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두 스포츠카가 오늘 나를 놀라게 만든 포르쉐 카이맨이다.
새로 문 연 포르쉐 자동차매장에서 놀란 이야기
요즘처럼 꽁꽁 얼어붙은 불경기에도 한 대에 1억6천만 원에서 3억 원 정도하는 수입외제차가 씽씽 날개 돋친 듯 잘 팔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마침 조금은 졸린 기운이 있던 나는 귀가 번쩍, 눈이 확 뜨이는 것 같은 놀라운 체험을 했다.
바로 내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에서 생긴 일이어서 더더욱 놀란 것이다.
내 주변에 이렇게 부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것과 서울의 강남도 아닌 신도시에서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1억6천여만 원이 넘는 외제차가 무려 십 여대나 팔려나갔다는 ‘신문에도 안 난 뉴스’는 그렇잖아도 소심한 나를 퍽이나 놀라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 외제차 매장은 아직 간판도 달지 않은 상태로 말하자면 ‘영업 준비중’인 상태인데도 ‘몰려드는 고객님’ 덕분인지 담당 남자 직원은 아주 훤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정식 개업식은 3월초에나 한다는 것이다.
나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현대 에뜨레보 빌딩 1층은 입구 쪽에서 볼 때 왼편에는 BMW매장이 있고 오른 편엔 지난 2년 사이 음식점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경제가 비상사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민용 식당’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다는 건 사실 그리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요 근래 하루가 멀다 하고 문 닫는‘자영업 식당’이 늘어가고 있다는 건 아예 뉴스거리도 아니었다.
이 빌딩의 1층 매장도 처음엔 ‘낙지한마당’이라는 수제비집이 제법 잘 되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인이 바뀌고 오리고기 전문점이 들어섰다.
오비이락이라든가 그 오리전문점이 문을 열기 직전부터 ‘사스’라는 흉측한 돌림병이 발생해 매스컴에선 온종일 ‘사스 뉴스’로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천하남이지만 ‘준비중’이라는 팻말이 초라하게 붙어있는 그 식당 앞을 지나치면서 우리는 혀를 끌끌 찼다. 너무 딱한 사정인 듯싶었다.
결국 그 식당은 문도 열지 못한 채 계속 ‘준비중’ 팻말이 붙어 있다가 그 채로 또 주인이 바뀌었는지 이번엔 소고기 전문집이 생겼다.
그러나 터가 불길해선지 그 음식점 문 열고 또 며칠도 못가서 그 유명한 ‘광우병 파동!’이 생겼다. 아이고 맙소사.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주인장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정말이지 동정이 갔다.
그 식당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냉면을 한 그릇에 3천원에 세일한다든지 갈비탕도 3천5백원에 판다라는 종이쪽지를 수시로 내 붙였지만 ‘광우병 광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도 그 광우병 광풍 시기엔 하도 ‘소고기’ ‘소고기’하는 바람에 ‘소고기 멀미’가 난다면서 무슨 절간의 스님도 아니건만 아예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니 그 식당이 버텨내는 건 불가항력이었다고나 할까.
그 식당은 결국 석달을 못 버티고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는 근 1년을 빈 매장으로 을씨년스럽고 어두침침해서 에뜨레보 빌딩에 처음 오는 방문객에겐 이 빌딩의 이미지가 영 좋지 않게 각인될 것 같았다.
나도 빌딩 현관 입구를 들어서면 썰렁한 기운이 느껴져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요즘은 워낙 세계적인 불경기라니까 그 넓은 매장에 입점하는 점포도 없으려니 싶었다.
그러다가 한 보름 전쯤부터 무슨 자동차 매장이 들어서는 듯했지만 별 관심없이 지나쳤다.
그러다가 오늘 오후 아주 멋진 스포츠카 두 대와 SUV스타일의 꽤 그럴싸한 차가 두 대 서있는 걸 봤다.
원체 스포츠카에 관심이 좀 있었던 터라 쇼윈도 바깥에 서서 구경하고 있으려니까 호인형의 젊은 남성이 공손히 목례를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 왔다.
“차가 참 괜찮네요.”
“예 새로운 스타일인데요, 아주 잘 나갑니다”
“예? 잘나가요?” 요새 여기저기서 자살자가 속출하고 실질적인 실업인구가 300만이 넘어섰다는데 무슨 생필품도 아니고 멋들어진 외제차가 잘나간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열렸다.
마침 맞은 쪽 BMW 매장도 문을 열었기에 그 쪽을 흘끔 보면서
“저 집이랑 경쟁이겠네요”라고 내가 넌지시 말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 하는 말이 걸작이다.
“우리 차와 저 쪽 차는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클래스가 다르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그 남성 직원의 얼굴은 무한한 자부심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BMW쪽 차와 지금 막 들어선 이 포르쉐라는 차의 모양은 확연히 달랐다.
“이건 얼마정도 하죠?”라고 그 날렵한 스포츠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1억에서 3억 사이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직원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외제차 값이 비싸다는 건 어느 정도 알았지만 좀 심하게 비싸구만... 물론 속으로 중얼거렸다.
‘카이맨’이라는 그 스포츠카는 몰고 다니면 확 눈길을 끌 것 같았다.
“이곳 땅 부자들 돈 안 아끼십니다.” 안쪽 매장에 들어가서 보시라면서 직원이 우리에게 한 말이었다. 설마 그가 우리같은 오갈데없는 책상물림들을 ‘이곳 땅 부자’로 보진 않았을 텐데...
아무튼 돈 아끼지 않는 땅부자들 덕분에 열흘 남짓 사이에 1억6천만 원이 넘는 엄청나게 비싼 스포츠카가 10여대나 팔려나갔다니... 내가 전혀 모르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부자의 세계’가 바로 내 오피스 1층에 존재했다니... 그야말로 무슨 유행가의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래도 대한민국 아직 죽지 않았네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한켠에선 최저 생계를 걱정하고 아무 일자리나 제발 잡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데 조금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냉정히 말한다면 ‘돈이 말하는’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야 돈 있으면 그렇게 1억6천만 원이 넘는 차 한 대쯤 그냥 생필품 사듯 척척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땅부자들’의 큰 씀씀이가 놀랍기도 했지만 왠지 이러다 대한민국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처럼 극심한 ‘양극화’로 치닫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주일 오후를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전혀 몰랐던 ‘부자들의 신세계’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상하게 그들이 부럽지는 않다. 만약에 내가 그런 ‘땅부자’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비싼 스포츠카를 척척 구입하진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도 들었다. 하기야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내가 한 1000억원 정도 재산이 있는 땅부자라면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나는 그 순간 ‘오 마이 블로그! ’하면서 우리 블로그에 이 ‘놀라운 뉴스’를 올려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는 걸 우리 블로그 방문객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 그리고는 이내 그런 내 자신의 이 참을 수 없는 ‘쫀쫀함과 소시민적 사고방식’이 한심해 그저 싱긋 웃고 말았다는 걸 덧붙여 말하고 싶다.
여러분은 이 ‘뉴스’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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