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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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윌리엄 왕자의 동화 같은 해피 웨딩 스토리
‘원 모어 타임!’ 영국 런던 버킹엄 궁 앞에 몰려든 1백만 하객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해피웨딩’의 피날레 장면인 ‘왕자님커플의 발코니 키스’가 너무 짧다며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부탁에 수줍음 많은 신랑은 마지못한 듯 신부에게 두 번 째 입맞춤을 했다. 하늘에선 영국 최정예 공군기의 축하비행이, 궁전 앞 잔디밭에선 ‘신민(臣民)’들의 탄성이 울려 퍼졌다.
꼭 30년 만에 재현된 버킹엄 궁 ‘ 발코니 키스’는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불린 영국 왕자의 결혼식의 마침표를 찍었다. 전 세계에서 왕자님의 동화 같은 결혼식을 구경하러 온 하객들과 런던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왕자님의 결혼식’을 제 일인 양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나와 ‘마지막 순간까지 왕자님의 마음을 돌려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는 ‘왕비 지망생 아가씨들’의 유머는 그들이 ‘왕실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줬다. 어린 소녀들과 소년들도 수줍어하는 표정이면서도 한껏 웃는 얼굴로 BBC-TV 기자의 인터뷰에 ‘왕자님 사랑해요, 축하해요’라는 말을 합창했다.
2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린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빈(嬪)의 결혼식은 ‘세기의 결혼식’답게 TV생중계를 지켜본 20억명이 넘는 지구촌 시청자들과 현지로 달려간 60여 만 명의 관광객 모두를 잠시나마 환상의 달콤한 러브스토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왕실 결혼식은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미국 CNN 등 주요 방송사와 통신사, 신문사 등 수천여 명의 취재진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문자와 화면이 전송됐다.
친할머니가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인 윌리엄 왕세손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로 올해 나이 서른 살의 현역 공군 장교로 헬기 조종사로 복무 중이다. 신부로 맞이한 케이트 미들턴은 전형적인 영국의 중산층 집안의 맏딸로 평민출신.
영국 왕실이 350년 만에 맞아들인 이 평민 출신 세손빈(世孫嬪)은 신랑과는 82년생 동갑나기로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9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입학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그들은 ‘10년 열애’ 끝에 지난해 10월 케냐에서 여행 도중 윌리엄 왕자가 모친인 다이애나 빈의 사파이어반지를 케이트의 손가락에 끼어주면서 청혼했고. 드디어 어제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도 ‘10년 연애’를 하려면 별별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듯 왕자님커플도 몇 차례 이별의 위기를 넘겨야 했다고 한다.
사실 요즘 같은 21세기 개명천지(開明天地)에 ‘신분 차이’ 운운하는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왕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올해 85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맏손자인 윌리엄 왕세손은 그야말로 ‘스페셜’한 신랑감이었다. 그 왕세손이 ‘평민’과 결혼하기까지에는 ‘왕실 내부 상황’과 그 밖의 여러 외적인 요인들이 그들에게 처음부터 ‘순탄한 양탄자’만을 깔아놓은 건 아니었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겠지만 윌리엄 왕세손은 유순한 인상이긴 하지만 어딘지 애수(哀愁)가 깃든 얼굴이다. ‘세기의 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왕자의 모친 다이애나 빈은 부친 찰스 황태자와 이혼 후 1997년 파리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36세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모친을 쏙 빼닮은 윌리엄 왕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을 것이다. 왕자의 마음 속 깊이 각인됐을 그 무렵의 상처는 세월의 흔적처럼 왕자의 얼굴에 그늘을 만든 것 같다.
