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전에 앞서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조영남과 애국가
어제(7일)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란에는 ‘조영남 애국가’가 검색어 3,4위를 마크했다. 지금도 검색란에 ‘조영’까지만 써도 그냥 ‘조영남 애국가’라는 단어가 뜨고 있다. 그만큼 이슈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지난 5일 저녁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평가전 때 일어났던 조영남의 ‘애국가 신종 창법’이 며칠이 지나도 불쾌한 기억으로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찜찜하고 불쾌했었나보다.
평가전이 열렸던 그날 저녁 워낙 축구 광팬인 나는 일단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주방에서 과일을 씻고 있었다.
어떤 여가수가 우즈베키스탄 국가를 부르고나자 장내 아나운서가 조영남씨가 애국가를 부르겠다고 소개했다.
그 순간 나는 ‘노래 다 망쳐놓겠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퍼뜩 든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무서운 우리 속담을 불과 1분후 나는 확인할 수 있었고 순간 굉장히 화가 났었다.
어쩐지 조영남이 그런 식으로 부른 애국가 탓에 우리 국대팀이 우즈베키스탄에 질 것만 같은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것 하나만으로도 조영남은 ‘국민정서 불안죄’를 저지른 셈이라고나 할까.
불행 중 다행으로 그날 우리 국가대표팀은 2대1로 승리했지만 한 골을 내주고 만 것은 혹시 그 이상한 '조영남 애국가'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영남씨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진 않았지만 그동안 매스컴에 보도된 이러저러한 그의 언행이 나에게 그런 예감을 갖게 한 것이다. 조영남 개인에게 좀 안된 말이지만 유명가수 ‘조영남’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리 썩 좋은 쪽이 아니었다.
1945년생인 그는 1970년 데뷔당시 서울대 성악과 출신이라는 ‘화려한 학벌’과 기존의 유행가가수들과는 다른 ‘클래식한 창법’으로 ‘딜라일라’라는 외국 노래로 데뷔해 주목을 끌었다.
지금은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 꽤 되지만 그때만 해도 조영남보다는 한참 선배인 최희준이 서울법대 출신으로 유일한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었던 시절이다. 그러니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유행가 가수라는 타이틀이 당시 가요계에 일으켰을 파란의 강도가 얼마나 셌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30년도 더 전의 일이라서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조영남의 인기는 상당히 높았다. 무슨 가요 프로그램의 DJ도 맡았고, 어딜 가도 성악가가 부른 것 같은 ‘딜라일라’노래가 들려왔다. 원래 그 곡을 부른 톰 존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그는 공·사적으로 꽤 문제적인 발언과 행적으로 항상 매스컴의 관심을 끌어왔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일로는 ‘조영남 친일발언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글재간도 꽤 있는 조영남은 신문에 종종 희한한 발상의 글들을 올려왔는데 그걸 모아서 2005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 선언’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러고나서는 텔레비전에 나와 “발전적 한일 관계를 위해 100년만에 친일 선언한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조영남을 본적도 있다.
그는 그것도 모자랐는지 일본의 극우신문인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독도문제를 대처하는 자세가 일본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는 그야말로 ‘국민 염장 지르는 소리’를 했다. 이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한국인들이 아니지 않는가! 나도 그때 엄청 화가 났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는 ‘눈물의 사죄’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진행하고 있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하는 사태마저 일어났었다. 그리고는 한 1년여, 조영남은 잠잠했다.
그러다가 요새는 MBC 라디오방송에서 다시 MC로 활약하고 있는 걸 버스를 타고 가다가 며칠 전 우연히 들었다.
아마도 꽤 인기 높은 오후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그 방송국에서도 무언가 손님 좀 끌어보려고 ‘엉뚱한 발언’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제적 조영남’을 컴백시켜주었나 보다.
어쨌든 그런 조영남이 지난 7월5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부른 애국가는 정말 ‘친일 발언’보다 훨씬 강도가 심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 된 것 같다.
