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나훈아 괴소문

스카이뷰2 2008. 1. 17. 18:02
 

 

 

         나훈아 괴소문




어제 저녁 모임 도중 점잖은 한 선배께서 조심스레 ‘나훈아 괴담’을 얘기했다.

유명여가수 김모씨와 나훈아가 좋아했는데 그 여가수가 일본 야쿠자의 애인이라서 나훈아가 야쿠자들로부터 보복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훈아는 신체의 주요부위를 공격당해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설마?’ 했더니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분으로부터 직접 들으셨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그 얘기는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방송국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할 정도라면 아마도 거의 ‘사실’에 근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방송국 사람도 진실을 모를 수 있는 것이니까 그저 소문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검색창을 열었더니 ‘나훈아 괴담’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괴담의 대상은 여가수가 아니라 젊은 여배우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중견 가수가 톱클래스 여배우와 염문이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기괴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언뜻 본 기억이 났다. 문득 몇 달 전 친한 친구로부터 “나훈아가 치매에 걸려 거동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떠올랐다. 그 친구는 며칠 지나 그건 ‘오보’라고 정정 보도하면서 나훈아가 여자 탤런트하고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최신 연예가 정보’를 들려주었다.


아주 오래전 대학교수 친구가 ‘나훈아 디너쇼’ 표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해서 힐튼 호텔에 구경 간 적이 있다. 나훈아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디너 쇼’가 어떤 건지 호기심이 생겨 따라 가 구경했다.


나훈아는 언젠가 텔레비전 특집쇼에 단독 공연을 하면서 이런 저런 말을 하는데 사람을 ‘위로해주는 힘’이 실린 말을 하는 재주가 있어 보였다. 따스하다고나 할까, 자상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세파에 시달린 중년여성들에게 어필하는 ‘화법’을 구사하는데 능해 보였다.


그때만 해도 나훈아가 지금보다는 젊은 시절이었는데도 그날 힐튼 호텔에 디너 쇼 구경온 사람들 대부분은 50대 이상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었다. 나와 내 친구가 아주 ‘영계 팬’으로 돋보일 지경이었다.

나훈아가 ‘청춘을 돌려다오’를 무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땅을 쳐 대는 듯한 제스추어를 써가며 부르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열광적 박수를 보냈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게 떠오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훈아 팬인 우리 친구는 한 장에 10만원이 넘는 디너 쇼 표를 자신의 돈으로 직접 구입해 나를 초대했던 것이다. 그 친구 얘기는 혼자가긴 쑥스럽고 나훈아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나와 함께 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친구 덕에 나훈아를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졌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감동을 받진 못했다.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볼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씨익 웃는 모습에서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나훈아 자신은 그런 웃음을 선보이기 위해 거울 앞에서 꽤 노력했을 텐데...


그 후 김대중 정부 들어 그 유명했던 ‘옷 로비 사건’에서 ‘나훈아’는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다름 아니라 그날 모였던 내로라하는 고관대작 부인들이 강남 청담동 호화 의상실에서 ‘옷 로비 품목’으로 호피무늬 밍크코트 같은 걸 상납 받고 한바탕 수다 떨고 난 뒤, ‘애프터 코스’로 우르르 떼 지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나훈아 디너쇼 공연을 보러갔다는 얘기가 매스컴에 보도되면서였다.


이 보도 덕분에 나훈아는 한 물 간 가수가 아니라는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유명세를  탔었다. 현직 법무장관 부인을 비롯해 현직 장관 부인 서너 명이 그런 대중 가수의 공연을 단체 관람했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에 나훈아는 그때 아마도 가수로서 혹은 남자로서 한껏 자부심을 느꼈을 것 같다. 아마 비슷한 또래의 남자 가수들은 그런 나훈아를 꽤나 부러워했을 것이다. 


아마 ‘옷 로비 사건’의 고관대작 부인들도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나훈아 쇼’나 보러가자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연예계 소식에 정통하다는 한 지인은 나훈아가 중년부인들에게 굉장히 어필하는 섹시한 매력이 있기에 그 고관부인들도 그래서 아마 ‘눈요기’할 겸 갔을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40대 이상의 올드 팬들에겐 나훈아 하면 김지미가 떠오를 것이다. 70년대 중반쯤인가 김지미가 나훈아와 ‘전격 약혼’발표를 하면서 당시 매스컴은 난리가 났었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신문에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고 대한민국의 경제수준도 낮은 편이라서 ‘국민적 조명’을 그렇게 많이 받지 않았지만 만약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온갖 인터넷 포털을 비롯해 전국민적으로 야단법석이 났을 것이다.


그때 김지미 나이가 고작 30중반, 나훈아가 7세 연하라니까 요즘 시각으로 봤을 땐 뭐 그리 이상한 약혼은 아닌데도 김지미라는 여배우의 존재가 워낙 대단한 시절이다 보니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커플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김지미는 ‘당시 어떤 고관과의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이라 그걸 커버하려고 서둘러 약혼했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고백’을 어떤 잡지에 인터뷰형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그런 얘기야 그들의 ‘프라이버시’니까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 것이다.


