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대통령 설리프,라이베리아 평화운동가 보위,예멘 여성운동가 카르만.
/AFP 연합뉴스(왼쪽)·AP 연합뉴스(가운데)·로이터 연합뉴스(chosun.com 사진)
노벨 평화상 받은 3인의 여성운동가 -아프리카 첫 여성대통령 설리프, 카르만 예맨 언론인 등
올해 노벨 평화상은 북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앨런 존슨 설리프 대통령과 여성운동가 리머 보위, 중동 예맨의 언론인 겸 여성운동가 타우왁쿨 카르만 등 세 명의 여성이 공동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벨상 수상면에선 지역적으로 이제까지 소외되어온 듯한 아프리카와 중동아시아에서 여성운동가들이 공동 수상한 것은 꽤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골이 장대해 보이는 72세 검은 여전사(女戰士)에게서는 온유한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넉넉하고 푸근한 표정이다. 2006년 1월 아프리카 대륙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엘런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첫 인상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인텔리지만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두 번의 투옥 경험과 두 번의 해외 망명의 ‘공적’을 이룬 쟁쟁한 ‘철의 여인전사(戰士)’로 통한다. 세계은행과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의 아프리카국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지난해 브라질 첫 여성대통령이 된 좌익 게릴라 출신 지마우 호세프(62)가 떠오른다.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여성대통령들은 '민주화'투쟁 등 험난한 시절을 거치며 보통여성들은 하기 어려운 '공적'을 쌓아왔기에 최고권좌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보니 아프리카 국가 중에선 맨 먼저 ‘개화(開化)한 라이베리아에서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놓쳤던 것 같다. 라이베리아는 1821년 미국 해방노예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다. 철광석과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부의 무능과 1989년부터 14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전국이 황폐해졌다.
’내전‘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인재(人災)다. 재앙보다 더 혹독한 참상을 빚어내는 내전이 종식되고 과도 정부가 들어선 후 ‘여전사’ 설리프는 선거를 통해 2006년 대통령직에 올랐다. ‘남존여비’사상이 조선시대만큼 극심하다는 아프리카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해온 ‘걸출한 여성인재’가 드디어 최고 권력자가 된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설리프는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재무부 직원 300명을 전원 해고했다. 대단한 결단력이다. 다른 부서도 아닌 재무부의 공무원을 ‘전원해고’했다는 건 아마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남성 대통령이라면 이런 ‘초강수’의 인사조치는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상시국(非常時局)’에선 아무래도 여성이 더 강인함을 발휘한다는 걸 입증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강도 높은 경제 정책을 펼쳐 내전 직후 2003년 131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지난해 227달러로 끌어올렸다. 또 같은 기간 마이너스 31%였던 경제 성장률을 플러스 7% 성장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72세의 고령임에도 이 여성 대통령은 오는 11일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아마 이번 노벨 평화상 수상이 대통령재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 대통령의 탁월한 정치력 덕분인지 이번 노벨평화상은 또 한 명의 라이베리아 여성에게 돌아갔다. 39세의 젊은 여성 리머 보위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여성적인 미모가 남아있는 보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여성 신도들을 모아 평화운동을 이끌며 2003년 라이베리아 내전을 끝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가 라이베리아 평화 정착에 큰 기여를 했을 것처럼 보인다.
이들 2명의 라이베리아 여성 수상자와 함께 예맨의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카르만은 2005년 비정부기구 '자유 여성 언론인'을 결성한 이후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활동에 매진한 경력을 평가받았다.
‘재스민 혁명’이 자유라는 이름의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온 중동·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기간과 그 후 여성권익·민주주의·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수상자 선정은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파장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카르만은 2005년 비정부기구인 '자유 여성 언론인'을 조직하고 2007년부터 수도 사나 자유의 광장에서 주기적으로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며 표현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신장에 힘써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 33년간 독재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이끌다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시위대 텐트에 머물고 있었다. 자유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당당한 ‘명분’이 아름다워 보인다. 카르만은 수상자 발표 직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번 평화상 수상은 예멘 민주화 시위대의 승리"라며 "예멘의 민주화를 이룩해 완전한 권리를 찾을 때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히 여성전사로서의 빛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듯하다.
평화상 시상식은 노벨상 창설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사망한 날짜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다른 분야의 시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의 여성 수상자 3명은 총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7억3000만원)를 나눠 갖는다.
노벨 평화상을 여성들이 공동수상한 예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녀들은 상금을 과연 어떻게 쓸까? 궁금하다. 설리프 대통령은 아무래도 ‘최고 지도자’인 만큼 라이베리아의 ‘빈민 어린이나 여성들’을 위해 상금의 일부를 사용할 것 같다.
두 30대 여성들 역시 ‘가치관’이 확실한 인권운동가들인 만큼 허투루 쓰지는 않을 것이다. ‘대의명분’에 걸맞은 씀씀이를 보여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30대 젊은 여성들이니까 그녀들이 상금의 일부를 자신들을 치장하는데 사용한다 해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다. 시상식에 입고 가야 할 의상 등 패션 코디에 들어갈 비용도 꽤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건실한 분위기의 이 세 여성전사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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