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일부터 740만원한다는 샤넬 2.55(chosun.com사진)
샤넬이 뭐길래 - 가격인상 발표에 사재기까지한다나
얼마전 공 아무개라는 여성소설가가 공항패션으로 샤넬 비슷한 백을 걸치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한동안 온라인은 공 씨가 맨 가방이 샤넬이다 아니다로 대 논쟁이 벌어졌었다. 우습지 않은가. 남이야 샤넬을 매던 걸치던 그게 무슨 화제거리나 되나라고 생각한 건 순진한 발상이었나 보다.
네티즌들은 하루 온종일 난리법석을 떨었고 급기야는 백의 주인인 공씨가 ‘샤넬풍’이라며 해명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짝퉁’이라는 '고백‘으로 그녀는 간신히 위기를 넘겼던 모양이다. 그녀가 진품을 들었던 짝퉁을 들었던 아무 관심 없는 나로선 그런 논쟁들이 화성에서나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좀전 온라인 서핑을 하다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 제목을 보고 한참 동안 컴퓨터 스크린을 바라만 봤다. ‘샤넬, 가격인상 발표에 또 사재기’라는 제목이다. 일명 샤테크 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동시대를 살면서 나는 왜 이런 ‘현상’에 여전히 낯선 외계인 같은 막막한 심정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 좀 둔해져도 되는 이 감각은 왜 여전히 이렇게 날이 서 있는지...
소위 ‘명품 백’의 대명사로 통한다는 샤넬의 '빈티지 2.55 라지'는 현재 663만원인데 닷새 뒤인 2월 1일부터 74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하! 그러니 이왕 살 사람들은 지금 서둘러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샤넬 가방이 700만원 대를 돌파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작은 가방 하나가 소형차 한 대 가격과 비슷한 셈이다.
이 '빈티지 2.55 라지'는 2008년 4월 334만원, 이듬해 464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0년 539만원, 지난해 12월 663만원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다시 700만원을 돌파하며 디자인이 똑같은 가방의 가격이 4년 만에 두배 이상 뛰어 오른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샤넬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라는 백은 550만원에서 600만원대로 오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명품 매장에선 올 1월 1~22일 샤넬 매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롯데백화점 외국 고가 브랜드 평균 매출 신장률이 13%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샤넬 측은 지난해 7월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제품 가격을 3% 정도 인하한 덕이 있다. 하지만, 발효 직전인 5월에 미리 25%나 올리는 ‘꼼수’를 부려 소비자들은 FTA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못된' 샤넬이다. 하지만 이런 걸 사주는 소비자들이 더 한심한듯하다.
샤넬 측은 "글로벌 본사의 규정에 따른 일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프랑스 현지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번에 오르면서 7백만원대를 돌파한 '빈티지 2.55라지'의 경우 2008년 당시만 해도 유럽 가격은 2150유로(334만원·당시 환율 1유로=1556원 적용)로 한국(334만원)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해를 거듭하면서 가격 차이가 심해져 이번 인상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살 때와 191만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자그마한 샤넬 백 하나에 프랑스 여성들보다 2백만 원이나 비싼 ‘웃돈’을 주고 사는 한국여성들 참 대단하다. 돈도 많다 한국여성들! 물론 극히 초상류층 여성들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무리 돈이 많기로서니 700만원 넘는 프랑스백 하나 사려고 줄까지 선다는 건 이해해주기 어려운 현상이다.
샤넬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한국소비자들이 받쳐주는 덕분이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가능한 것 아닌가. 실제로 유럽 현지의 가격 인상 이후 '한국도 곧 오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일부 제품은 대기자 명단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멋지게 들리게 하려는지 '웨이팅 리스트'라고 한다나...무슨 항공 티켓 같은 분위기다. 웨이팅 리스트!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도 '5월부터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소비자들이 줄 서서 구매하는 바람에 매장 직원들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장사하는 사람마저 이렇게 당황하겠는가. 샤넬은 지난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25%나 늘었다는 것이다.
샤넬이 뭐길래 이런 믿어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한국여성들은 그토록 샤넬에게 목을 매는 것일까. 그럴 일도 없겠지만 누가 내게 740만원이나 한다는 샤넬 백을 선물한다면 난 그 자리에서 바로 되돌려줄 것이다. 보기에도 별 매력이 없지만 샤넬 빈티지 어쩌구라는 백은 실용성도 없다. 책 한권도 들어가질 않는 크기다.
하기야 귀한 자리에 참석하는 귀한 여성들이 핸드백 속에 왜 책을 넣고 가겠는가! 그래도 핸드폰이나 간단한 화장품 이런 건 넣어야하는데 그 정도나 겨우 들어갈까 말까. 더구나 50년전 디자인이라서 그런지 내 눈에는 페라가모 핸드백만 못해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일부 여성들과 부유층에선 샤넬 핸드백을 혼수 필수품으로 꼽으며, '묻지마'식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혼수! 왜 혼수에 샤넬 백이 들어가야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난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강남 아가씨들은 물론이고 강북 아가씨들까지도 샤넬 샤넬 한다니 도대체 왜 샤넬이어야 하는지 그 아가씨들에게 묻고 싶다. 무작정 좋다면 할 말은 더 없지만 말이다.
이런 현상이 샤넬의 배짱장사를 부추긴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봄철 결혼 시즌을 앞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샤넬 웨이팅(대기번호) 걸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인상 등을 내세우며 1년에 수차례 가격을 올리는 샤넬도 문제지만, 허영심 때문에 합리적인 구매를 못하는 소비자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허영심! 샤넬이 대한민국 서울 명품 매장에서 세도부릴 수 있는 건 바로 이 ‘허영심’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단순히 허영심때문일까? 행여 상류사회 여성이 되기 위한 티켓으로 착각하고 애써 구입하려는 건 아닐까. 아무튼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샤넬의 정체를...
샤넬이 뭐길래!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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