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춤추는 신세대 여성 대학총장들

스카이뷰2 2009. 2. 19. 00:08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에 맞춰 춤추는  한영실총장

                                     원더걸스 뺨치는 의상을 차려입고 춤솜씨를 보이는 심화진총장.

 

   춤추는 신세대 여성 대학총장들


요즘은 전 국민이 ‘연예인화’하는 추세 같다. 일요일 오전 MBC에서 방영하는 ‘환상의 짝꿍’이라는 프로그램에선 거의 매회 초등 1학년생들이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혹은 ‘비’의 춤과 노래를 ‘개인기’ 자랑이라는 이름아래 그 가수들보다 더 빼어난 솜씨로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 뿐 아니라 토요일에 하는 SBS의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어린아이들이 앙증맞게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춤 솜씨’를 보여줘 어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나 초등생들이 이럴 정도니 청소년들은 더 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연예인 지향성’이 지나칠 정도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시청률 1위라는 ‘꽃보다 남자’라는 주간 드라마의 주인공급 남녀 탤런트들은 ‘틴에이저’들의 우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추세다 보니 예전엔 ‘딴따라’하면 결사반대부터 하던 부모들이 한 수 더 떠 자신의 자녀를 연예인이 되기 위한 학원에 앞 다퉈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연예인 한탕주의’가 슬슬 만연하고 있는 현상 같기도 하다.


청소년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요샌 중년 여성들까지도 아들 뻘 ‘꽃미남 연예인’들의 팬클럽을 결성해 그들을 따라다니며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온 나라가 이렇게 ‘인기 연예인을 우상처럼 받드는 풍조’가 전염병처럼 번져나가선지 이제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근엄한 총장님들, 그 중에도 ‘능력있고 우아한 학자의 모델’로 꼽히는 여성 총장님들마저 ‘무대 취향’선언을 하고 나섰다.


얼마 전 서울의 성신여대와 숙명여대는 신입생 입학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대학의 ‘신세대 여성총장님들’은 과감한 댄스실력을 학생들 앞에 선보여 학생들로부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50대 초반의 이 ‘젊은’ 여성총장들은 화려한 의상과 ‘안무’로 어린 여학생들에게 ‘대학이 낯선 곳’이 아니라는 걸 몸소 알려준 것이다.


숙명여대 한영실 총장은 작년 9월 총장이 되기 전까지는 텔레비전의 음식 개그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해 ‘장금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던 ‘스타 교수’ 출신. 외모도 비교적 ‘화면발’을 잘 받아 숙명여대를 전국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게 자타가 공인하는 그녀에 대한 평이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출신으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파로 5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장자리를 차지한 그녀는 지난 17일 올 신입생 입학식과 환영식이 열린 올림픽 공원 무대에서 인기 록 그룹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울려 퍼지자 ‘말처럼’ 뛰어나와 발군의 춤 솜씨를 자랑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강원 홍천군 비발디 파크에서 열린 성신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이 학교 심화진 총장이 요즘 한창 유행인 원더걸스의 ‘노바디’ 음악에 맞춰 그 여성그룹 못잖은 댄스실력을 보여줘 어린 여대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5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고 학생들 앞에서 춤을 춘 그녀는 “대학 구성원과 신입생이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뜻에서 몸소 연예인 흉내를 냈다고 한다.


심 총장은 건국대 의상학과 출신으로 성신여대에서 의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설립자인 이숙종이사장의 외손녀로 2007년 총장자리를 맡았다.


두 여자대학 총장이 약속이나 한 듯 솔선해서 비장의 개인기인 춤 솜씨를 학생들 앞에 선보인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선지 ‘근엄한 대학총장님’이 아니라 인기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친근한 이미지’로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그녀들의 노력이 눈물겨워 보일 정도다.


총장인 그녀들이 앞장 서 무대를 휘저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시범’을 보이니 아마 ‘교수님’들도  부끄러움 없이 댄스대열에 동참할 것 같다. 이제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것은 과연 무얼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총장 이하 전체 대학의 분위기가  '노는 스타일'로 기운다면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연예'쪽에 더 관심을 갖고 그쪽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두 여대 총장들은 자신들의 체면불구한 ‘헌신적인 공연’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을 법도 하다. 적잖은 학생들 역시 그녀들의 ‘화끈한 총장님’에 대해 매력과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연예인보다 더 멋진 총장님’의 모습에서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어렵게 공부하면서 ‘취업란’에 시달리는 밝지 않은 대학생활을 보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아마도 총장님들이 저렇게 솔선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런 학생들을 위로해주려는 깊은 뜻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숙명여대 4학년 한 여학생은 조용히 “그런 총장님이 부끄러웠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여론’은 총장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춤솜씨로 학생들의 사기를 높였다고 믿고 있을 총장님에게 '앤티 발언'은 전달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는가.

 

이제 바야흐로 대학가에서도 ‘춤바람 난’ 총장님들이 속출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그런 현상의 '문화사적 의미'를 규정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단지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학총장들은 웬만하면 '비장의 개인기'로 춤이든 노래든 확실하게 준비해둬야 '시대에 처진다'는 소리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