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특기로 서울대에 합격한 변지민양(조선일보사진)
블로그 덕에 서울대 합격한 어느 여학생 이야기
아침신문에 ‘블로그가 열어준 서울대 門’이라는 제목이 눈에 띠었다. 대한민국 유수의 신문에 실린 이 기사는 초등생 이상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겐 눈에 번쩍 띄는 이야기다.
‘서울대’를 오직 블로그한 덕에 합격했다니 얼마나 귀가 솔깃한 이야기인가! 다른 대학도 아니고 서울대를. 고3시절에도 블로그와 UCC의 콘텐츠 제작에 몰두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도’ 가볍게 서울대학에 들어갔다니 얼마나 신통한 이야기인가. 지금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전국의 학부모들은 이 당찬 서울대 합격생 이야기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 같다.
기사를 찬찬히 보니 블로그로 서울대 문을 열어제친 학생은 숙명여고를 졸업한 변지민양.
서울대 디자인학부에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변양은 일찍이 중학 1학년때부터 블로그에 눈을 떴다. 그 때만해도 블로그의 개념은 아주 생소한 시절이었다. 지금도 블로그 인구수야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중고교생 중에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중1 어린 학생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대단한데 7년이란 긴 세월동안 쉬지않고 블로그활동을 지속했다는 점이 상 줄만하다.
변지민양은 손재주도 있어서 게임정보 사이트에서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블로그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생각하고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나 견학갔던 일등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세밀히 블로그에 기록해 나갔다.
UCC공모전에서 받은 상만 해도 40개가 넘었고, 블로그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고3생존 비기’라는 책도 펴냈다.
거의 ‘전문 블로거’급의 실력을 키운 변지민양은 그 바쁜 고3시절에도 블로그를 멀리하지 않았다. 거의 ‘공기’같은 존재로 언제어디서나 블로그와 함께 생활해온 덕분에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에 특기자 전형으로 거뜬히 합격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하는 학부모들은 한번쯤 이 변지민양 스토리를 눈여겨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어떤 인생살이에도 제일 필요로 하는 ‘인내심’이야말로 변지민양을 ‘서울대생’으로 만든 가장 크고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여린 여학생이 중학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쉬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기록했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정말 장하다는 말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변양의 그런 인내심은 어쩌면 그녀의 탁월한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할 대목은 서울대학교 같은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서 ‘블로그’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를 공들여 해온 이 여학생을 ‘특수전형’으로 입학시켜주었다는 건 대학 측에서 블로그의 학문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가 있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에 ‘블로그 학과’와 같은 UCC 관련 학과가 개설될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린다는 신문방송학과를 비롯한 미디어 관련학과가 생긴 것도 불과 40여년 남짓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블로그 학과’가 생긴다는 예측도 그리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변지민양을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지난해 서울대 디자인학부에 합격한 변지민(20·서울 숙명여고 졸)양의 이력은 독특하다. 모두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3 시절, 그녀는 블로그와 UCC등의 콘텐츠 제작에 빠져 살았다. UCC공모전에서 받은 상만 해도 40여 개, 블로그에 쓴 내용을 책 ‘고3 생존비기’로 펴내기도 했다. 그 덕에 서울대 입시에서‘특기자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다.
■ 일기 쓰는 마음으로 7년간 블로그 운영
변양은 중1 때부터 인터넷에서 자신의 솜씨를 발휘했다. 게임정보 사이트에서 일러스트를 그리다 7년 전 자신의 블로그를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블로그’ 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을 때였다. 자신의 생활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3~4일에 한 번씩 일기를 쓰듯,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자연스레 입시 이야기를 담게 됐다. 모의고사를 본 뒤의 소감이나 오답노트 정리법을 쓰기도 하고, 고교 생활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적기도 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 일주일에 한번씩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았던 이야기, 주말 미술교실에서 테라코타 등을 배운 소감도 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 솜씨도 부쩍 늘었다.
“일기 성격의 글이었지만 남에게 보이는 글이라는 생각에 신중하게 썼어요. 블로그에 올리기 전 몇 번씩 다시 읽으면서 좀더 좋은 글로 표현 하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 제 생각을 좀더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게 됐고, 깊고 복잡한 내용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 전문적인 디자인을 할 때‘보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제 생각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변양의 작품 가운에 가장 큰 반응을 얻었던 것은‘프린세스메이커’라는 게임을 패러디한 ‘고3 메이커’.‘ 프린세스메이커’가 게임 속 인물을 잘 키워 공주로 만든다면, ‘고3 메이커’는 주인공을 잘 뒷바라지해 명문대에 보내면 된다는 설정이다. 변양은 이 작품에서“과연 명문대만 가면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프린세스메이커는 공주로 만들면‘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끝나요. 그런데 고3도 명문대만 가면 행복할까요? 졸업을 하고도 제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고시원에서 끝나지 않는 공부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지만 불행한 사람들도 있고요. 고교 시절을 겪으면서 생긴 제 생각을 담았죠.‘ 엄마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는데…’라는 말로 작품이 끝나요.”
■ UCC공모전 참가, 벽화 그리기 봉사 등 특별한 활동
변양의 고교 학생부에는 수상기록이 40여 개나 있다. 여러 UCC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한 내용이다.“ 상품으로 문화상품권을 많이 받은 덕분에 부모님께 문제집 값을 받지 않아도 됐을 정도”라고 했다. 간단한 애니메이션, 사진으로 만든 카툰, 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해 응모했다. 대단한 컴퓨터 기술은 없었지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틈새를 노린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파워포인트’프로그램으로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출품해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
공부도 소홀하지 않았다. 변양은 시간활용을 철저히 했다. 학교 수업 시간과 자습시간에 집중하고, 집에 와서는 블로그 운영과 UCC 작품 제작에 매달렸다. 학교 시험 2주 전부터는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고 시험 공부에만 매진했다. 덕분에 전교 상위 15% 정도의 내신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변양의 부모도 이런 활동을 말리지 않았다.“ 고3이기 전에 18세 소녀인 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느냐고 하셨다”고 했다.
봉사활동 역시 특별했다. 대입을 위한‘구색 맞추기’식 봉사활동은 하기 싫었단다.‘ 내가 가진 재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벽화 그리기’활동을 택했다. 산동네, 재활원 등을 찾아다니며 황량한 벽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 하루 종일 서서 값진 땀방울을 흘렸다. 변양은 “힘든 고3 생활에서도 자신의 꿈만은 잃지 마라”고 조언했다.
“저는 어찌 보면 방정맞은 고교 생활을 했어요.‘ 꿈’만 가지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했죠. 하지만 결국 그게 제 길을 찾는 과정이 됐어요. 저는 모든 학생들이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또 그만한 능력을 가졌다고 믿어요. 모든 고3들이‘공부’에 매몰되기 전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꿈꾸길 바라요.” (글=오선영·사진=이구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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