조영남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멘트를 듣는 순간 내가 느꼈던 그 불안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번 네덜란드와 우리 국대팀과의 대결에서도 유명한 바리톤 가수가 ‘동해물과’의 음정을 제대로 못잡아 ‘동 동’하면서 귀에 거스르는 창법을 보인 적이 있다. 그때도 난 저 사람의 노래가 ‘불길의 씨앗’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었다.
이번에 조영남의 애국가는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아주 희한하고 저질스런 분위기에 그야말로 애국가를 놀려대는 듯한 그런 창법이었다.
자기 깐에는 상당히 멋을 내면서 부른답시고 부른 것 같은데 세상에 ‘신성한 애국가’를 그런 식으로 부르는 데가 어디 있는가!
처음엔 그런대로 ‘원곡’에 충실한 듯했다. 그러다가 ‘마르고 다알 토오록’하면서 ‘알’과 ‘오’를 쓸데없이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그 때부터 ‘조영남 버전’의 불경한 애국가는 거침없이 쏟아졌다.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코미디도 그런 식으로 하면 시청자들이 대번에 화를 내는데...
처음엔 원곡대로 불렀다. 그러다가 ‘우리 나아라, 마안세’ 이러더니 ‘화려 가앙사안~’하다가 마지막 ‘길이 보존하세’에서는 ‘하’ 부분을 한 10초 정도 멋대로 끌면서 무슨 긴 호흡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했다.
그 순간에도 우리 국대팀 선수들은 눈을 꼭 감고 모두들 경건하게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고, 선수들 앞에 서있는 ‘축구 보이’들도 차렷 자세로 ‘조영남 애국가’를 들어야 했다. 지금 인터넷엔 ‘조영남 애국가’의 동영상이 떠있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 세워놓고 조영남은 지금 무얼 보여주려고 저 난리를 치는 것일까? ‘축구 보이’로 선발돼 국가대표팀 선수 형들 앞에 서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영광인 어린 우리 소년들에게 그날 조영남은 ‘ 죄’를 저질렀다고 본다.
왜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서 조영남은 그런 ‘쇼’를 했는지 묻고 싶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별 사람이 다 우리를 놀래킨다.
유행가 가수는 애국가를 저렇게 마음대로 불러도 되는 것인가!
네티즌들의 평가도 한결같이 냉엄하고 백안시하는 분위기다.
SUNG6283님은 이렇게 말한다. “왜 이 사람이 신성한 국대경기에 애국가를 부르나요, 참 어이가 없군요. 도대체 누가 섭외한 겁니까. 애국가를 저질 애국가로 만들더군요. 애국가가 장난입니까! 난 이사람 자격 없다고 봅니다.
이런 사람이 신성한 애국가를 부르는 영광을 누리다니요. 지하에 계신 윤봉길 의사가 뒷목을 잡을 일이네요.”
doo9725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빽이 좋긴 좋네. 이런 행사에 가수는 국민들께 좋은 이미지의 국민가수가 불러야 맞는 거 아닌가요. 이런 국가 대항전의 경기에 나온 가수가 애국가를 부르는데 자기 맘대로 불러버리나요.
미국도 국가를 부를 때는 절대 엄숙하고 열정적으로 부르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일일이 화가 난 네티즌들의 의견을 다 소개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위에 인용한 의견과 대동소이하게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조영남이 ‘사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어떤 분들은 ‘그나마 1절만 부르게 한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고도 했다.
그날 중계방송을 한 SBS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 이후 조영남이 자신의 이상한 애국가 창법에 대해 ‘사과’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조영남 애국가’문제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맞아죽을 각오로 친일선언’을 했던 조영남이고 보니 그의 성향이 대강 어떠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평소 그는 연배에 어울리지 않게 까불거리면서 시니컬한 화법을 즐겨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런 것이 무슨 예술가의 특권인양 으스대는 그런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혹시 애국가마저 자신의 버릇대로, 멋대로 불러댄 것은 아닌지 그에게 묻고 싶다.
‘애국가’를 그런 식으로 불렀다는 것은 아무리 양해하려해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일 같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신의 조국마저 그냥 장난의 대상으로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엔터테이너로서의 기량을 발휘한 것일까!
어쨌거나 조영남씨 ‘애국가’ 공부 좀 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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