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차량 서열관행이 사라지고있다.(chosun.com그림)
‘벤츠 여검사’와 사라진 공무원 승용차 서열관행
지난 며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벤츠 여검사’사건은 사건의 장본인 이 아무개 여검사와 상대남 최아무개 변호사가 나란히 구속되면서 ‘1막’은 끝났다. 하도 시끄럽게 매스컴에 연일 보도되는데다가 ‘삼각관계 치정’에 얽히고설킨 사연이 너무 복잡해 아예 신문기사는 큰 제목만 보고 넘겨버렸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살이에 그들의 ‘범죄’를 시시콜콜 읽어야할 시간은 없어서다.
예고 무용과 출신이라는 30대 중반, ‘미모의 여검사’가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벤츠’를 몰고 다니면서 과연 마음이 편했을까하는 우문(愚問)은 든다. 게다가 샤넬 백 값 540만원을 보내달라며 ‘연인’에게 ‘문자’를 날렸다는 대목에선 우리네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과연 벤츠 몰며, 샤넬 백 팔에 걸치고 다니는 동안 그 여검사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만약 정말 ‘행복’감을 느꼈다면 그건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니까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글쎄, 일반상식으론 평범한 직장여성도 아닌 대한민국 여검사가 그깟 벤츠나 샤넬 따위로 ‘광(光)’내며 다니는 것에 만족했다는 건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본다.
작년엔 남자 검사가 스폰서로부터 그랜저를 얻어 타고 다니다 ‘들통’나는 바람에 ‘그랜저 검사’사건이 한창 시끄러웠었다. 그 한 해전인가는 검찰총장 청문회에 나선 ‘후보자’가 스폰서로부터 온갖 ‘대접’을 받은 게 드러나 결국 ‘낙마’하는 사건도 있었다. 참 아깝다.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훌륭한 인재’들이 그깟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추락하고 만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물론 그런‘물질적 유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도 있듯이 어찌어찌하다보면 그런 유혹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 보면 유독 물질 욕심이나 과시욕이 높은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선천적’으로 그런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고위공직에 덜컥 오르다보면 그런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여검사 중 거의 유일한 사건이라고 믿고 싶다. 어쨌거나 그 ‘벤츠 여검사’ 사건은 그들만의 게임이니까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진 않다. 요즘 드라마들이 볼만한 것이 별로 없는데 이번 사건을 소재로 주말드라마를 만들면 시청률은 대박날 것 같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번 ‘벤츠 여검사’ 사건은 요즘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와 함께 ‘신세대’들의 서열의식이 점차 희박해지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마침 오늘 아침신문엔 '벤츠 여검사' 계기로 본 공직사회의 승용차 新풍속도라는 기사가 실렸다. 큰 제목만 보면 대강 기사 내용이 다 보일 정도로 일목요연하다.
검사장은 그랜저, 평검사는 벤츠… "윗분 눈치 안 봐"
신세대 검사는 다르다_과거엔 임관 때 엑셀 타고
엘란트라→쏘나타→그랜저 서열별 車공식 있었지만 이젠 초임도 외제차 씽씽
경찰 '쩜팔 문화'도 옛말_서장 관용차 2000㏄급
부하는 1800㏄로 선그어 최근 형사들은 그 윗급 타
군대까지 달라져_군의관·ROTC 출신들
오래된 관행 파괴 주도 군기 세다는 해병대도 장교·부사관 고급차 굴려.
그러니까 비단 그 ‘벤츠 여검사’뿐 아니라 검사고 경찰이고 군인이고 소위 ‘조직서열 문화’가 강한 그런 공직사회에서조차 요즘 신세대들의 ‘타고난 당당함’에 의해 승용차 몰고 다니는 ‘풍속도’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사의 눈치’보며 상사보다 아래 등급의 차를 몰고 다니던 ‘기본 예의’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검사가 외제차를 모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한다. 남자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상관의 눈치를 덜 보는 데다, 아직은 남자가 대부분인 간부들 역시 여검사의 사생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새로 임관하는 여검사가 늘어나면서 경직된 문화도 많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신규 임용 여검사는 2009년 58명으로 남자 검사보다 많았다. 지난해엔 54명, 올해는 59명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지난해 차장검사로 근무할 때 막내 여검사가 국산차와 어머니의 외제차를 번갈아 타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뇌물로 받은 차라면 모를까 임관 전부터 타던 차인지라 나무랄 수 없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 ‘벤츠 여검사’ 사건도 ‘여검사들’끼리의 ‘경쟁의식’도 한 몫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원래 서열의식이 강한 조직문화에 여성들은 원천적으로 ‘적응능력’이 약하다는 ‘학설’이 발표된 적도 있다. 여성들은 제아무리 강한 조직 서열에서도 별로 ‘주눅’이 들지 않는 것은 ‘출산’이라는 여성 고유의 신체경험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 덕분에 ‘여검사’들이 남자들보다 더 당당히 외제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남자 검사들은 여전히 수입차 타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수입차를 굴릴 정도로 월급이 많지 않은 데다 집에 여유가 있어도 국산차를 타는 간부들로부터 '버릇없다'고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검찰에선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3000㏄ 이상급인 에쿠스를 관용차로 사용한다. 차관급인 검사장들은 1998~2500㏄의 체어맨이나 그랜저를 탄다. 그래서 비싼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일부 부유층 검사들은 SUV 차량으로 눈길을 돌린다.
베라쿠르즈나 렉스턴 등 차 값만 따지면 검사장 관용차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윗분'들이 외제차와 달리 SUV에 대해선 '안전성'을 내세워 관대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비싼’ 차를 굴리고 싶은 것일까? 검찰청에서 최고급 차를 굴리는 사람들은 공익근무요원들이라는 우스갯말도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 청사 주차장에서 외국 스포츠카나 비싼 수입차가 보인다면 차 주인은 '피의자' 아니면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이다.
가장 군기가 세다고 알려진 ‘대한민국 해병대’에서도 이 같은 ‘역 계급현상’은 뚜렷하다. 중장인 해병대 사령관은 관용차 체어맨을 타지만 영관급 장교들조차 사령관 차량과 동급인 에쿠스를 몰거나 부사관들도 그랜저 몰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검찰 조직 뿐 아니라 법원, 경찰, 군 조직에서 조차 신세대들의 당돌한 자아의식 덕분인지 ‘차량 서열 관행’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사실 이번 ‘벤츠 여검사’ 사건도 그 제목만큼은 상당히 대중적 흥미를 끌긴 했다.
하지만 여검사들 중에 벤츠 몰고 다니는 여검사가 한 둘은 아니라는 게 요즘 세태라는 걸 감안하면 제목 만든 매스컴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이 아직 ‘구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런 서열을 뛰어넘는 ‘풍요로운 차량 업그레이드’는 대한민국의 경제규모가 무역 ‘수출규모 1조 달러시대’를 돌파했고, 세계경제 12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는 시대 덕분이라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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