당시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소년이었던 열다섯 살의 윌리엄 왕자가 장례식에 참석, 참통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은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장례식장이 30년 전 그의 모친이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고 이승의 마지막 고별식을 치른 바로 웨스트민스터 성당이다. 그리고 이제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한 윌리엄 왕자는 ‘꽃신랑’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해 성대한 결혼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모친의 '불행한 궁정생활'을 지켜본 속 깊은 왕자는 신부가 낯선 궁정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곁에서 잘 보살펴 주겠다고 말했다. 진홍빛상의에 청색 휘장을 걸친 영국 육군 장교 복장을 예복으로 입은 신랑의 모습은 신부를 향한 사랑과 배려심으로 한층 더 아름다웠다. 어린 시절 부모의 평탄치 못한 결혼 생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인지 서른밖에 안된 젊은 나이인데도 왕자는 심한 탈모증을 겪은 것 같아 안쓰럽게 보였다.
모친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주관했던 영국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왕세손의 주례를 맡은 것도 ‘대단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날 결혼식은 영국 왕실이 처음으로 평민 출신 신부를 맞는다는 점에서 영국민은 물론 영국 여왕을 국가 원수로 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과 영국 청교도들이 이주해 세운 미국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어쩌면 ‘일천한 역사’ 속에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인들에겐 이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왕자님의 결혼식’은 환상적이면서 부러운 ‘전통’일 것이다. 말하자면 ‘뼈대 있는 가문’과 신흥졸부의 심리상태라고나 할까. 왕자의 결혼식은 지난 해 11월 ‘결혼 발표’이후 결혼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5개월 동안 정성어린 준비 끝에 이뤄진 것이어서 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어 보였다.
결혼식장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도 내부 공사에만 1억 원 이상을 들일 정도였다. 결혼식 전날 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가 묵은 런던의 5성급 호텔인 고링 호텔은 이번 결혼식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비만 2억7,000만원이 들였다. 예비부부가 치른 하룻밤 숙박비는 무려 3,000만원!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는 지나친 호사 같지만 ‘대영제국 왕세손’이라는 타이틀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결혼식 직전까지 ‘톱 시크릿’이었던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영국의 일류 디자이너 세라 버튼이 제작한 것으로 왕세손 빈의 품격을 우아하면서도 깔끔하게 살려낸 ‘최고의 웨딩 드레스’라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가격대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반 미국인들의 웨딩드레스 평균가격은 약 2,450달러(한화 약 260만원)이지만 케이트 미들턴의 세라 버튼 드레스는 약 4만1,000달러(약 4,4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30년 전 1억 8,000만원이나 했던 다이애나 빈의 드레스와 비교하면 매우 소박한(?) 가격이라고 한다.
예식장을 한껏 빛내줄 꽃장식의 평균 비용은 최소 37만달러(약 4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영국의 일반인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 1,230달러(약 130만원)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신혼여행 경비로 평균 4,000달러(약 430만원)를 쓰지만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부부는 65만5,000달러(약 7억원)나 들어간다. 사실 이런 ‘결혼경비’를 왕실과 평민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젊은 캐머런 총리는 부인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기 직전 한 인터뷰에서 "이번 결혼식은 전세계에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훨씬 많은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왕실 당국자에 따르면 결혼식 비용은 1천 400억원 정도인데 경제적 파급효과는 3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대영제국의 영화로운 시절’에 비하면 그 정도의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하니 ‘은성(殷盛)했던 시절의 대영제국의 영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세계 최고의 문화제국의 자리는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영국에서 그것도 ‘왕실 결혼’이니 그 ‘수준’이야 가히 세계 최고로 ‘군림’할만하다.
결혼식은 아주 잘 만들어진 왕실 영화 한편을 본 듯 문화적인 포만감마저 들게 했다. 각 분야에서 영국 문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줄 최고들이 이날 오전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집결했다. 아마 영국 왕실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런 '클래스 있는왕실 결혼식'을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문화종주국'으로서의 영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구촌 20억명의 하객들은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한 셈이다.
