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평범한 시청자가 본 미디어 법-방송사가 여러 개면 더 좋지 뭐!

스카이뷰2 2009. 7. 28. 06:54

                                               미디어 법 직권상정으로 난장판이 되었던 국회본회의장.(연합뉴스 사진)

 

   평범한 시청자가 본 미디어 법-방송사가 여러 개면 더 좋지 뭐!


작년 이맘때는 ‘광우병 소고기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요샌 또 자고나면 ‘미디어 법 타령’으로 여야 정치인과 시민단체, 심지어는 매스컴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까지 나서서 ‘찬반 전쟁’으로 야단법석이다.


지난주 직권상정으로 미디어법이 통과된 이후 오늘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상원수’처럼 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이 국회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한 앵커가 방송도중 웃음을 터뜨렸다는 불쾌한 소식도 날아왔다.


인터넷 상에서도 출중한 논리와 문장을 자랑하는 강호제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미디어 법에 대한 일가견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미디어법은 ‘언론악법’이어서 결사반대한다는 논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미디어 법을 ‘찬성’한다는 논객의 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추세가 그렇다보니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찬성의견’을 말했다가는 ‘몰매’라도 맞을 것처럼 분위기가 살벌하다. 워낙 소심한 나는 그래서 이런 '사심없는' 글을 쓰려다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지금 간신히 용기를 내서 몇 자 적는 것이다. 무슨 정치인도 아니고 뚜렷한 정치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디어법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대결'을 보면서 '단순한 시청자'의 입장을 말해 보고 싶었다.


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종합텔레비전 방송은 현재 KBS MBC SBS 3개뿐이다. 물론 YTN이나 mbn 같은 보도 전문 방송이나 이런저런 케이블 텔레비전방송이 있긴 하지만 그런 방송들이야 ‘종합’도 아니고 ‘볼거리’도 없어서  정식 채널로 ‘대접’해주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국력 규모로 봤을 때 종합 TV방송이 3개밖에 없다는 건 사실 이상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신문은 100개도 넘게 나오고 있는데 유독 텔레비전 방송사만 3개라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새로 텔레비전 방송을 허락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무슨 ‘독립 운동’투사들처럼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반대하는 건 좀 지나쳐 보인다.

만약 신문사를 유력지라는 조선·동아·중앙 3개사만 허락하고 나머지는 안 된다면 이게 말이 되겠는가!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유독 텔레비전 방송사만 3개로 제한하는 건 그야말로 헌법재판소에 문의해봐야 할 상황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세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통폐합이 강제적으로 이뤄졌었다. 그 때 삼성이 갖고 있던 TBC TV나 동아일보의 라디오 방송인 동아방송이 직원들의 눈물 속에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소문으론 당시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방송을 강탈당한 뒤 억울해서 병이 났었다는 말도 떠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서슬퍼런 군사독재가 하도 살벌해서 끽소리 한번 못하고 고스란히 ‘헌납’당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땐 비단 방송 뿐 아니라 신문사도 여러개 폐간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오늘, 정국을 태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디어 법’ 논란을 보면서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답답한 심정이다.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분명이 명시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텔레비전 방송국 신설을 막기 위해 몸을 던져 ‘결사항쟁’의 비장한 몸짓을 보여주는 사람들에 대해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지금 종합 TV 방송인 3사의 ‘방송 독과점’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지난 5월 말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한 가지 이슈로 TV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며칠 동안 동일한 방송을 ‘지겹도록’ 내보내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방송 독과점의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돌연한 자살은 슬프고 안쓰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몇날 며칠 식상할 정도로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방송3사의 직무유기이자 횡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비단 이 경우 뿐 아니라 예전에 탄핵방송을 비롯해 ‘정권 차원의 이슈’에 대해 ‘다른 목소리’는 거의 내보내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목청을 돋우면서 똑같은 내용을 내보내는 방송 3사의 ‘독과점 현상’과 ‘여론 왜곡’은 그야말로 ‘민의’를 ‘한 목소리’로 묶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역시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미디어 법을 ‘언론악법’이라며 결사반대하는 그룹에서야 이런 소리에 물정모르는 무식한 소리라며 눈을 흘기겠지만 어쨌든 방송 3사의 ‘유사한 방송 형태’를 보면서 새로운 채널이 생겨야 한다고 느낀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번 미디어 법 파동 와중에 밝혀졌지만 국내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조선일보마저 구독률은 11%에 불과하다는 게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에 비해 TV수상기가 없는 세대가 없을 정도로 전국 텔레비전 보급률이 엄청나게 높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방송의 위력’은 가히 메가톤 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시골오지마을 어린이들마저도 서울말씨를 쓰고 있겠는가. 텔레비전이 ‘표준어 보급’에 그만큼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샌 제아무리 유력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온다 해도 텔레비전 방송에 보도되지 않으면 그 영향력은 극히 미미한 게 현실이다. '신문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방송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텔레비전 방송국 예능PD가 결혼하는 게 ‘핫 이슈’가 될 정도이다. 며칠 전인가 우연히 소공동 롯데호텔에 갔다가 그런 현장을 ‘목격’했었다. 소위 ‘1급 연예인’들이 우르르 식장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어떤 아주머니는 “대통령 아들보다 PD가 낫네”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았다.


