를 것이라고 한다. 대단한 열기다. 관객 동원 스피드가 흥행 대박 여부를 결정하는데 ‘디 워’는 이 스피드에서 역대 ‘1천만 관객 동원 선배 영화들’인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압도하고 있다.


경이로운 흥행 스피드에 충무로는 모두 ‘기립 경악’ 중인 것 같다.

자연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 우리 네 정서가 발동이 안 되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한 젊은 독립영화 감독이 아주 혹독한 악평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심형래와 ‘디워’를 사랑하는 네티즌들이 가만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갑론을박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문자의 칼부림’이라고나 할까! 각종 포털 사이트는 피 튀기는 일대 ‘글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심형래를 비판했던 그 감독은 자신의 사이트를 폐쇄해 버렸다고 한다. 


인터넷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이 시간 현재 ‘심형래’만큼 인기를 끄는 사람도 없다. 검색창에 ‘심혀’까지만 쳐도 심형래와 관련된 단어가 10가지 정도 떠오른다. 감독, 학력, 눈물, 상상플러스, 디워, 무릎도사, 고려대, 딸 등등.

어쩌면 ‘바보 심형래’는 살다가 때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7월 26일 심형래는 KBS TV의 심야 프로그램인 단박 인터뷰에 나왔었다. 우연히 그 프로를 보는 순간 나는 이 ‘디 워’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적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언젠가도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우린 순간적인 인상으로 그 제작물이 히트할 지 안 할지를 선별해내는 ‘안테나’를 갖고 있다.

무슨 어떤 공식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야말로 ‘순간의 필’로 아 저거 대박이야! 라는 감이 느껴진다.


‘흥행 감별사’라는 신종직업을 갖고 싶다는 말도 했었다. 제 자랑이지만 그동안 맞춰온 아이템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아무튼 그런 나의 ‘필’이 그 인터뷰를 보면서 꽂혔다!

“아 심형래 이번에 대박이야!”라고 무심결에 말했다.


그 인터뷰에서 심형래는 자신이 지난 7년간 겪어야 했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울컥’ 목이 메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거였다.

‘바보 영구’의 눈물!


우리나이로 벌써 쉰줄에 들어선 심형래가 자신의 지난 날을 말하려는 순간 목이 메 말을 못하고 주름살 진 눈가에선 눈물이 맺힌 모습. 백 마디의 말보다 저 순간의 눈물!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서 진한 감동과 정서의 일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 말 안 해도 안다! 바보 영구야!” 수백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우직하게 노력해온 바보 심형래에게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디 워’를 보러 영화관으로 달려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심형래의 ‘순간의 진정성’이 상당히 점수를 땄다는 얘기다.


거기에 요즘 대중문화 시장의 ‘큰 손’이라는 ‘무서운 초딩 파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지금 ‘디 워’는 저렇게 요란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바람 나는 요란법석이어서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신나는 기운을 선사한다.


좋지 아니한가! 이렇게 무덥고 짜증나고 공포스러운 인질사태로 온 국민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우리의 ‘바보 심형래’가 저렇게 극장으로 국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건 어쨌거나 신나는 일 아니겠는가!

그 인터뷰에서 심형래는 이렇게 말했다.


“심형래가 만든 영화라면 무조건 40% 평가 절하하고 본다. 미국에 영화관 1500개 잡는 게 쉬운 일인 줄 아십니까? 디 워를 제임스 카메룬이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다면 이렇게 했겠어요? 그래서 첨에 우리 디 워에 내 이름을 뺄까도 생각했어요. 차라리 스티븐 스필버거라고 대신 쓸까도 생각했어요.” 스필버그가 아닌 스필버거! ‘바보 영구’다운 재치가 엿보인다.


이날 인터뷰에서 심형래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냐는 물음에 즉각 조영남의 ‘사랑 없인 못살아’를 좋아한다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 책 덮으면 너무 쓸쓸해, 불을 끄면 너무 외로워,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이 세상 사랑 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 다른 사람 몰라도 사랑 없인 난 못 살아요’ 밤샘작업을 마치고 새벽에 혼자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체로 개그맨들은 노래솜씨가 퍽 뛰어나다.  심형래도 조영남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른다.

