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칸 국제 영화제와 마릴린 먼로와 여성차별 논란

스카이뷰2 2012. 5. 17. 13:16

 

                                                                    칸 영화제 64회 포스터

 

                                               

                                                  칸영화제 올해 65회 포스터. 

 

 

   국제 영화제와 마릴린 먼로와 여성차별 논란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는 프랑스라는 ‘국가적 이미지’ 덕분인지 매스컴으로부터 항상 대접받는 분위기다. 올해 칸 영화제의 공식포스터는 ‘영원한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흑백사진이다. 먼로 사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이 포스터는 세계 영화팬들의 ‘먼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죽은지 50년이 된 여배우가 여전히 '산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를 장식한다는 건 그만큼 먼로의 매력이 대단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작년 공식 포스터는 페이 더너웨이의 매혹적인 각선미의 자태를 흑백으로 담아낸 것으로 역시 ‘예술적 이미지’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영화제에 비해 ‘예술성’이나 ‘파격적 창의성’이 담긴 영화에 점수를 주는 듯한 칸 영화제 ‘채점 기준’ 탓인지 칸 영화제에서 상받은 영화는 별로 ‘흥행’엔 성공하지 않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선 그런 ‘파격성’이나 ‘이질적 소재’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범 대중적 취향’에서 볼 때는 흥행하기 쉽지 않은 영화들이 ‘상위권’에 들어왔던 게 칸 영화제의 ‘전통’처럼 느껴진다.

 

어쨌거나 어제(16일) 막을 올린 칸 영화제에는 다른 어느 해보다 ‘성 차별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올해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한편도 없는 것이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칸 영화제는 '남성 중심의 영화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프랑스 일간신문 르몽드는 세계 각국의 주요 여성 영화인들이 '칸에서 여자들은 쇼 릴(소개용 영상물)을, 남자들은 영화를 선보인다… 여성 배우들은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가벼움만을 인정받는다'라는 내용이 담긴 항의성 공개서한을 칸 집행위원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21세기, 전세계 영화의 집합적 예술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제에 이런 ‘성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본다.

 

물론 어느 나라나 여성 영화감독이 남성 영화감독들에 비해 ‘열세’라는 건 보편적 현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제 주최측에서 ‘여성감독 영화’에 ‘편견’을 갖는다는 건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단지 여성 감독이란 이유만으로 자격도 없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표면적으론 어디까지나 여성 감독 작품들이 시원찮았기에 뽑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유있는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1993년 호주의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이 만든 ‘피아노’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여성감독은 아무도 그 ‘영광’을 안지 못했다는 건 ‘우연’치고는 좀 이상해 보인다. '피아노' 정도의 작품은 그 동안 수많은 여성 감독들에 의해 많이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여성 감독의 ‘역량’보다는 심사위원들의 ‘성차별적 편견’이 이런 ‘기현상’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몇 년 간 칸 영화제는 주로 ‘흘러간 여배우’들의 그럴싸한 흑백사진을 공식포스터에 ‘애용’해 오고 있다. 이런 현상도 혹시 여성을 ‘영화제의 장식품’정도로 여기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946년 시작, 올해로 65회를 맞는 칸 영화제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선 그 어떤 성 차별적 편견도 개입돼선 안 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남성 감독들의 작품들이 과연 그렇게 탁월했느냐를 따져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영화라는 예술분야에서까지 성차별적 기준이 적용된다면 영화가 진정한 예술의 장르로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