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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홀’ ‘신데렐라 맨’ ‘그 바보’-드라마 삼국지의 승자는?

스카이뷰2 2009. 5. 1. 00:50

 

 

 

  ‘시티 홀’ ‘신데렐라 맨’ ‘그 바보’-드라마 삼국지의 승자는?


3년 전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드라마작가 조소혜는 병상에서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시청률이었다”는 처절한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시청률’이라는 건 사람을 잡을 정도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TV드라마작가를 필두로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는 PD를 비롯한 스태프 그리고 누구보다도 ‘주연급 남녀배우’들에게 ‘시청률’이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지상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겐 거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햄릿의 대사를 절로 중얼거릴 정도로 심각한 생업인 것이다.  


이번 5월엔 주간 드라마들의 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드라마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티홀, 신데렐라맨, 그저 바라보다가, 이 세 편의 수목드라마가 우리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세 편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편하게 채널 돌리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평범한 시청자들이야 그저 심심풀이로 안방에 누워서 혹은 거실 소파에 편안히 앉아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도피처로 드라마를 골라보는 ‘축복’을 누릴 수 있지만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아마 죽을 맛일 것이다.


드라마 삼국지의 첫 주자는 권상우· 윤아 주연의 MBC의 ‘신데렐라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첫아들을 얻은 기쁨을 진솔하게 고백한 권상우의 컴백 작이어서 기대를 갖고 봤다.


권상우가 재벌 후계자와 동대문시장의 3류 디자이너라는 극과극의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해낸다는 게 좀 찜찜했는데 역시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권상우 자신은 매우 열심히 연기를 하려는 모습이 확연했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재벌후계자라는 스토리 설정도 다소 진부한데다가 ‘신의 저울’에서 열연했던 송창의가 조연 비슷한 역을 맡은 것도 왠지 극의 균형을 깨고 있는 듯해 보인다.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가 ‘너는 내 운명’이라는 일일 막장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여주인공을 맡은 것도 제작진 입장에선 쾌재를 부를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윤아는  별 호감이 안 가는 스타일이어서 일찌감치 이 드라마는 보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저께 첫 회를 함께 시작한 SBS의 ‘시티홀’과 KBS의 ‘그저 바라보다가’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다.

두 편 모두 호화배역진으로 일찌감치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어려움이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했다.


몇 해 전 대박을 터뜨렸던 삼순이 이미지와 비슷한 김선아의 코믹 연기가 발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시티홀은 ‘정치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적잖은 시청자들 구미에 딱 맞는 코믹 정치물로 1,2회 모두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재밌는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시티홀은 TV 드라마 사상 ‘도지사’ ‘시장’ ‘부시장’이라는 공무원이 등장하는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그것도 과장된 몸짓과 대사로 ‘정치 불신시대’인 요즘 공직사회를 한껏 풍자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 같다.


‘10급 공무원’ 김선아의 푼수연기는 아마 현존하는 어떤 여배우도 따라하기 어려울 듯하다. 영화배우로 입지를 굳혀온 차승원의 능청연기도 점수를 줄만하다. 다소 느끼하게 오버하는 듯해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야망’을 가진 정치인을 코믹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해 볼만 하다.

더구나 ‘4·29 재·보궐선거’의 후유증 덕분인지 시티홀에 시청자들이 많이 몰렸다고 한다.


KBS2의 ‘그 바보’는 제목에서 벌써 지고 들어가는 드라마다. 원제는 ‘그저 바라보다가’라는데 드라마 시작부터 세 글자로 축약해 불린다는 게 불길한 조짐 같다.


물론 약자로 불린 드라마 중에 히트한 것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 바보’는 대한민국 톱 여배우와 평범한 우체국 직원의 계약 연애라는 줄거리부터가 ‘신데렐라 맨’ 못잖게 진부하다.


벌써부터 일본의 무슨무슨 드라마를 표절했다는 둥, 프랑스 무슨 영화를 표절했다는 둥의 지적이 나오는 것부터가 그만큼 드라마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작년에 내가 봤던 미국영화 ‘내가 찍은 그녀는 최고의 슈퍼스타’라는 영화와도 줄거리가 비슷한 것 같다. 하기야 신분이 다른 남녀의 러브스토리야 워낙 고전중의 고전 스토리다보니 줄거리를 나무랄 것까진 없지만 연기 잘한다는 황정민의 모습도 이상하게 어설퍼 보인다. '미녀는 괴로워'로 유명해진 김아중도 여전히 발음이 잘 안들리고 경직된 표정이라 시청자들의 드라마 몰입을 불편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판세는 어느 정도 드러난 것 같다. 대체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재미도 있는 법이다. 재미없이 시청률이 높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재미는 있지만 시청률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긴하다. 그럴 땐 그 재미에 대중성이 모자란 탓일 것이다.     

 

어쨌든 ‘시티홀’은 아무래도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진데다, 대중적인 조미료도 듬뿍 친 덕분인지 시청률도 이 3편 중 제일 높게 나왔다고 한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10급 푼수때기 노처녀공무원이 시장의 자리에 오른다는 신데렐라적 요소와 대권의 야망을 갖고 좌충우돌하는 신예정치인과의 황당 러브스토리를 적당히 버무린 시티홀이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구미를 제일 잘 맞춰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5월 드라마 삼국지’의 간략한 맛보기와 그들의 시청률 전쟁을 잠깐 체크해봤다. 다른 세계도 그렇겠지만 ‘1등’을 차지한다는 건 실력도 있어야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시티홀’은 운도 따라주는 드라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