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다음 뉴스사진)
나로호와 이영애와 중년 남성의 ‘로망’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아침이다. 우선 맨 먼저 눈에 들어온 뉴스는 나로호가 발사엔 성공했으나 궤도진입엔 실패했다는 소식이다.
결론은 대한민국이 자국 영토에서 로켓발사에 성공한 10번째 나라라는 기록도전에 ‘실패’했다는 소리다.
교육과학부는 발사 과정에서 1단과 2단 분리, 위성 분리는 성공했지만 페어링 분리 이상으로 위성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방금전 뉴스에선 그 잔해가 호주 앞바다에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패 원인까지 밝혀졌고 내년 4월에 재차 도전한다니 그리 크게 실망할 것도 없을 듯싶다. 더구나 대통령까지 ‘8전9기’하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발표했으니 내년엔 꼭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사실 ‘과학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이미 세계 10위권 안팎에 들어갔지만 이 로켓발사만큼은 7차례나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나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로켓발사 현장을 지켜보던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안타까워하는 표정들에서 오히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역설적인 생각마저 든다.
로켓이나 로봇은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만화의 주요 소재로 그들의 ‘로망’형성에 큰 기여를 하는 요소일 것이다. 이런 청소년 시기의 ‘로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아침 신문 한 구석에 어떤 남성 칼럼니스트는 같은 또래 남성들의 ‘로망’을 조사해본 결과 ‘지구와 인류를 구원할 로봇을 구상할 수 있는 비밀기지를 확보하는 것’을 ‘로망’으로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어릴 적 즐겨본 만화책으로부터 받은 ‘세뇌’가 중년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로망’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언제부턴지 우리 주변에선 ‘로망’이란 말이 아주 멋스런 단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다.
‘남성의 로망’이라든지 ‘여성의 로망’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신문 잡지에 등장하더니만 요샌 ‘로망’이란 말이 범람하는 듯한 인상마저 줄 정도로 ‘인기어’ 반열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인기 있는 ‘남성의 로망’ 중엔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여행’같은 것이 상위순번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목민들처럼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로망’이야말로 남성들의 마음을 여전히 뒤흔든다는 것이다. 그런 '로망'을 주제로한 차마고도 같은 다큐멘터리를 10번 이상 본 남성들도 꽤 많다고 한다.
중년 남성의 ‘로망’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목수’가 되고 싶다는 ‘로망’도 적잖다. 흔히 ‘DIY’로도 불리는 ‘손수 조립해 만드는 가구’같은 것을 만들면서 그들은 잃어버린 ‘원시에의 로망’을 달래본다는 얘기다.
어떤 남자는 “햇볕 쨍쨍 내리는 오후에 웃통 벗어던지고 대패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나의 로망이다”라고 했다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로망’같다.
왜 아니겠는가. 집에선 마누라에게 혼나지, 회사에 가면 상사에게 야단맞지,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진 한국 남성들이 ‘야수성’을 회복하고자하는 ‘로망’으로 그런 원시성을 소망한다는 것은 비단 남성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간절한 로망은 왜 없겠는가. 오늘 이 자리에선 우선 남성의 로망만 말하겠다.
이런 ‘소심한 로망’을 즐기는 한국 중년 남성들에게 오늘아침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의 극비기습결혼은 ‘아까운 로망’을 강탈당한 ‘비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 신문에는 아예 이영애의 결혼에 대해 '로망을 잃었다'고 허탈해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영애라는 여배우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주변의 남성들 중엔 ‘이영애 마니아’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언젠가 아주 근엄한 스타일로 화려한 관운을 자랑하는 고위관료출신에게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이영애’라고 다소곳하게 응답했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은 아주 수줍음 많은 사춘기 소년 같았다.
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 ‘산소 같은 그녀를 독차지한 남자는?’이라는 제목 아래 이영애의 극비결혼소식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법무법인을 통해 결혼발표를 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적 사정등을 고려했다'는 이상한 보도자료도 눈길을 끈다.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결혼발표를 해온 다른 연예인들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불쾌한 기운을 선사하는 것 같다.
자신의 결혼에 왈가왈부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국민 경고'같은 게 깔려있는 듯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마저 그녀의 결혼에 거부감같은 것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러거나말거나 이미 인터넷에는 아예 ‘이영애 CSI’가 결성된 듯하다. 그녀와 결혼한 재미교포 정모씨에 대한 자세한 인적사항이 그럴싸하게 나와 있다.
이 자리에서 ‘베일에 싸인 신랑’이 누구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신랑의 나이가 많게는 58세에서 미국나이로는 46세라는 얘기도 관심밖이다. 나이야 숫자에 불과하다질 않는가.
그녀는 이제 스스로 선택한 ‘자기 앞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의 결혼이 잘 되었네 못 되었네 말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아끼는‘스타’를 잃은 아쉬움이 그들, 속이 허전한 중년남성들로 하여금 ‘불평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것까지야 막을 도리가 없겠지만.
의외로 소박한 ‘로망’을 갖고 있다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의 ‘공통적인 로망’안에는 아내와 자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처럼 ‘나’만이 ‘로망’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양의 책임’이라는 강한 ‘짐’을 ‘로망’에서나마 벗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에 중년남성과 ‘극비 결혼’한 여배우의 존재는 어쩌면 이들 중년남성들에겐 ‘배신자’로서 존재할 것 같다. 그들 ‘로망’속에 영원한 이브로 자리했어야 할 텐데...
대한민국의 ‘초라한’ 중년 남성들의 ‘로망’은 그래서 안쓰러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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