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0g미숙아였던 준혁이가 백일 케이크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chosun.com사진)
‘1270g 아기천사 준혁이’와 백일축하 케이크
아침신문에 실린 이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숙연한 마음이 든다. 울컥 뜨거운 감동이 전류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몸무게 4000g의 백일 잡이’ 갓난이는 세상모르고 쿨쿨 자고 있다. 단잠에 빠진 그 어린 아기를 보며 웃고 있는 ‘8인의 의료진’ 얼굴 뒤로 아우라가 어른거린다. 사경을 헤매던 아기천사를 소생시킨 기쁨의 아우라다. 생명에의 경외감과 환희의 찬가가 봄의 교향악처럼 일렁인다.
‘준혁이’라는 당당한 이름을 가진 이 사내아기는 작년 12월 13일 태어날 땐 고작1270g밖에 안 나가는 미숙아였다. ‘보통 아기’들의 평균 몸무게 3000g의 절반도 안되는 아주 작은 아기였다. 어른 손바닥 두 개를 맞붙이면 그 안에 온몸이 들어왔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준혁이는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숨을 못 쉴 정도로 헐떡였다.
대한민국에 돈 벌러 온 조선족 아빠와 중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이 아기천사는 ‘특별치료’를 받지 않으면 소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가난한 아빠 엄마’로선 준혁이의 치료비를 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주노동자’신분의 이 젊은 부모는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아기들은 천사들이 보살펴준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이다.
준혁이를 돌보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간호사 ‘누님들’ 사이에서 준혁이네 딱한 사정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다른 아기환자 들이 남긴 모유강화제(모유에 섞는 영양제의 일종)를 모아서 가져왔다. 이 병원과 거래하는 우유업체에 부탁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모유강화제 150포를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이런 보살핌으로 준혁이는 젖먹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숨이 약한 준혁이를 위해 약을 만들었던 약제부도 나섰다. 약제부 직원 160여명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300만원을 모아 준혁이 엄마에게 전했다. 준혁이를 전담 치료했던 소아청소년과 의사선생님과 의료진은 100만원을 따로 모아 치료비에 보탰다. 병원도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준혁이 특진비’ 200여만 원을 깎아줬다.
준혁이 얘기는 온 병원의 화제가 됐다. 여기저기서 ‘준혁이 구출작전’에 참가하는 특별지원대가 팔을 걷어 부치면서 준혁이 앞으로는 순식간에 1천 5백만원이라는 ‘거금’이 모여들었다. 그 밖에 이 아기천사에게 필요한 소소한 물품들도 착착 들어왔다.
준혁이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1270g이던 준혁이는 한 달 만인 지난 1월 중순 인큐베이터를 나올땐 2000g으로 쑥 늘었다. 폐도 완전히 여물어 혼자 숨을 쉬었고, 엄마 품에서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준혁이는 이제 폐도, 눈도 정상이다. 체격도 커졌다. 퇴원후 불과 2주 만에 몸무게가 4000g이 되는 ‘기적’을 보여준 준혁이는 이제 ‘잠 잘 자는 착한 아기’다. 장하다 허준혁! 아기장군처럼 씩싹하게 자라렴.
곤히 잠든 아기천사 준혁이와 케이크를 만지고 있는 듯한 준혁이의 고사리 손이 앙징맞아 보이는 이 ‘오늘의 사진’에는 '새 생명의 환희'가 생크림처럼 듬뿍 묻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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