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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그 놈은 멋있었다 !

스카이뷰2 2008. 2. 21. 10:45
 

 

 

  정대세,  그 놈은 멋있었다!


정대세(鄭大世)! 그 놈은 멋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골문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리듯 힘차게 달려 그대로 골문을 갈라놓고 마는

카리스마 넘치는 골!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뜬 채 따라 붙는 두 명의 수비수를 날쌔게 제치고 볼을 슬쩍 들어 올리듯 밀어 넣어 그물망을 출렁이게 해놓는 마무리 모습은 거의 ‘축구 예술’이었다.    

오랜만에 축구의 아름다움, 축구의 당당함, 축구의 힘을 보여준 그야말로

최고의 골 장면이었다.


며칠 전 ‘정대세’에 대한 기사를 스치듯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동아시아 축구 대회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시합에서 그를 보았다. 양측 22명 건장한 청년 중 정대세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처럼 돋보였다.


‘괴물’같은,야수같은, ‘산적 두목’같은, 요즘 남자아이들처럼 나약하지 않고 고구려시대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정대세의 개성 넘치는 마스크를 보는 순간 ‘일 저지를 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제 경기에 뛰던 북한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가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정대세는 달랐다. 당당했다. 꿀릴 게 없었다. 힘센 수컷의 오만함마저 느껴졌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재일교포 3세인만큼 어렵게 사는  북한선수들에게선 볼 수 없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1대0으로 지고 있던 북한이 후반 27분 정대세의 기가 펄펄 넘치는 런닝 슛의 성공으로 동점을 이루는 순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렵사리 살고 있는 북한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은 풍요로운 분위기가 넘쳤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경기에 걸림돌이 된 것은 유감이다.

두 명이나 퇴장당한 북한에 한 골을 내 주고 끝내 무승부로 마무리한 것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으로선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대세의 멋진 골은 축구 팬들에겐 아주 멋진 눈요기였다. 요 근래 그렇게 패기 넘치는 골 장면은 본 적이 없다. 펄펄 나는 모습에서 생명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정대세는 어제 취재하러 간 기자들에겐 최고의 인터뷰 상대였다고 한다.

기자들이 “이번 대회에서 스타로 뜨고 있다”고 말하자 “이 얼굴로 어떻게 스타가 되겠습니까”라는 순발력 넘치는 응답을 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나도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인간은 대체로 ‘주제를 파악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 법인데 정대세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엔 매력이 있다.

지금 얼굴이 문제가 아닌데....^^그만큼 정대세의 얼굴은 인상적이었다.

야성미가 넘쳤다. 순박한 토종의 기운이 넘쳤다. 의리가 있어 보였다.

 

어쨌든 정대세는 신세대 선수답게 활기차고 솔직했다. 게다가 겸손의 미덕도 갖추고 있다. 그는 “한국 축구 쎄던데요”라며 “박주영은 나보다 위에 있는 선수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대세는 재일교포 3세지만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민족 학교’출신이어서 유창한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남측’으로 표현하는 북한 선수들과는 달리 ‘한국’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게다가 ‘눈치’보는 북한 선수들과는 달리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할 줄 아는 선수다. 코칭스태프가 아무리 불러도 끝까지 남아 마무리 연습에 몰두하는 연습마니아라고 한다. 


“박주영과 경쟁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정대세는 ‘볼을 찰 줄 아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대세! 181cm, 80kg의 단단한 체격과 다부진 인상의 이 공격수에 어젯밤  축구팬들은 큰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이 얼굴로 어떻게 스타가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그의 호방한 웃음소리가 우리 집 안방까지 들리는 것 같다.

'괴물'정대세, 그 놈은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