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대 부자안에 든 장도원씨 부부.
미국 내 최고부자 88위! '차지한 포에버21' 창업자 장도원씨 부부
‘맨주먹 미국 이민 30년차, 4조원 재산가로 성장한 드림 스토리’의 주인공 이야기는 천하 남이 들어도 재밌고, 감동적이다.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1년 미국 400대 부자'에 오른 포에버21의 장도원, 장진숙 부부 이야기다. 장씨 부부는 현재 재산 36억달러(4조1,580억원)로 88위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 400대 부자에 처음 선정된 것이다.
재미 한국인으론 그들 부부가 유일하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대한민국의 성장사(成長史) 와 궤를 같이 할 정도로 온갖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인간승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도 없이 맨손으로 1981년 미국으로 이민 간 이 부부는 이민 초기,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갖가지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밤낮 없이 일했다. 장씨는 "건물 관리원과 주유소 주유원, 커피숍 종업원 일을 동시에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전 세계 480개 매장을 운영하며 올 예상 매출만 35억 달러!로 엄청난 ‘거부’로 성공했지만 그들 부부가 미국 땅에 뿌리내리기까지 숱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LA에 첫 발을 디딘 후 억척스럽게 일해 3년 만인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포에버 21’이라는 옷 가게를 차렸다. 창업 첫해 3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을 이듬해 7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후 사업이 번창해 현재 전 세계의 직원만도 3만4,000여명에 이르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35억 달러다.
모든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연 때’가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이들 부부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패션 트렌드’를 파악해, 빠르게 변화하는 ‘패스트 패션’을 기착지로 삼은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시류에 끌려가지 않고 이끌어가는 ‘공격적 마케팅’은 패스트 패션을 원하는 소비자층에 크게 어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포에버21'이 패션업계에서 관행화한 상시적인 세일 대신 처음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을 펼치는 저가전략으로 유럽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에버21'은 한국적 가족경영으로 장씨는 최고경영자(CEO)를, 부인은 구매담당 책임자를 각각 맡고 있다. 두 딸은 마케팅과 상품전시를 책임진다.
장씨 부부는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7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로 한국계로서는 유일하게 3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부인 장씨는 미국에서 6명밖에 없는 자수성가한 여성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지난달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순위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49위)보다 높은 39위를 기록했다. 대단하다. ‘맨손으로’ 여왕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역시 '한국 아줌마들의 파워'는 세계 어디에 가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입지전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인 이 부부는 "지금도 오전 5시 20분이면 교회로 가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 착실한 신앙인"이기도 하다. 장도원 회장 부부는 사무실 책상 위에 지금도 성경을 놓고 있으며 가방에 요한복음 3장 16절이 쓰여진 종이를 항상 넣고 다닌다. “하나님께서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셔서 그의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들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라는 구절이다.
장도원 회장 부부가 포에버21을 키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포에버21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 업체지만, 저작권 분쟁과 항상 씨름해야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유통업체 앤스로폴로지는 지금까지 포에버21을 상대로 50차례에 걸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포에버21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지난 7월에는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도 매장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행에 민감한 10대 위주로 포에버21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에버21은 런던을 시작으로 영국 스트래트퍼드시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스라엘 등 유럽과 중동 국가로도 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패션이라면 유럽이 종주국일 텐데 그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인의 디자인 감각으로 유럽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 역시 대단하다.
‘고졸 학력’의 평범한 이들 부부가 이렇게 ‘거부(巨富)’가 된 것은 아직까지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메리칸 드림’을 허용하는 곳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만약 이들 부부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성공의 운’이 따라줘 크게 번창할 수 있었겠지만 ‘패스트 패션’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미국 젊은 여성들의 패선감각도 한 몫을 거들었을 것 같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최고 부호는 빌 게이츠(55)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 재산이 지난해보다 50억달러 가량 증가한 590억달러(68조1,450억원)였다. 그는 94년 이후 1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 워런 버핏(81)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390억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재산은 지난해보다 60억달러 줄었다.
페이스 북으로 유명해진 마크 주커버그(27)는 175억달러로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재산은 1년 사이에 106억이 늘었는데 이는 미국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20대 후반에 자수성가로 그렇게 ‘거부’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일 것 같다. ‘거부(巨富)’는 하늘이 내린다는 옛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맨손으로 4조원대의 재산을 형성해낸 장도원씨 부부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표창장을 수여할 만한 ‘위업’을 이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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