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에 25만원이나 하는 대장금 한정식 상차림.(동아일보 전영한기자사진)
1인분 한 상에 25만 원짜리 ‘대장금 한정식’
며칠 전 신문에 1인분에 25만 원짜리 전통 궁중요리 ‘대장금 한정식’이 소개되었다. ‘한식 최고급 명품으로 승부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국문화재 보호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오는 9월 8일부터 선보이는 한정식이다.
이 ‘한정식 대장금’은 중요무형문화재 궁중음식요리 기능보유자 한복려씨와 한국의 집 요리사들이 메뉴를 새로 개발해 마련했다고 한다.
메뉴는 구절판, 오자죽, 물김치, 대하잣즙채, 전유화, 보김치, 민어구이, 약선연저육, 섭산삼, 생야채, 신선로, 전복초, 송이 떡갈비, 골동반, 전통한과, 오미자차의 코스 요리다.
한국의 집 관계자는 이 ‘대장금 한정식’을 공개하면서 “고품격의 정통 궁중요리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겠다”며 “음양오행, 오색오미의 조화에 맞게 재료를 배합해 아름답고 고혹한 한국의 집 분위기에 맞는 메뉴를 구성해 내놓은 것이다. 음식을 넘어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킬 정도의 경지라면 그 음식 맛은 과연 어떨까?
어쩐지 편치 않은 이미지와 분위기가 연상된다. 글쎄 요즘 세상엔 하도 ‘예술적인 것’에 목말라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급기야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마저 ‘예술’을 버무리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지만 음식을 너무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에겐 ‘위화감’만 느껴질 뿐이다.
게다가 1인분에 25만원! 이라니... 물론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는 옛 유행가도 있듯이 형편 안 되는 사람은 그냥 ‘그림의 떡’으로 구경만 하면 될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1인분에 25만원이라는 가격대는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인격’을 우롱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세금과 봉사료까지 합치면 30만원 돈인데 대체로 그런 식당엔 두 사람이상 가서 먹을테니 대장금 한정식 한번 먹으려면 돈 백만원은 준비해가야한다는 소리다.
하기야 지난여름 제주신라호텔에선 1인분에 35만원하는 ‘삼계탕’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우리 블로그에서 전한 적도 있다시피 요샌 1인분에 수십 만원 하는 ‘요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게 하나의 ‘트렌드’인가보다. 하지만 ‘한식의 세계화’니,음식의 예술화’니 부르짖으면서 ‘살인적인 가격’을 매겨 내놓는 저 요리들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반 국민들에겐 저렇게 1인분에 20~30만원 대의 ‘음식구경’을 ‘눈요기’로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고 본다. 있는 사람들에게야 그깟 이삼십만원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한달 88만원세대라는 젊은이들에겐 한없는 소외감을 느끼게 할 것같다. 젊은세대뿐이겠는가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그런 음식값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 물론 재벌들에게야 그 정도는 '검 값’이겠지만.
그 요식업자들이 그런 식으로 ‘고가의 음식’을 내놓는다는 건 평범하고 소박한 일반국민들을 우롱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아무래도 지우기 어렵다.
‘한식의 세계화’가 굳이 저런 식으로 ‘한식의 고가화’로 바뀐다면 과연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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