연예인들이 그런 PD들을 황제처럼 떠받든다는 소리는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방송PD들이 ‘출연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했다’가 구속되었다는 소리도 잊을만하면 심심찮게 터지곤 했다.


이런 위력이 곧 ‘방송독과점’의 병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명약관화한 일인 것이다. 아마 이런 추세로 나가다간 방송 3사의 영향력은 가히 ‘황제 급’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고 본다. 누구도 그들의 ‘권력’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방송 3사가 ‘미디어 법’에 극렬 반대를 하는 이유 속엔 혹시 텔레비전종합채널이 많이 생기면 경쟁이 치열해져 그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언론 악법’을 반대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잖아도 일각에선 ‘미디어 법은 밥그릇 싸움이 본질’이라는 소리마저도 들려오고 있다.


나는 지금 미디어 법 자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골치 아픈 법조항을 일일이 따질 전문적 능력도 없다. 무슨 정당에 속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종합 텔레비전 채널이 많이 생기면 시청자로선 ‘다다익선’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 법을 ‘악법’으로 치부하는 민주당쪽 사람들의 논리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그들은 그들의 그런 견해를 말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보수 반동 꼴통’으로 모는 그들의 ‘독재적 발상’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쪽 사람들이 잘했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민주당이나 방송노조원들이 말하는 대기업이나 보수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독재정권 연장’수단이 된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방송국도 신문사를 자유롭게 차리고 신문사도 방송국을 자유롭게 차릴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채널 선택권을 방해하는 게 과연 ‘언론 악법' 반대를 위한 행동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국민’은 그리 우매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더구나 이번 미디어 법엔 ‘규제 조항’도 만만찮아 제아무리 대기업이나 보수 신문사라해도 ‘제멋대로’ 날뛸 수는 없다고 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대기업이나 보수신문을 ‘악’으로 치부하고 그들을 무슨 ‘범죄 집단’처럼 여기는 것이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보수계열신문이 횡포를 부린다면 가만있을 대한민국 국민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다양한 채널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이런 방송은 보지 말고 저런 신문은 보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국민의 지적 수준도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 국민들에게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런 방송 저런 신문은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월권행위’다.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에선 미디어 법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민주당이나 방송노조원들은 또 여러 가지 ‘해로운 점’을 주장하며 서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시청자들 눈엔 그들의 그런 싸움을 보며 지겨운 생각마저 든다. 과연 저들이 진실로 순수한 의도에서 나라를 걱정하고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단순하고 평범한 TV시청자의 입장에선 그들의 여러 주장에 귀 기울이는 건 이제 너무 피곤하다. 누구 편도 들고 싶지 않다.   

단지 나는 말하고 싶다.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따지지 않고 그냥 자유롭고 단순하게 더 많은 종합채널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편안한 휴일, 우리 집 마루에서 사과를 먹으면서 재미있는 텔레비전 방송을 실컷 볼 자유가 나에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