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생 '촌뜨기아가씨'수잔 보일과 세계 최고갑부여성이된 '해리포터작가' 조앤롤링.
수잔 보일, 조앤 K 롤링 -영국의 신데렐라들
어젯밤 텔레비전 외신뉴스를 통해 본 수잔 보일 스토리는 한편의 동화였다.
자다 깬 얼굴, 전형적 아줌마 몸매에 뽀글이 파마를 하고 나온 수잔 보일이라는 47세 영국노처녀는 전 세계 1700만 네티즌들로부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나도 그녀의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그녀의 맑고 힘차면서도 건실한 노래 소리에 반짝 기운을 얻었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DNA’가 만만치 않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굳이 셰익스피어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영국민의 문화예술적 전통은 세계의 종주국으로서 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국민의 65%가 ‘휴가 선용법’으로 소설읽기를 꼽고 있으며 현재 세계 뮤지컬계를 장악하고 있는 ‘뮤지컬 BIG 4’는 모두 ‘메이드 인 잉글랜드’라는 것만으로도 영국인들의 ‘예술적 DNA’는 알아줄 만하다.
영화는 또 어떤가! 영국감독이 만들었다면 일단 ‘안도감’이 들지 않은가. ‘영국영화’의 클래식한 멋은 웬만한 감독들이라면 모두 부러워할 것이다. 비틀스나 퀸으로 대표되는 영국대중음악도 빼놓기 어렵다. 이밖에도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문화대국 영국’의 파워는 세계적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문화 예술적 전통이 국민들 정서에 은연 중 작용하고 있어서일까? 영국인들이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듯하다.
어제(16일) 밤 10시 현재 전 세계 네티즌 1700만명이 클릭했던 동영상의 주인공 수잔 보일 역시 영국인의 ‘문화예술적 DNA’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것이 영국인이다’라는 드높은 민족적 자긍심과 저력을 만방에 알린 ‘깜짝쇼’였다고나 할까.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라는 영국 텔레비전 방송국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서였다. 그야말로 ‘스타 탄생’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어수룩해 보이는 외모로 무대에 오른 뒤,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이가 몇 살이냐’는 둥 무례한 질문을 던진 심사위원과 그녀의 ‘재능’은 전혀 모른 채 단지 허름해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야유를 보낸 관객들에게 그녀는 아주 통쾌한 ‘복수극’을 펼친 셈이다.
더듬거리면서 자신이 사는 동네조차 제대로 소개 못하는 모습이라니... 지금 하는 일 없이 놀지만 앞으로 영국의 전설적인 배우 겸 가수인 일레인 페이지처럼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혀를 차는 관객이 한 둘이 아니었다. 언감생심 넘볼 걸 넘봐야지라는 싸늘한 표정들...
그러나 야유와 비아냥의 굴욕을 극적으로 뒤집는 대반전의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했다.
미국 TV의 스타발굴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시니컬한 비평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의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순간적으로 납작코로 만들어버린 수잔 보일의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노래솜씨는 가히 일품이었다.
심사위원답게 까다롭고 엄격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3명의 심사위원들은 한순간에 그녀를 경배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기 시작했고, 여자 심사위원은 눈물마저 글썽였다. 객석에서도 환호와 격려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 피어스 모건은 “이 쇼의 심사를 맡은 지 3년이 되었지만 이렇게 놀란 적은 없었다. 당신의 목소리와 호소력 있는 노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노처녀라지만 처음 본 숙녀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결례를 저질렀던 거만한 사이먼 코웰조차 “당신은 이제 얼굴을 높이 들고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가도 되겠다”는 후한 평을 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코웰은 늘 참가한 신인들의 기를 죽이는데 선봉장 노릇을 했던 고약한 심사위원이었다.
자신이 부른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처럼 그녀에겐 ‘꿈’이 있다. 노래로서 전 세계의 ‘지친 영혼’들에게 힘을 주고 그들을 위로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은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너무 빨리 평가해 버린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내가 몸소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버리는 건 영국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이런 그녀를 보면서 세계 어린이의 ‘우상’인 해리포터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생각난다. 다 알다시피 어린 딸아이의 우유 값이 없어 쩔쩔매면서 허름한 카페에서 동화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했던 조앤 롤링은 이제는 10억불 이상의 세계 최고부호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재벌’이 되었다. 현재 그녀의 재산은 무려 1조 200억 원! 45세된 여성이 '맨손의 펜'하나로 그런 엄청난 부를 이뤘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아마 ‘셰익스피어의 조국’ 영국의 문학적 DNA와 예술지향적 민족정서가 가난한 독신녀의 정신적 버팀목 노릇을 했을 것이다. 조앤 롤링의 ‘대성공’은 가히 엽기적인 기록 갱신을 하면서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65개 언어로 200개국 이상에서 번역됐고, 4억 권 이상이 팔려 성경다음으로 최고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운 해리포터시리즈의 작가로서 그녀의 시작은 그토록 미미했었다. 이제 그녀는 ‘문학적 여왕’으로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조앤 롤링이나 어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수잔 보일은 ‘현대판 신데렐라’로 영국인의 문화예술적 자존심을 드높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수잔은 더 이상 ‘무명가수’가 아니다. 노래경력이라곤 12세 때까지 교회성가대에서 활동했던 게 전부였지만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그녀는 2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한번 이뤄보라’고 ‘유언’한 대로 가수의 ‘꿈’을 이룬 것이다.
스코틀랜드 고향으로 일단 귀향했지만 수잔은 어느새 매스컴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만있을 매스컴이 아니지)
방송출연 교섭을 비롯해 출판사 음반회사로부터 제의가 물밀듯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우리 귀에도 수잔 보일 표 CD 음반의 기운찬 노래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지금 40대 중반이며, 고양이와 둘이 살고 있고, 키스를 해본 적 없으며, 직업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던 수잔 보일은 이제 ‘21세기 신데렐라’가 되어 새로운 스타반열에 들어섰다.
‘촌뜨기아가씨’ 수잔 보일의 스타탄생 뒷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신나고 재밌다. 그래서 아마 순식간에 전 세계 네티즌 1700여 만 명이 ‘클릭의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 http://talent.itv.com/ -이곳을 클릭하시면 수잔 보일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실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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