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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1위’ 상 받은 100세 현역 영화감독 신도 가네토

스카이뷰2 2012. 1. 17. 12:13

 

 

   영화'벌거벗은 섬'     100세 신도 가네토 감독.

 

 

‘일본영화 1위’ 상 받은 100세 현역 영화감독

신도 가네토(新藤兼人)

 

아침신문에 ‘99세 현역 감독이 만든 영화’가 상을 받았다는 제목을 보고 우선 놀랐다. 그 주인공이 일본 영화감독이라는 내용을 보고 일본에선 나이를 우리보다 두 살 어린 ‘만 나이’로 계산한다는 게 생각나 ‘문제적 감독’이 된 신도 가네토(新藤兼人)라는 할아버지 감독을 검색창에 쳐봤다.

 

아니나 다를까. 신도 감독은 1912년 4월 22일생이다. 그러니 우리 나이로는 이미 101세다. 요즘 유행한다는 '인디언식 이름짓기'로 보니 이 노감독은 '적색 매의 전사'다. 위의 명함판사진을 보니 '전사'다운 눈매로 여전히 형형한 눈빛을 발하고 있다. 노화는 눈빛이 흐려지면서 시작된다는데...

 

일본식 나이계산법으로 99세인 이 신도 감독은 일본의 유명 영화전문잡지 키네마준보(旬報)가 신년 초 전년도 영화 중 ‘엄선’해 '키네마준보(旬報) 베스트 10'을 발표하는데 거기서 ‘영예의 1등상’을 차지한 것이다. 대단한 노익장(老益壯)이다. 키네마준보가 주는 이 상은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영화상이며 이번이 85회째이다. 수상작은 '엽서 한장'.  20세기 문학청년 분위기의 제목같다.

 

이 영화는 감독이 원작과 각본을 직접 쓴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병사가 전사한 동료 병사들의 엽서를 가족에게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신도 감독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 영화로 '닛칸 스포츠' 영화대상 감독상, '호치(報知)영화상' 특별상 등도 수상해 ‘상복’이 터진 셈이다.

부럽다! 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상(賞) 제도’가 있고, 85회째 수상자중 1위를 차지한 감독이 무려 101세 할아버지라는 점은 더욱 놀랍고 부럽다. 더군다나 할아버지가 원작과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다니 이런 게 바로 일본의 저력이 아닌가 싶다.

 

신도 감독은 1960년 '벌거벗은 섬'으로 모스크바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한 일본의 대표적 감독이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는 이 '엽서 한 장'을 은퇴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으나 최근 영화상 수상식에서 "다리 운동을 열심히 해서 100세에도 영화를 찍고 싶다. 한계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건이 허락하면 한 편 더 만들고 싶다"면서 차기작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고 한다. 숙연한 기분이 든다.

 

50여 년 전,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벌거벗은 섬’이 어떤 영화인가 싶어 또 다시 인터넷 검색창의 도움을 받아봤다. 이 영화는 상을 받자마자 전 세계 64개국에 수출된 화제작이 되었고, 신도 감독은 일약 일본의 ‘스타 감독’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벌거벗은 섬’은 작은 섬의 유일한 거주자들이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한 가족이 봄에는 보리를 수확하고, 여름에는 고구마를 심어 생활을 하고 있는데 섬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 부부는 밭에 물을 주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근처 섬에 가서 물을 길러 와야 하는 고단한 삶을 꾸려나간다는 줄거리다. 얼핏 스토리는 단순한 영화 같다. 하지만 대사 한 마디 없고 영화 내내 물 나르는 장면이 대부분인데도 집중하게 만들고 감동까지 준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대략 어떤 스타일의 영화인지 감이 온다. 그야말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동부터 미리 느껴지는 그런 영화 같다.

 

1960년대 당시 일본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라쇼몽’이라는 작품으로 1954년 칸 영화제에서 이미 그랑프리를 거머쥐고 일본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 감독 대접을 받고 있던 무렵이다. 신도 감독은 구로사와 감독보다 두 살 연하다.

 

‘일본의 인간문화재 급’ 영화감독인 구로사와 감독을 1996년 동경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꽉 찬 회견장에 나온 노 감독은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카리스마가 대단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일본이 세계 영화시장에 내놓은 ‘최고의 문화상품’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구로사와 감독은 1998년 88세로 타계했다. 그도 세상뜨기 직전까지 메가폰을 놓지 않았다. 부러운 '현역 정신'이다. 

 

어쨌든 101세 현역 영화감독이 2011년 제작한 수 백편의 일본영화들 중 ‘제일 잘 만든 영화’로 뽑혔다는 사실은 일본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애호가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다리 힘을 길러 마지막으로 한 편만 더 만들어야 겠다’는 이 노익장 할아버지 감독의 ‘마지막 소원’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일본 영화 관계자들은 신도 감독의 100세를 기념해 '신도 가네토 100년의 궤적 위원회'를 결성, 오는 4월 22일부터 그가 제작한 영화 49편을 상영하는 등 기념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오래된 거장(巨匠)'들을 기념하기 위한 '위원회'같은 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