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포드 슈퍼모델 1등 강승현과 돌아온 제비

스카이뷰2 2008. 1. 21. 14:08
 

 

 

 포드 세계슈퍼모델 1등한 강승현

 

 돌아온 제비

 

     포드 슈퍼모델 1등 강승현과 돌아온 제비 


오늘 아침, ‘제비 이야기’와 뉴욕의 포드 슈퍼모델대회에서 1등한 대한민국 아가씨 ‘강승현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밖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지만 어느새 봄내음이 느껴지는 신춘의 향기가 마음속 가득 들어왔습니다.


좋은 아침을 선사한 날렵하고 멋진 새 제비와 미국에서 동양인 최초로 1등 모델이 된 동덕여대생 강승현의 이미지는 제게 활력소 같은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겨울 아침,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특히 태안의 바다를 생계로 살아가던 우리어민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자꾸 일어나고 있는 이 암울한 시기에 ‘제비와 강승현’은 희망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 제비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순간 왜 그렇게 가슴이 콩닥거리고 생명에의 환희와 경외감 애틋함이 한꺼번에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승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세계 어떤 분야에 내놓더라도 당당히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맙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 수영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청년의 위상을 높였던 박태환이나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연속 1등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김연아처럼 강승현도 서양 모델만 명함을 내밀었던 세계 모델 무대에 코리아의 명찰을 달고 1등을 따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받을 쾌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아침 그 제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06년 6월 아마추어 조류학자인 박병우씨는 경기도 의왕시 자신의 집과 파주시 친지의 집에 둥지를 튼 제비 5쌍(10마리)의 다리에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받은 일련번호가 새겨진 가락지를 달아주었습니다.

귀소본능이 강하다는 제비가 겨울을 나기위해 한국에서 3천km 쯤 떨어진 동남아 일대로 날아갔다가 과연 ‘자기 집’으로 되돌아 올수 있느냐를 실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실험결과 ‘강남 갔던 제비’중 한 마리는 정확히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제비 본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 한 마리는 자기가 튼 둥지가 없어진 걸 알고 바로 그 자리에 새 둥지를 트는 놀라운 순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두 마리는 헌 둥지에서 15cm와 1.5m 떨어진 ‘바로 옆 동네’에 있던 둥지로 날아왔고, 또 다른 한 쌍은 그 옆집에 둥지를 틀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제겐 이 ‘제비 가족들의 귀환’이 생명에의 신비함과 고귀함을 일깨우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도 상상해보셔요.

어른 손바닥 보다 작은 그야말로 ‘작은 새’ 제비가 연약한 날갯짓으로 3천km를 동남아시아로 ‘피한 여행’을 갔다가 봄이 된 걸 알고 또다시 3천km를 비행해 대한민국 경기도 의왕시 ‘본집’에 정확히 돌아왔다는 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요.


예전에 미국 지질 측량국이라는 곳에서 도요새의 ‘비행경로’를 실험한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자그마한 도요새 한 마리가 무려 1만 2천 km를 날아갔다가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날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콧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늘 아침만난 제비 이야기는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우리 이야기’이기에 감동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굳이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박씨 물어다 보은한 제비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마추어 조류학자에 의해 알려진 경기도 의왕시 제비 이야기는 참 신기하고도 기분 좋은 스토리입니다.


한국에 둥지를 틀었던 제비 일가가 ‘따스한 강남’으로 날아가 겨울을 난 뒤,  ‘정이월 다간 봄날’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본 집’ 한국으로 다시 날아왔다는 이야기!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그 조그만 새가 날갯짓 하나로 생존해나갈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또 원 위치로 온다는 이 사실이 제겐 그렇게 경이롭고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무릇 모든 생명은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답고도 고귀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제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파닥거리면서 그 넓은 바다를 건너가는 작은 제비를 한번 상상해 보셔요!

그리고는 박씨는 물고 오지 않았지만 용케도 다시 제 집에 오기까지의 ‘제비의 머나먼 여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 같지 않습니까?


