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케네디양에게 자필쪽지를 웃으면서 주고 있다.(AP-연합뉴스)
오바마가 케네디 선생님께 보낸 쪽지, B와O의 글씨체가 만화적이다.(AFP)
오바마의 ‘귀여운 쪽지 사인(sign)’
오늘 아침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사인(sign)’을 보면서 미국 국민이 행복하게 보였다. 신문에 실린 토막기사와 우표 두 장 크기의 사진 속에 떠있는 오바마의 깜찍한 사인을 보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우선 오바마의 사인에선 그가 어렸을 때 만화를 많이 본 것 같은 솜씨가 역력해 보인다.
버락 오바마의 첫 글자 B와 O를 휘갈겨 쓴 왼손잡이 오바마의 사인 필적은 귀여운 ‘만화 캐릭터’와 꽤 비슷하다.
오바마의 ‘귀한 사인’을 받아낸 주인공은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에 사는 열 살짜리 초등생 케네디 양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민과의 대화 모임’에 참석했던 케네디양의 아버지는 자신을 따라오느라 학교에 결석한 딸에게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 소리를 들은 오바마는 즉시 “내가 쪽지를 써드릴까요”라고 물었고 청중석에선 대통령의 ‘농담’에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오바마는 즉석에서 하얀 쪽지에 “케네디의 선생님께-케네디의 결석을 용서해 주세요. 케네디는 저와 함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라고 쓴 뒤, 열 살짜리 꼬마 케네디에게 이 쪽지를 건네주었다.
대통령의 ‘친필 쪽지’를 받은 이 소녀는 이 날 대회 모임 입장권과 함께 이 쪽지를 액자에 넣어 소중히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에는 물론 '복사본'을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 이 어린 소녀의 마음속엔 ‘대통령아저씨의 다정함’이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다.
슬하에 열 살 말리아,일곱 살 사샤, 두 딸을 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자상하고 다정한 아빠’로 “내 딸들에게서 나는 날마다 내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의 기쁨을 보고 어머니의 경이로움을 본다”고 말할 정도로 딸들과 세상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와이에서 백인 외조부모 아래 성장한 오바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응석받이’로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랐다. 하와이에서 보험중개사로 생계를 꾸렸던 할아버지는 까만 피부의 외손자를 해변에 종종 데리고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얘는 특이하게 생겼네요”라고 말하면 할아버지는 “그 애의 아버지가 이곳 왕손의 혈통입니다”고 답하곤 했다. 피부색이 다른 외손자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오바마의 조부모는 ‘물심양면’의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오바마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의 아빠가 케냐 한 부족의 왕이고 내가 그 왕위를 물려받을 것이야”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했다고 한다.
케냐의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에 유학왔던 오바마의 아버지는 어린 오바마에겐 우상이었다. 열 살 무렵에야 겨우 ‘상견례’를 한 이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버지와 보낸 나날을 오바마는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했다.
아버지가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 1일 교사’시간에 나서기로 하자 어린 오바마는 행여나 아빠가 실수할까봐 엄청나게 고민했다고 그의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경제학박사 출신인 오바마 아빠는 해박하고 유머 넘치는 강연으로 꼬마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그 후 오바마는 멋쟁이 아빠 덕에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오바마가 미국의 지방도시에서 초등학생의 ‘결석사유 쪽지’를 직접 써서 준 것은 그 옛날 오바마가 하와이초등학생시절 그의 아버지가 오바마 반의 초등생친구들에게 강연했던 것과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또 ‘큰 인물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말도 떠오른다.
디테일에 강해야 성공한다는 말은 곧 타인을 배려하는 세심한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 오바마의 친필쪽지는 그렇게 세심하면서도 휴머니즘 넘치는 성품을 국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본다. 아직 젊은 오바마로선 그의 그런 선한 이미지가 '차기'를 보장하는 큰 받침돌 노릇을 해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가 정치적 제스추어나 쇼맨십이 너무 강하다는 부정적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쇼맨십이 강하다해도 이런 제스처는 빈마음으론 보여주기 어려운 일이다.
오바마의 ‘진정성 어린 쪽지’는 아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아주 좋은 이미지를 줄 것이다.
오바마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섬긴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겸손한 마음가짐이 순간적으로 그런 ‘쪽지’를 쓰게 만들었을 것 같다.
오바마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두 가지 이유로 “겸손함과 잘 생긴 외모”를 꼽았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에는 ‘왕자병 증세’가 다소 있어 보이지만 그의 그런 유머감각과 천부적 ‘겸손함’이 그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한 요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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