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한 그릇에 42만원하는 제주 신라호텔 삼계탕

스카이뷰2 2009. 8. 12. 11:13

  

                            한 그릇에 42만원하는 제주 신라호텔 삼계탕

 

                                      위풍당당 한 그릇에 42만원짜리 삼계탕 모습(매일경제사진)


지난 11일자 한 경제신문에 소개된 1인분 35만원(세금· 봉사료별도)하는 제주신라호텔 한식당의 삼계탕 기사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속된 표현으로 ‘밥맛이 떨어졌다.’ 삼계탕이란 ‘뻔한 음식’을 세금· 봉사료 포함해 42만원이나 받는다는 건 소비자 우롱행위가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 신라호텔 한식당 관계자는 “삼계탕을 중국 건강식인 불도장처럼 발전시키기 위해 최고 가격대 명품 삼계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42만원이나 하니 그냥 ‘일반 삼계탕’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이런 얘기도 영 구차스런 변명처럼 들린다. 


일단 그 한식당 관계자의 ‘황금 삼계탕 제조 비법’ 설명을 소개해 본다. 

산삼 종자를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수 십 년간 키워 천연삼 효능을 그대로 지닌 ‘산양삼’이 뿌리째 들어간다. 제주에서 자란 자연산 전복을 함께 넣어 무기질과 비타민, 아르기닌 등 영양소도 첨가한다.


닭고기는 아직 야생성이 남아있는 제주도 재래품종을 사용한다. 이 닭은 사육할 때부터 자연 발효사료를 먹여 질병에 강하고 육질도 건강하다. 여기에 보양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각종 한약재를 고아내 육수도 한층 깊은 맛을 낸다.


삼계탕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당뇨병, 고혈압, 간 기능 등에 효과가 있는 ‘초밀란’도 같이 나온다. 이 초밀란은 암탉이 처음 낳은 초란을 감식초에 담가 숙성해 만드는데, 면역력 강화와 피부미용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식후에는 산삼차도 나온다.


제주 신라호텔 한식당 관계자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를 사용해 셰프가 요리개발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특히 효능과 맛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약재를 섞어 국물을 내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조합을 바꿔가며 연구를 거듭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수십년간 키워온 산양삼’이라는 것과 ‘야생성이 남아있는 제주도 닭’을 재료로 썼다는 대목이 좀 우습게 들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 값은 제품을 만드는 측에서 정하는 게 당연하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제조사 마음대로 얼마를 받든지 그건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산양삼을 쓰고 야생성이 남은 제주도 닭으로 만들었다 쳐도 어떻게 ‘42만원’이라는 가격대의 삼계탕을 식단에 올릴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초고가 삼계탕 얘기를 듣는 순간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얘기가 떠올라 혼자 웃었다.


대체로 그런 관광지 호텔 식당엔 두 사람 이상이 가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제주 신라호텔 한식당에서 그 ‘삼계탕’을 가족단위로 시켜먹는다면 순식간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수백억 자산가에게 까짓 돈 백만원 쯤이야 껌 값이겠지만 우리네 일반 시민들에겐 거의 한달 식비 수준이다.


물론 삼성이나 LG, 현대 같은 대기업 임원급 이상이나 ‘큰 손’들로 알려진 부자들이야 한 그릇에 42만원하는 삼계탕을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부자상대의 호텔 식당이라도 ‘상식적인 가격’이란 게 있을 텐데... 10만 원정도 라면 혹시 이해해줄 수도 있다.(그 가격도 일반인들에겐 분노를 느끼게 하겠지만.)


그런 초특급 호텔에서 식사할 사람들이라면 가격이 무슨 문제냐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서울에서 제일 맛있다는 삼계탕 집에서도 2만 원정도면 먹을 삼계탕을 제주도에서 무려 42만원이나 받는다는 건 거의 ‘범죄수준’이거나 ‘사회 위화감 조성수준’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선 ‘옷값’과 ‘음식값’이 쓸데없이 비싸다는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그런 옷이 썩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음식이 입에 딱 맞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바가지’를 당하는 불쾌함을 자주 느끼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야말로 ‘초강적(超强敵)’이 나타난 것 같다. 무슨 진시황의 불로초도 아닐 텐데... 한 그릇에 42만원하는 삼계탕! 누가 사먹을지... ‘진짜 부자’들은 자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운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런 가격의 삼계탕은 서로에게 불쾌감을 유발시킬 것 같다. 42만원이나 하는 삼계탕 한 그릇 사먹고 혹시 체하는 건 아닐지.

물론, 비싸면 안 사먹으면 그만 아니냐 라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아무리 부자들도 그런 ‘기절초풍하게 비싼’ 삼계탕은 맘 편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없는 사람’이 갖는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그릇에 42만 원짜리 삼계탕아! 너를 용서해주기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