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이혼을 발표한 사르코지 대통령내외>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영부인의 이혼
지난 10월 18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 여사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한편의 개그 코미디를 본 듯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과 그 자녀들에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겠지만 아무 관련 없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땐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고 희한한 멜로드라마 같기도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이혼했다는 소리는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요 몇 년 사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자유분방하다는 프랑스에서도 정부 수립이후 처음이라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부부 이야기’는 부부만이 아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이렇게 일국의 대통령 정도 되는 공인이 이혼해버리면 이건 아무래도 사적인 문제에서 공적인 문제로 영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프랑스라는 나라는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선 아주 관대하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전전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이 현직 대통령이면서도 ‘두 집 살림’을 버젓이 하는 걸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매스컴에서도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답니다.
미테랑은 특별한 공식 일정이 없는 한 저녁식사는 ‘혼외자’인 딸과 꼭 함께 할 정도로 ‘사생아’인 그 딸에 대해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군요.
게다가 미테랑 부인 다니엘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살지 않고 따로 살았다고 하니 저 같은 평범한 한국인으로선 그 ‘깊은 경지’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혼도 보통일은 아니어서 우리 블로그에 이슈로 올려놓긴 했지만 정식 테마로 채택해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조금 망설였습니다.
남의 나라 일인데다 부부의 일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어서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 왈가왈부한다는 게 오히려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세계적인 이슈’, 게다가 보편적인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인 ‘결혼생활’을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특이한 사건이어서 한번 쯤 언급해볼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겁니다. 물론 거기에는 이혼 당사자들이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아닌 현직 대통령내외라는 점이 시선을 가장 많이 잡아 끌어당긴 요소였습니다.
가뜩이나 지금 대한민국도 목하 ‘대선 전쟁’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어가는 시점이어서 일국의 영부인이 대통령 남편에게 이혼을 졸라 드디어 남남으로 갈라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누구라고 이름을 밝히고 싶진 않지만 우리나라 영부인 중에도 남편이 대통령되기 전엔 이혼을 심각히 고려했던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부인’ 그 자리가 보통 자리입니까! 그 부인은 영부인이 된 이후엔 대통령이 된 남편을 극진히 보살폈다고 하는군요.
뿐만 아니라 ‘국정의 공식 파트너’로서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믿거나말거나 수준이 아닌 거의 ‘정설’ 수준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영부인이 그런 이야기를 측근들에게 직접 했다는군요.)
지금까지 한국의 영부인들은 몇 명 안 되니까 그분이 누군지는 독자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물론 저는 정답을 알고 있지요.^^)
이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이혼을 보다 보니까 수십 년 전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려, ‘세기의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던 영국의 윈저 공과 심슨 부인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들 커플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아 우리 블로그에서 별로 언급하고 싶진 않습니다.
윈저 공은 사랑이었는지 몰라도 이혼녀 출신의 미국인 심슨 부인은 ‘계산’이 깔렸던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기도 했지요. 어쨌든 윈저 공이 ‘사랑을 얻고 권력을 잃은 비운의 왕위계승자’였다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 반대 케이스인 셈입니다.
어떤 쪽이 과연 좋은 건지 혹은 어떤 쪽이 바람직한 건지 저는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문제이니까. 어쩌면 비교할 대상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각자에게 특별한 것이고 누구의 인생을 누구와 비교해 우열을 가름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니까요.
단지 사랑과 권력은 과연 양립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헤아려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영부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대단한 세실리아 부인을 평범한 소시민인 제가 감히 이해하긴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런데 비단 저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프랑스 시민들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들을 하고 있더군요.
그녀의 행동은 솔직히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사이에 열 살짜리 아들을 둔 어머니라는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솔함이 느껴졌습니다.
영부인 노릇이야 하기 싫으면 그냥 대리로 누구를 시켜도 되는 거지만 어린 아들을 보살피는 어머니로서 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은 왜 생각지 못했는지...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동양적인 보수적 생각이라고 질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결혼생활의 기본 축으로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꼽고 싶습니다.