이런 실험을 우리에게 보여준 한 아마추어 조류학자에게도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생활 속의 발견’이라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물 찬 제비’의 아름다운 귀환을 우리에게 알려준 그 실험의 성공도 사람을 기운 나게 만드는군요. 


제비! 하면 요샌 보기 어려운 희귀조가 되었지만 저 어린 시절 만해도 길을 걸어가는데 조그만 제트기 모양 제비는 쉬익 소리를 내며 제 곁을 스치듯 지나쳐 가기도 했습니다. 그럼 어른들은 그러셨지요, “제비가 사람을 어르면 비가 온다”라구요.


요샌 정말 봄날이 되어도 제비는 참 보기 드문 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다 환경오염 탓이라고 하네요. 그깟 제비 한 마리 안 오는 게 무슨 대수냐 라고 일축해버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환경 문제는 그리 단순하게 넘어갈 게 아니라고 환경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러니 지금 ‘한반도 대운하’라는 걸 만들었을 때 대한민국에 불어 닥칠 환경오염 현상은 단순한 오염의 정도를 벗어나 ‘환경 대 재앙’수준으로 대한민국을 덮칠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요, 아무튼 오늘 아침 제게 날아온 ‘제비 이야기’는 얼어붙은 겨울을 지나 ‘신춘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아주 신선하고도 감동적인 뉴스였습니다.


이런 신나는 ‘물 찬 제비 이야기’처럼 또 저를 기운 나게 해준 이야기는 바로 뉴욕에서 열린 세계모델대회에서 ‘1등을 먹은’ 당찬 아가씨 강승현 양의 소식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문화 시장 뉴욕이란 곳에 납작코에 째진 눈을 가진 한국 아가씨가 상금 25만 달러(2억 3천여만원)를 거머쥐고 당당 1위의 왕관을 차지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닙니다. 과연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규모 11위권이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항산(恒産)에 입성난다’는 옛말처럼 이제 그야말로 먹고 살만해지니까  어떤 세계 대회를 나가더라도 ‘코리아의 존재감’을 알리는 일이 이젠 상수(常數)처럼 존재하게 된 세상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16일 뉴욕에서 열린 포드 슈퍼모델 대회 28년 역사상 동양인, 그것도 한국인이 1등을 차지한건 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정작 1등한 강승현은 자신이 그렇게 높이 뜰 줄은 몰랐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더군요. 키가 178cm나 되는 이 키다리 아가씨는 통상적인 미인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얼굴이지만 그녀를 딱 보는 순간 ‘세계무대’에 통할 얼굴이라는 직감이 느껴졌습니다.


주변에 성공한 국제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 몇몇이 풍기는 외모적 이미지가 어쩜 그렇게도 강승현양과 비슷한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좀 코믹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기 소녀 풍’의 동양적 이미지야말로 코큰 서양인이 딱 좋아하는 미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돌한 인상의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가 하늘을 찌르지 않아도, 이마가 튀어나와도 그런 자연스러움을 다들 예쁘다고 해요. 우리나라 모델들도 이젠 어깨 펴고 당당히 도전해야 합니다.”


강승현은 한국에 있을 땐 모델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이야기만 들어 과연 모델로 밥 먹고 살 수 있을 지 크게 걱정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일자리가 없어서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포드 슈퍼 모델대회에 도전한 것이랍니다. 

그런 그녀가 뉴욕의 어느 겨울날 아침, 자고 일어나보니  ‘신데렐라’가 되어있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도 엄청 놀랐다고 하는군요.


상금도 2억원이 넘고, 권위 있는 세계대회 1등을 한 덕분에 앞으로 그녀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벌써 3월까지 밀라노니 파리니 패션의 본고장에서 날아온 패션쇼 무대에 서달라는  ‘초청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 같다고 하네요.   


한국의 본집으로 보란 듯이 돌아온 영리한 제비와 뉴욕무대에서 여봐란 듯 1등을 따낸 강승현, 이들이 오늘 아침 제게 선사한 근사하고 멋진 이미지는 저를 살맛나게 해줍니다.

서설(瑞雪)이 가득한 창밖을 보며 제비와 모델 아가씨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