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정은, 이희호여사· 현정은회장에겐 깎듯한 두 손 악수

스카이뷰2 2011. 12. 27. 14:19

 

 

 

이희호여사의 손을 두손으로 맞잡은 김정은부위원장.(연합뉴스사진) 

 

 

 

   김정은, 이희호여사· 현정은회장에겐 깎듯한 두 손 악수

 

‘젊은 상주(喪主)’김정은이 조문 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고 깍듯하게 ‘답례’하는 모습은 ‘역사적 한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최고 권력자 아버지의 ‘급사(急死)’로 졸지에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승계하긴 했지만 28세의 청년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아무리 ‘독재권력자’라도 자식에겐 한 없이 자상한 아버지였을 텐데... 더구나 김정은은 생모마저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떴기에 ‘고아’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이희호 여사나 현정은 회장의 조문을 받으며 그는 ‘자연인’으로서 설움에 복받쳤을 것이다.

 

나이로 볼 때 20대 청년 김정은에겐 구순의 이희호 여사는 할머니뻘이고 50대 후반인 현 회장은 어머니뻘이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이었던 이여사와 재벌그룹 대표인 현 회장을 보면서 울컥 설움이 복받쳤을 것이다. 권력자 아버지를 잃으면서 느꼈을 말 못할 공포심과 외로움 속에서 청년 김정은의 마음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고 본다.

 

북한 중앙TV는 오늘 오전 10시20분께 이 여사, 현 회장 등이 전날 오후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조의를 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3분 남짓한 이 영상은 추도곡이 울리는 가운데 ‘추모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이희호’ ‘추모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정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화환이 빈소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희호여사는 조의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영면하셨지만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 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현정은회장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주신 국방위원장님을 길이길이 우리의 마음 속에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이 여사가 김 부위원장에게 천천히 다가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자 김정은은 두 손으로 이 여사의 오른손을 깎듯하게 감싸 쥐는 장면을 보여줬다.

또 이 여사가 몇 마디 말을 건네자 이 여사에 비해 키가 큰 그는 허리를 숙여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등 예절바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또 현 회장의 손도 두 손으로 감쌌다. 특히 현 회장과는 마주 선 채 20초가량 대화를 나눠 관심을 모았다. 20초 정도면 다른 조문객보다는 꽤 긴 시간이었다. 어쩌면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젊은 지도자’로서 현회장에게 경제협력을 요청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여사와 현 회장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일단은 비통함에 잠긴 전형적인 상주의 자세였다. 김정은은 다른 조문객들에겐 간단히 목례만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손으로 추정되는 청년의 손도 두 손으로 맞잡는 ‘성의’를 표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로얄패밀리'에 대한 예우를 갖춘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남측 조문단 일행과 김정은이 인사를 나눈 장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서 있었다. 김정은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은 갸름하게 생긴 미인형으로 처음엔 김정은의 부인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지만 '김정일의 요리사'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여동생이라고 확인해줬다.

 

이희호 여사는 김정일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관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며 잠시 멈춰서 시신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여사는 김정일의 시신을 보면서 문득 10여 년 전 김대중전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함께 건배하던 순간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화려한 날들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조문객으로 다시 평양을 밟은 이 여사는 인간적으로 ‘깊은 슬픔’을 느꼈을 법하다.

 

안중근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을 때 조선의 광복을 위해 애쓰던 사람들은 환호작약했지만 정작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은 ‘인간적인 정’으로 통곡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겨우 열 살을 넘긴 어린 소년이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던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암살당했다’는 건 인간적으론 꽤나 슬픈 일이었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고 김대중전대통령 내외가 2000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찬장에서 이여사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았던 김정일위원장은 그렇게도 곰살 맞게 이런저런 말을 하며 이여사를 편안하게 대접했다고 한다. 2002년 박근혜의원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정일은 역시 자상한 매너로 박 의원을 환대했다. 그렇기에 박 의원은 ‘생전’의 김정일위원장을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호평’했을 것이다.

 

심지어 김정일에 의해 강제 납치됐던 원로배우 최은희조차 TV인터뷰에서 그의 죽음을 애틋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성대한 평양공연으로 김정일로부터 칭찬받았다는 재일 가수 김연자도 이구동성으로 김정일의 ‘자상한 매너’를 회상하며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한때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CF 카피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독재자’ 김정일도 그런 부류의 남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잠시나마 김정일과 만났던 여성들은 그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했을 것이다. 그 자체는 그리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천하의 독재자라도 '인간적인 교류'만큼은 '인간적'이었을 테니까. 

 

어쨌든 생전의 김정일과 대화한 적이 있는 대한민국의 전 영부인과 재벌그룹 회장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방북함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참작해 보면 ‘조문 정치’의 순기능이 작동될 듯도 하지만 일단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쪽 정치 지도부’에 대해선 언제나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그들이 저지른 '사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