부모의 이혼을 유년시절에 겪은 아이들이 대체로 성장해서도 정신적 방황을 하는 등 심리적 불안 증세를 떨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부부의 평온한 모습이 정서적인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거겠지요. 물론 피치 못해 이혼하는 케이스도 많겠습니다만 이번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이혼은 좀 비판적으로 얘기하자면 ‘행복에 겨운 고민’에서 빚어졌다고 봅니다.
세실리아여사를 텔레비전 뉴스에서 처음 봤을 때 모델 출신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178cm의 훤칠한 신장에 젊어 한때 모델을 했다고 합니다. 이래서 출신성분은 속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상쟁이는 아니지만 세실리아의 얼굴에는 참을성이 그리 많아 보이질 않더군요.
세실리아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할 만큼 커리어우먼으로서도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상당히 지적인 모델 출신 영부인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자신은 영부인 노릇을 하기 싫다는 소릴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는군요. 이래서 말이 씨가 된다는 소리가 있나봅니다. 그녀는 심지어는 투표 당일에도 기권을 했다는군요.
그 이후 6개월 정도의 퍼스트레이디 생활 기간 중에도 그녀는 미테랑 대통령 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엘리제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저에 기거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통령과 동반한 해외 순방 외교 기간 중에도 개인적 행동을 했고, 중요한 파티에도 참석을 하지 않는 둥 그야말로 ‘멋대로 영부인’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8월엔가는 여름휴가를 미국에서 보냈는데 부시대통령 내외의 초대마저도
거절했다니 사르코지 대통령이 꽤나 속을 끓였을 것 같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인간은 가지가지다’라는 속된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는 1996년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한 뒤 결혼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인연은 상당히 끈질긴 것처럼 보입니다.
세실리아가 20대 때, 자기보다 24세 연상의 방송인과 초혼을 할 당시 29세의 사르코지는 파리외곽의 한 시의 시장 신분으로 그들의 주례를 섰다고 합니다. 그때 사르코지는 남의 신부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참 영화같은 이야기지요.
이렇게 해서 이 두 남녀는 이러저러한 사연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각기 이혼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는군요.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스토리지만 워낙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야기지요. 때때로 이렇게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어처구니없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사르코지는 세실리아의 이름만 불러도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는 믿기 힘든고백을 결혼생활 10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했다는군요.
하지만 그들은 2,3 년 전부터 각각 새로운 연인들을 만들고 또 다른 연애생활에 빠졌다고 합니다.
참 복잡도 하지...그래서 이혼을 결심했다는데 사르코지가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바람에 부부문제는 잠시 묻어두었다가 결국 엊그제 그런 식으로 최종 마무리가 된 겁니다.
만 50세라는 세실리아 여사는 “나는 주목받는 삶이 싫어요”라든지 “퍼스트레이디 역할이 나를 따분하게 만들 것이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고 나를 보호하고 싶었다”라고 말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풋풋한 감수성을 소유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신선한 감수성이 책임감이라는 또 다른 축을 압도할 때 과연 그녀의 인생이 그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행복한 자유를 보장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사르코지 대통령은 엘리제궁 대변인이 대통령내외의 이혼을 공식발표하기 하루 전날 한 연설에서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 서로 마주 볼 사람이 없는 자의 외로움. 그것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게 만든다”고 말했답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감지하고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에 비친 사르코지 대통령의 얼굴 표정도 다혈질에 참을성이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이들 현직 대통령 부부의 이혼은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부부의 문제’여서 타인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우스운 거지만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 부부라는 점에서 세기의 화제거리가 되고도 남는 거겠지요.
개인적으론 그들의 이혼 자체야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똘똘해 보이는 열 살짜리 아들의 얼굴을 보니까 측은해 보였습니다.
세실리아 부인은 이혼 후엔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는군요. 글쎄요, 아빠 엄마가 이혼한 가정에서 과연 아이들이 온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듯합니다.
세실리아 여사, 사르코지 대통령님! 조금만 참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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