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가수 장기하 인터뷰를 보고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장기하 라는 청년가수에 대한 인터뷰를 재미있게 봤다.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부르는 노래가 아주 특이했다. 그러고 보니 아주 낯선 인물은 아니었다.
작년 연말 후배 한명이 크라잉넛 공연 티켓을 꼭 좀 구해주십사고 내게 부탁을 하면서 “크라잉넛 노래도 너무 좋지만 그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오는 장기하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장기하가 누구?”라고 물었더니 나를 영 퇴물 취급하는 듯한 말투로 “에고 장기하를 모르신다면 대화가 좀 어렵죠”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모르는 게 어딨어’하며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이런 내용이 나왔다.
옛날 사운드의 향취와 독창적 가사, 그리고 중독성 강한 안무가 특징인 '장기하와 얼굴들'은
보컬 장기하를 비롯해 베이스에 정종엽, 기타에 이민기, 드럼에 김현호.
그리고 팀속의 팀 미미 시스터즈라 불리는 2명의 여성까지 총 6명이라고 할 수 있구요.
장기하와 얼굴들은 얼마 전 이하나의 페퍼민트에 출연해서 더욱 화제가 되고있는데,
서울대 사회학 학사 출신으로 가수 이적의 대학 후배인 장기하 외에도
드러머 김현호는 서울대 지리학과에 재학중이고 기타의 이민기는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있기도 해서
공부잘하는 뮤지선으로도 유명하죠.
장기하 (張基河)
출생 1982년 2월 20일
직업 국내가수
학력 서울대학교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
소속 붕가붕가레코드
데뷔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
경력 2002년 그룹 '눈뜨고 코베인' 멤버
이렇게 해서 장기하라는 가수에 대해 웬만큼은 ‘진도’가 맞춰진 상태에서 어젯밤 인터뷰를 봤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독특한 그룹명에 걸맞게 노래도 아주 특이했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랩을 얼버무린 노래는 가만 들어보니 예전 60년대 ‘실업자 정서’와 거의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절이라지만 그래도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을 요즘 20대들이 그들의 시대인 21세기에 부르는 노래치고는 아주 암울했다. 마치 1960년대 손창섭 소설에나 나올 법한, 처절한 실업자 정서가 그대로 배어있는 듯했다.
장기하를 인터뷰하러간 기자가 20대치고는 너무 어두운 스타일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더니 그는 “요즘 20대를 너무 즐거운 세대로 보시는 것 같아요”라고 뚱하게 대답한다.
작년 3월에 데뷔했다는 이 청년가수는 위에서도 잠시 소개했지만 서울대 사회학과라는 비교적 세간에선 ‘일류’로 알려진 대학을 나왔지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노래 부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학교 나왔다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겠다고 미리 자기 보호선을 긋는 재치도 발휘했다.
“즐거운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 청년은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다”면서 “미래를 예측하려하면 괴로워진다”는 말로 요즘 젊은이들의 우울한 정서를 말했다.
그만큼 ‘암울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인디음악계의 서태지’로 불린다는 이들은 ‘직접 녹음한 CD를 직접 포장하는 ’수공업적 방식으로 음반을 내놓았는데 무려 ‘1만장’이나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려 가요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는 "공CD를 사서 직접 구워 수공업 소형 음반 형태로 제작면하면 외부에서 투자를 받지않아도 된다.
투자를 받으면 아무래도 투자자의 취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독립군 정서'가 강하다는 말일 것이다.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정신이야말로 창의적인 음악의 밑받침이라는 걸
이'똘똘한 신인 가수'는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소속사 사장은 '500장은 나가줘야하는데’라고 말할 정도로 시큰둥하게 내놓았는데 빅히트를 친 것이다.
요즘 인디영화 워낭소리가 몇 십만 동원해서 난리인데 아마 이 청년들의 1만장 음반 판매도 거기에 버금가는 일인가 보다. 아무리 경제가 죽어라 죽어라 해도 문화계에는 이렇게 ‘틈새시장’이 있는 법이다.
오히려 이런 어려운 시절에 ‘문화적 독립군’들의 맹활약은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문화계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독립군 정신! 멋있는 발상인 듯하다.
예전 60년대 히피스타일의 한 대수가 부른 ‘하루아침’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기하는 아무래도 요즘 경제위기와 불확실한 미래로 괴로워하는 청년들의 ‘대표선수’로 그들의 고뇌를 노래함으로써 이 시대에 대해 ‘항변’하고 있는 듯했다.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가사를 조금 소개해본다. 보시면 알겠지만 예전 우리가 아주 못살았던 시절 ‘하숙방 정서’가 21세기 청년들의 하숙방과 오버랩 되어 재밌으면서도 씁쓸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인디밴드들이 ‘자력으로’ 생활이 해결되는 그런 풍토가 정착된다면 우리 문화계도 다양하고 풍성한 인재풀이 형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화 대국’으로서 세계에 명함을 내밀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싸구려 커피 - 장기하 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 랩 -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하고 찧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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