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롯데백화점 DKNY매장에서 잠시 느꼈던 분노

스카이뷰2 2009. 5. 5. 21:49

 

                                                                        DKNY홈피에 실린 신상품. 이 사진의

                                                                    윗옷과 매우 흡사한 블라우스가 49만5천원.  

 

   롯데백화점 DKNY매장에서 잠시 느꼈던 분노


우리나라 백화점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오늘 오후 잠시 들렀던 서울 명동 롯데본점 DKNY라는 여성 의류 매장에서 본 여름용 흰색 반팔 블라우스 가격표를 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49만 5천원! 겨울 오버코트도 아닌 얇은 면 소재 반팔 블라우스 한 벌이 50만원 가까이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명품관의 물건도 아니고 그냥 백화점 매장 물건이 그렇게 비싸다는 건 일종의 ‘정신적 폭력’이라고 본다.

 

위 사진의 상의와 거의 비슷한 디자인으로 목둘레와 소매 언저리에 붉은 실로 아라베스크 문양과 인도 풍 수를 놓은 비교적 심플한 모양의 블라우스다. 디자인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그런 거였다.

몇 해 전 뉴욕에 갔을 때 메이시 백화점 근방 인도 옷 전문점에서 봤던 디자인과 아주 비슷했다. 인도 옷이어선지 가격이 매우 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롯데매장에는 ‘뉴 어라이벌’이라는 태그가 붙어있었다.


전혀 새 디자인은 아닌 듯한데... 신상품이랍시고 얇은 면 쪼가리로 만든 러닝셔츠 비슷한 스타일의 상의 한 벌에 49만 5천원의 정가를 붙여놓은 그 매장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기야 롯데 매장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DKNY회사 차원에서 책정한 가격일 텐데...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그런 얇은 면 블라우스에 어떻게 50만원 가까운 가격을 붙여놓는단 말인가!


처음엔 4만9천 5백원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아주 오래전 강남의 한 의류매장에서 잘 안 팔리는 물건에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 블라우스는 4만 9천원이라면 그런대로 합리적인 가격일 듯 싶은 그런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그렇잖아도 백화점 옷값을 볼 때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갈 때마다 속이 부글거리곤 했다. 하지만 오늘 본 그 블라우스 가격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너무 비싼 가격에 화가 나서 점원아가씨를 불러 이 블라우스의 소재가 뭐냐고 물었더니 면과 아크릴이 섞인 것이라고 알려줬다.

49만5천원 맞아요?”라고 묻자 아가씨는 “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자 아직 앳된 모습의 점원은 “직수입이어서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기야  고용원인 그 아가씨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백화점 옷값이 너무 비싸다는 보도는 잊혀질만하면 나오는 단골메뉴이긴 한데 시정조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비단 이 매장 뿐 아니라 오늘 대충 둘러본 롯데 매장 내 여성의류는 웬만큼 입을 만하다 싶으면 재킷 한 벌에만 60만원이 넘는 게 대세였다.


하기야 얇은 러닝셔츠 같은 블라우스 한 벌이 50만원 가까운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안사면 그만이지 웬 말이 그리 많냐고 힐난하실 부자 분들도 있겠지만 저렇게 폭력적인 가격’국민 정서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뇌물로 들어온 1억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단박에 써버리는 통큰 고관 사모님에겐 이런 50만원짜리야 하찮은 것이겠지만서도 우리네 서민들에겐 그런 터무니없는 고가 상품엔 분노만 치민다. 


DKNY라는 브랜드의 옷을 입어 본 일도 없고 별 관심도 없었다. 어렴풋이 뉴욕수입품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비즈니스 여성들을 위한 간소하면서도 세련된 의상스타일이라는 소개와 함께 도너 카렌이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나왔다.


미국 유명 여배우 수잔 서랜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 장관 등이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아마도 뉴욕에선 그야말로 비즈니스 여성을 위해 만든 ‘중저가’의 합리적인 브랜드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DKNY 불매운동’을 벌이는 블로그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중국계 여공들의 임금체불을 문제 삼고 있는 듯했다. 여기선 그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단지 나는 오늘 DKNY 매장에서 본 여름용 반팔 흰 블라우스 한 벌이 50만원에서 겨우 5천원 모자란 49만5천원이라는 ‘사소한 사실’에 너무 화가 나서 우리 블로그에 이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처럼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화가 잘 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