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제자 조교를 ‘식모’처럼 부려먹다 패소한 여교수

스카이뷰2 2009. 8. 27. 20:32

                                                                    다시보고 싶은 영화'타인의 삶',

    

         제자 조교를 ‘식모’처럼 부려먹다 패소한 여교수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조금 전 인터넷 뉴스 서핑을 하다가 별 희한한 사건을 봤다.

요새야 워낙 이상한 일들이 자고나면 생기는 시대라서 웬만한 ‘사건’엔 눈도 깜짝 안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은 그러면서도 예전부터 심심찮게 들어왔던 ‘오래된 이야기들’이어서 더 기가 막힌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한 유명 사립여대의 50세 된 박 모라는 여교수가 자기 제자인 대학원생 조교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가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유명 사립여대라니 이화여대나 숙명여대 쯤 되는 것 같다.

 

박 모라는 그 여교수는 평소 대학원생 5명에게 집 청소, 청소기 필터 교체, 자기 집 욕조 닦기, 쓰레기 분리수거, 장보기 각종 고지서 관리등 사적인 일들을 수시로 시켰다고 한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법정’에서 밝혀진 것이니까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 여교수는 또 2006년 9월 자신의 추천 덕에 조교가 된 대학원생 A씨가 받은 장학금 550여 만 원을 ‘연구 조교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환을 요구해, A씨로부터 이 가운데 27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거의 갈취수준이다.  벼룩의 간을 뺏어 먹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박씨는 그 ‘죄 없는 어린 여 조교’에게 나머지 장학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다가 이를 견디지 못한 A씨가 2007년 1월 학교측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학교 측 징계위원회는 박씨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이게 어디 감봉 1개월로 그칠 사안인가!

 

사건은 여기서 조용히 막을 내렸을 수도 있는데 이 대단한 박씨 여교수는 제 잘못은 시렁 위에 얹어놓고 학교 측의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원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며, 심사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아주 기고만장했던 여교수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제자들에게 집 청소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장학금을 빼앗은 교수에게 내린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 1부(재판장 이내주 부장판사)는 박 모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청심사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월27일 밝혔다. 이런 판결이야 굳이 판사가 아니라도 내릴 수 있겠다.

 

이쯤 되면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작태가 신성한 대학사회에서 자행되었다는 것인데...사실 그동안 교수들과 조교들에 얽힌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은 수없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수준이하, 상식 밖의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 어린 조교들이 ‘무서운 여교수님’으로부터 받았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남의 집 딸들 이야기지만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명색이 유명 사립여대 교수인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어린 제자들에게 횡포를 부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명 사립여대를 들어가 공부할 학생들이라면 웬만한 집안의 ‘규수’들이었을 텐데, 교수 집 쓰레기 분리수거나 하고 있었다니...

 

더구나 학교 측이 겨우 ‘감봉 1개월’이라는 너그러운 처분을 내렸는데도 뭐 그리 잘했다고 이를 법원까지 끌고 간 그녀의 그 엄청난 ‘기개’가 가히 천하장사급이라 할 수 있겠다. 요는 그 여교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다고나 할까?

 

대학 측은 이런 자질 미달의 교수들을 대학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지 고작 ‘감봉 1개월’로 넘길 심산이었던 것도 좀 우습다. 아마 그 여교수가 무슨 대단한 ‘빽’이라도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그 여교수 밑에서 또 ‘배워야할’ 그 학교 학생들이 정말 안쓰럽다.

21세기에 이런 19세기 말에나 있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교수 재임용'은 이럴 때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제도같은데 그 대학측 관계자들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