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2억7천만원짜리 시계가 팔렸다!

스카이뷰2 2008. 2. 20. 12:14
 

 <2억 7천만원에 팔린 오데마피게 시계>

 

 

      ‘2억 7천만 원짜리 명품시계가 팔렸다!’


오늘 아침  눈길을 사로잡은 톱기사는 단연 ‘2억 7천만 원짜리! 명품시계’였다. 세상에나! 나 같은 서민에겐 27만 원짜리 시계도 비싸건만....

지금 내가 차고 있는 시계는 세일 때 구입한 7만 원짜리 닥스 시계다.


하지만 디자인도 내 마음에 쏙 드는데다가 구입한 지 1년도 넘었지만 시간도 정확하다. 그동안 내가 차왔던 시계들은 대부분 ‘사은품’으로 선물 받았거나 아니면 중국산으로 1,2만 원 짜리들이었다. 중국산도 시간은 곧잘 맞았다. 그런데 2억 7천만 원짜리 손목시계라니... 아침부터 기가 질린다.


기사를 자세히 보니까 서울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한 ‘오데마피게’라는 세계적 명품 시계 브랜드가 출시한 ‘로얄 오크 뚜르비옹’이라는 그냥 기계식 손목시계라고 한다.

설립한 지 130년 된 이 시계회사는 파텍 필립· 바셰론 콘스탄틴과 함께 세계 3대 시계회사라고 한다. 


이번에 팔린 2억7천만 원짜리 시계는 기존에 팔렸던 억대가 넘는 시계들이 보석시계(쥬얼리 워치)였던데 비해 순수한(?) 정통 기계식 시계(컴플리케이션 워치)라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업계의 관심만 끌었겠는가!


우리 같은 평범한 소시민도 너무 놀라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데... 시계를 무슨 보석시계니 기계식 시계니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우리같은 사람은 그저 시계라는 건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시계를 판 롯데측 관계자의 설명이 가관이다. “최근 한국 명품 시계 시장은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거쳐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요즘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가 시계의 가치는 시간을 보는 기계, 그 이상을 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손목시계를 보는 ‘시각’이 예술적으로 변모했다는 소리인 것 같은데 글쎄....


2억7천만원짜리 손목시계가 팔렸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문득 작년 이맘때 우리 블로그에 소개했던 ‘2억원짜리 버킨백’스토리가 떠오른다.

그때도 엄청 놀랐었다. 20만원짜리 핸드백도 감지덕지인 내 입장에선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비단 나뿐 아닐 것이다. 핸드백 하나에 2억원이라니!


그런데 일개 손목시계 하나가 3억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물론 나는 그 시계를 사서 손목에 찬 그 남자(혹은 여자)를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제 돈으로 사서 제 손목에 차고 다닌다는데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단지 나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깟 손목 시계하나에 3억원 가까운 돈을 쓰진 않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신세계 명품관에서 팔렸다는 2억원 짜리 핸드백은 두 명의 한국여성이 구입했다고 한다. 물론 고객 신분보호 차원에서 그녀들이 누군지는 절대 비밀이다. 아마 이번 시계를 사간 고객도 베일에 가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그녀)에게  묻고 싶다. 자랑스럽냐고, 시원하냐고, 뿌듯하냐고! 보람차냐고! 행복하냐고!

시계하나에 3억가까이 돈을 쓴다면 그(그녀)의 구두나 의상이나 가방이나 제반 생활의 도구들은 얼마짜리를 쓸까? 그것도 너무나 궁금하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자유가 넘쳐난다. 3억 짜리 시계를 사든지 2억짜리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지 모두 그들의 자유이다!

아무도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이웃의 점심을 굶고 다니는 어린아이들에게 조금만이라도 신경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좀 특수한 케이스지만 가수 김장훈이나 가수 박상민이 각각 40억원에 가까운 기부금을 남몰래 불우이웃을 위해 쾌척해왔다는 사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오늘 아침 2억7천만원짜리 손목시계가 한국에 들어온 지 불과 2개월만에 팔렸다는 뉴스를 듣고 나니 다시한번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규모 11권의 대단한 국가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면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그런 식으로 돈을 쓰진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히 드는 아침이다. 봄날이 다가오는데 왠지 마음이 스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