이번 결혼식에서 제일 돋보이는 존재는 역시 신부 케이트 미들턴이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절세미인 신부‘ 케이트가 부친의 손을 잡고 성당에 입장하는 모습은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를 닮은 신부의 아버지도 ’평민‘이지만 사돈인 찰스황태자에 하나도 꿀릴 게 없는 당당함이 보기 좋았다. 신부의 모친도 '왕비' 못지않은 우아한 복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85세로 내년이면 재위 60주년을 맞이한다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연한 노란색 정장을 입고 품위있는 여왕할머니로서 자애로운 표정이었다. 그 옆엔 왕자의 할아버지 필립공이 90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예식에 초대된 하객들 역시 세계 곳곳의 왕과 왕비 혹은 왕자와 공주들 그리고 영국의 정치사회 문화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어선지 그들의 성장(盛裝)한 모습은 마치 화려한 무도회장을 보는 것 같았다.
이 결혼식은 단순한 왕실 결혼 이상이었다. 찰스 왕세자와 고(故) 다이애나 결혼 이후 30년 만에 세계인의 이목이 영국왕실에 집중된 순간인 만큼 자존심 높은 왕실가족으로서 전세계에 여전히 강건한 왕조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
'저물어가는 나라' 영국은 이 결혼식을 통해 여전한 전통과 품위,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려 했다.
결혼식의 웅장하고 격조 높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 연주는 런던 챔버 오케스트라(LCO)가 맡았다. LCO는 1921년에 설립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오케스트라다. 1920년에 설립된 영국 공군(RAF) 군악대 팡파르 팀 대원 7명도 LCO와 함께 연주했다. 선곡 역시 영국 국적이 적용됐다. 에드워드 엘가, 벤저민 브리튼, 본 윌리엄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이 선율을 탔다. 특히 어린 소년들의 밝고 깨끗한 목소리의 합창은 성스러운 분위기에 꼭 맞는 화음이었다.
합창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 성가대가 맡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성가대'는 20명의 소년 성가대원과 12명의 성인으로 구성됐다. 함께 노래한 '왕실 교회 성가대'의 역사는 노르만 왕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성가대 모두 왕실 결혼식을 비롯해 영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주최하는 큰 행사를 주로 맡았다. 국왕 직속 소년 합창단의 소년들 중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으로 보이는 동양계 소년들의 해맑은 모습도 보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윌리엄 왕자는 간간히 신부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소년 시절 모친을 잃은 왕자로서는 이 아름다운 신부가 어머니 같고 누이 같은 존재로 비쳐졌을 것이다. 대체로 어린 시절 모친을 잃은 남성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온순하면서 수줍은 표정을 윌리엄 왕자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다.
조금은 우수에 찬 왕자의 눈빛을 보며 신부는 애틋한 모성애를 느꼈을 것같다. 그렇기에 신부서약에서 신랑에게 '복종'하겠다는 단어 대신 ‘지켜주고 싶다’는 단어를 사용 했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는 왕자님이지만 총명한 신부는 신랑에게서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운 고독한 어린 왕자의 영혼을 발견했을 것이다.
결혼식에 앞서 윌리엄-케이트 커플은 노샘프턴셔에 있는 알소프 저택의 다이애나 묘소를 찾았다. 한 왕실 소식통은 "아들의 결혼식을 볼 수 없고 며느리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 않느냐"면서 윌리엄 왕자로서는 케이트와 함께 돌아가신 어머니 묘소를 찾아가 인사시키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왕실의 ‘지엄한 법도’속에서 모친으로부터 받아야할 ‘따스한 애정’을 받지 못한 왕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함께 이렇게 예쁜 신부를 맞이했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예비신부와 함께 모친의 묘소를 찾았을 것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의 기상청에선 비가 올 것 같다는 예보를 했지만 날씨마저 ‘왕자님의 결혼을 축복하는 듯 화창했던 것도 이들 ’로열 패밀리 부부‘의 앞길에 밝은 빛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영국 국기 유니온 잭을 흔들며 버킹엄 궁전 앞에서 환호하는 1백만 하객들은 막 ’부부‘가 된 왕세손 내외의 발코니 키스를 두 번씩이나 보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세기의 결혼식’을 TV 생중계로 한 시간 이상 지켜본 대한민국의 시청자 한 사람도 모처럼 편안해진 마음이 들었다.
편안함이야말로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닐까. 영국 왕세손 부부가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백년해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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