알려진 대로 그 후 그 커플은 6,7년인가 함께 살다가 ‘정석대로’ 헤어졌다. 이별의 이유에 대해 세간에선 온갖 ‘악성 루머’가 떠돌았던 기억이 새롭다. 어제 모임에서도 그게 언제적 얘긴데  그들이 헤어진 ‘사연’이 다시한번 나왔다. 그만큼 나훈아는 요즘도 ‘편한 모임’에선 화제 거리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의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부 연예인들은 ‘자작극 스캔들’까지 만들어 낸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늘 오후 4시 현재 Daum의 검색어 인기 1위는 ‘김혜수 루머’가 차지하고 있다. 요 며칠 새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나 네티즌 선택 코너에는 ‘나훈아· 김혜수 괴담’ 혹은 ‘나훈아 김선아 괴담’으로 뒤덮여 있다.


웬만해선 남의 연애사, 더구나 연예인의 스캔들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지만 어제 KBS 뉴스시간에까지 ‘나훈아 괴소문’이 보도된 데다가 각종 인터넷 포털에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사건적 현상’에 대해선 우리 블로그에서도 당연히 한 마디 짚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구나 검찰에서까지 나훈아 잠적을 내사하고 있다고 하니...


작년 3월, 나훈아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연다고 일정까지 잡았다가 돌연 잠적했다. 수천 만 원의 재정적 손실이야 ‘재벌 급 가수’라는 나훈아에게야 뭐 그리 큰 타격을 입히지 않겠지만 그래도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점에선 ‘가수생명’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본다.


61세라는 그의 나이를 감안해 보면 거의 ‘마지막 무대’일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잠적했다는 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는 추리는 웬만하면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미국 뉴저지에 사시는 교포 한 분은 내게 ‘잠적설’ 원인을 이 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분 얘기로는 ‘나훈아가 정권 실세의 부인과 스캔들’이 나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훈아 디너쇼에 나를 초대했던 친구도 전화를 걸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때 난 그 친구에게 “솔직히 나훈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서 그가 사라지건 말건 아무 흥미가 없다”고 좀 냉정히 말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어느 여성지에서 나훈아가 어떤 개그맨의 아내를 좋아해 결국 그녀와 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도 뭐 그들의 일이니까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격히 말하자면 좀 불쾌한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 ‘나훈아 괴담’의  대상으로 ‘김혜수, 김선아’같은 젊은 여성연예인들이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그녀들이 너무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게 너무 안쓰럽게 보인다. 


그녀들 말대로 절대 사실이 아니라면, 30대 초· 중반인 김선아 김혜수 이 두 여배우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치명적 위해’를 당하고 있는 셈일 것이다. ‘괴담’의 내용도 퍽 구체적인 듯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보자면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괴담’의 내용이 흔히 들어왔던 조폭영화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


야쿠자 보스의 애인을 건드려서 보복 당했다는 스토리는 얼마 전 상영된 몇몇 한국영화와 상당히 비슷하다. ‘괴담’의 발단은 한 스포츠지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중견 가수가 가슴 큰 젊은 여배우와 스캔들이 나서 야쿠자에게 보복 당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여배우측인 김혜수 소속사에서 그 기자에게 항의했더니 언제 김혜수라고 썼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자의 태도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김선아가 ‘삼순이’로 한창 인기를 끌던 재작년인가 나훈아 공연에 초대받아 나훈아 손 붙잡고 노래 불렀다는 ‘증거자료’로 엮여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녀들과 나훈아가 설령 좋아했다 손치더라도 왜 이런 얘기가 온갖 포털 사이트에 도배되어야하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며 폭발적관심을 갖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심해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다.


나 역시 그들의 그런 스캔들에 짜증이 난다. 더구나 대중가요계에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환갑 넘은 나훈아가 앞길이 창창한 어린 후배 여성연예인들이 저렇게 ‘피해’를 입고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묵묵부답 잠적중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나훈아에게서  비열한 조폭의 그림자마저 느껴진다.


듣기로 나훈아는 자기관리가 비교적 철저한 연예인이라고 한다. 중·노년 가수들이 우르르 나오는 ‘가요무대’같은 곳은 일절 서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독무대가 아니면 텔레비전엔 절대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신비주의 전략’을 내세우며 1년에 한 두 차례 공연하는 ‘귀한 행차’를 하는 가수라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국 pd들도 설이나 추석에는 나훈아를 모시려고 난리를 친다는 얘기도 들었다. 글쎄 나훈아가 지금도 그렇게까지 ‘모셔야할 가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저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괴담’의 주인공으로 전락하고만 나훈아를 시청자들이 과연 받아줄지 의문이다.


나훈아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나훈아가 최소한의 양심 있는 연예계의 선배로, 팬들에게 ‘좋은 가수’로 남아있으려면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나타나 세간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눈물짓는 여배우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혹시 그녀들을 사랑했다면 사랑했었노라고 밝히고 국민에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는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이야 그들의 자유니까 그에 대해서야 왈가왈부 하고 싶진 않다. 


행여 어느 네티즌의 지적처럼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런 ‘생 쇼’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건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큰 실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한물 간 남자 가수’에게 이토록 많은 인터넷 시·공간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자체도 그렇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