진솔한 창법이 맘에 든다. 조영남이 부르는 걸 들었을땐 전혀 따라서 흥얼거리지 않았는데....

그날 심형래가 그 노래를 부른 뒤로 이상하게 열흘 이상이나 지났는데도 툭하면 그 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혼자 웃는다.

확실히 심형래의 ‘디 워’가 뜰 조짐이라고 본다.^^


게다가 며칠 전엔 KBS의 심야프로그램으로 내가 즐겨보곤 하는 ‘상상 플러스’라는 오락프로그램에 심형래가 나와 또 한바탕 나를 웃겼다. 아마 나 뿐 아니라 그 프로를 본 사람들은 모두 배꼽을 잡았을 것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일단 우스운 그의 얼굴은 어쩌면 ‘바보 심형래’가 아니라

‘천재 심형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심형래는 ‘디 워’의 후속작으로 뭘 준비 중이냐는 후배 개그맨의 질문에 아주 심각한 표정, 그렇지만 보는 이에겐 아주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그런 표정으로 “라스트 갓 파더(Last God Father)라구, 대부 말론 브랜도가 한국에 숨겨 놓은 자식이 있대, 근데 그게 바로 영구래, 뭐 이런 줄거리로...”


이렇게 말하는데 뒤집어 지지 않을 시청자가 어디 있겠나! 나도 모처럼 박장대소 했다. 그냥 웃기는 거다. 유치하다고? 유치한 게 원래 재미있지 않나!

폼 잡고 무게 잡고 이래선 웃기지 못하지.


웃기는 얘기 하나 더! “형 미국 애들이 영화 찍을 때 형보고 뭐라 불러 ?”라고 동석한 후배 개그맨이 묻자 심형래는 예의 멍청한 듯한 표정으로 “으응 한국말로 감독님이라고 부르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걔네들이 강도님이라잖아” 그러고는 기습적으로 쓰러지는 추억의 ‘슬랩스틱 코미디’로 그냥 시청자들을  웃겨버린다. 그러니 ‘디 워’가 흥행 대박 하지 않을 수 없지. 


‘디 워’가 ‘방학용 특수’라는 둘도 없는 호재에 편승해 이렇게 승승장구하자 여기저기서 ‘디 워’를 깎아내리려는 비판이 엄청나게 쇄도하고 있단다.

여기에 그런 ‘안티’를 공격하는 ‘안티의 안티’의 대반격으로 지금 충무로와 인터넷 각종 사이버 공간에선 지금 ‘3차 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디 워’를 씹는 측에선 “이건 영화도 아니다”를 필두로 “ 단순한 연출, 빈약한 시나리오, 미흡한 연기력, 튀는 편집, 지나친 애국심 강요” 등등 신랄한 비판이 도를 넘어섰다. 하지만 심형래는 이런 비판에도 귀 기울여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온갖 강호제현’들이 무림 비책을 알려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다. 그저 다 고마운 ‘보약’으로 받아들여 ‘공부’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또 제 아무리 ‘최고의 명작’이라도 ‘안티 평론’은 있게 마련이다. 또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는 법이니까.


어쨌거나 지금 우리 동네 백화점 안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꼬맹이 초딩 손님들로 바글거린다. ‘입소문’이 얼마나 대단하게 났던지 우리 동네 꼬마들은 다 ‘디 워’를 보러 몰려가는 것 같다. 이게 단순히 우리 동네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거고 거의 전국 동시 다발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아무래도 ‘디 워’의 대박흥행은 이미 불문가지다.

그러나 이젠 요런 국내용 특수에 만족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9월 중순에 전 미국 1500개 극장에 동시에 걸린다는 ‘디 워’를 위해 아무래도 심형래 감독은 ‘자아도취’하지 말고 겸허한 초심으로 돌아가 CG작업이나 기타 마무리 편집 작업에 세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어련히 잘하겠지만!^^

 

‘바보 심형래’에서 이제는 ‘천재 심형래’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듯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바보 영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