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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감독상 류승완 "FTA 반대"-글쎄요, 잔칫날 웬 정치 코멘트?

스카이뷰2 2011. 11. 26. 14:46

                              

김하늘                                             박해일 (chosun.com사진)

  

                             

                                  김수미                   류승룡                        문채원                   이제훈(chosun.com사진)

 

 

 

            청룡영화상 감독상 류승완 "FTA 반대"-

                                 글쎄요, 잔칫날 웬 정치 코멘트?

 

 

영화상 시상식을 웬만하면 챙겨본다. 해마다 이맘때쯤 열리는 영화상 시상식은 TV에서 생중계해주는

덕분에 ‘생방송의 묘미’까지 곁들여져 꽤나 재밌다. 특히 여배우들의 화려하고 멋진 드레스차림은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중 하나다. 누구의 드레스가 어떻다 하는 품평은 딱히 패션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한 마디씩 거드는 재미가 있어서 더 볼만하다.

 

어제(25일) 생중계한 청룡영화상에서도 여배우들이 떨쳐입고 나온 화사한 드레스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화려한 파티 장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 꽤나 괜찮다. 우리 집 마루에서 아무 부담 없이 배우들의 옷차림이나 화장한 얼굴, 그들이 보여주는 순간순간의 표정에서 그들의 ‘상복(賞福)운세’를 점쳐보는 것도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이다.

 

어젯밤에도 단순히 TV화면에 비쳐지는 수상후보 배우들의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을 직관하면서 수상자를 점쳤는데 신기하게도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신인남우상 받은 배우들을 다 알아 맞혔다. 그야말로 ‘완전 쾌거’였다는 자화자찬을 하고 싶다. 혹시 주최측에서 수상자에게 미리 귀띔해줘서 그들의 표정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최측은 '철통보안'을 해 수상자가 미리 알 수 없었다는 걸 시상도중 여러 차례 밝혔다.  

 

‘관상법’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무슨 신통력이 있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TV화면에 잡히는 수상자들의 미세하게 빛나는 눈빛이나 얼굴표정들에서 그들의 ‘상복’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나 할까. 늘 백 퍼센트 다 맞힌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영화상 시상식을 보다보면 상받는 배우들의 얼굴에선 남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남우신인상 후보로는 모두 6명이 거명되었는데 그 중 이제훈이라는 처음 보는 배우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눈빛이 상당히 총명해 보이는 데다 얼굴이 화사했다. 20대 청년배우에게 이런 소리하면 좀 실례지만 꽤 ‘똘똘해’ 보여 한눈에 봐도 연기를 잘 할 것 같아 보였다. 나중에 검색창에 보니 그쪽 동네에선 이미 ‘유망주’로 촉망받고 있는 인재라고 한다. 오호!

 

'공주의 남자'에서 호연했던 문채원은  다소곳하면서도 어딘지 자부심 가득한 넉넉한 표정이 상을 받을  준비가 완료된 모습이었다. 드레스도 신인여배우답게 깜찍하고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문채원은 예전에 문근영이 남장으로 주연했던 드라마에서 기생으로 나온 걸 처음 봤다.

 

모처럼 예쁘장한 여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후 몇몇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나오다가 공주의 남자에서 주연으로 완전 뜬 것 같다. 이번에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로 신인여우상을 받으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여배우 대열에 들어선 걸로 보인다. 

 

남우조연상 류승룡, 여우조연상 김수미 이 두 배우도 수상자로 호명되기 전부터 TV카메라맨이 신통하게 잡아준 각도 덕분인지 수상의 기운이 강해 보였다.

 

특히 류승룡은 아예 상 받으러 나갈 자세로 앉아 있는 듯했다. 올해 환갑이라며 노여배우로 자임하고 나선 푼수데기 김수미는 오프닝 무대에서 “제발 상 좀 주세요”라며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는데 그게 주효한 덕분인지 아니면 연기를 진짜 잘 해선인지 몰라도 환갑나이에 조연상을 타냈다. 두 배우 모두 수상소감이 요란했다. 김수미는 '나이'를 너무 들먹여 좀 뻔뻔해 보였고, 류승룡은 내년엔 미국사람들이 심사하는 건 아니겠죠라고 말함으로써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 보인게 흠이었다.  

 

남우주연상 박해일 여우주연상 김하늘 역시 ‘상복’이 얼굴에 걸려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해일은 얼마전 대종상에서도 주연상을 받던 모습이 기억난다.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로 주연상을 받은 그 역시 총명한 기운이 느껴지는 남자배우다. 수상소감도 조신하게 잘 했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에 나온 ‘신인배우’시절 박해일은 신인치고는 꽤 호연을 보여줬다. 10여 년 전 출연한 그 영화에서 소위 ‘싹수’를 보인 셈이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주연여우상을 받은 김하늘은 탤런트로 알았는데 얼마전 대종상에서도 주연상을 받고 펑펑 울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번엔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말하는 품새가 여배우로서의 멋을 풍겼다. 30대 여배우는 예전 같으면 한 물 갔다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요즘은 ‘완숙미’가 느껴져 오히려 보기 좋았다.

 

사실 영화상에선 무엇보다 ‘감독상’이나 ‘작품상’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죽이고 살리는’ 영화감독이야말로 영화예술의 종결자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감독들은 만나보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청룡상에선 ‘부당거래’라는 영화로 38세 류승완 감독이 감독상을 탔다. 이 영화는 류 감독의 영화배우 동생 류승범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제목이 암시해주듯 ‘부당거래’는 검찰, 경찰 등 거대 권력기관들의 유착 등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류승완은 마침 차기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그의 아내가 대신 무대로 나와 상을 받았고 ‘수상소감’도 대신했다. 여배우가 아닌 감독의 아내는 수수한 검은 코트에 바지를 입고 나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한 수상소감이 좀 특이했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상이어서 "기대하지 못한 수상"이었다며 "청룡상의 공정성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촌스럽게 들리는 소감이다.

 

아마 주최 측인 언론사와 이 젊은 감독내외 사이에 어떤 매끄럽지 못한 ‘사연’이 있었나보다.

그 아내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인데요” 여기까지 말하는 걸 들으면서 속으로 ‘혹시 저 여인이 ,FTA반대 발언을 하려나보다는 예감’이 휙 스쳐지나갔다. 그러면서도 설마 ‘영화인 잔칫날에 정치발언“을 하겠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이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11월22일 이뤄진 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끝으로 남기고 싶다. 앞으로 열심히 정직하게, 부당하지 않게 잘 만들겠다고 했다"고 또박또박 전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나 해야 할까.

 

모처럼 경사스런 영화인들의 잔칫날 겨우 한다는 말이 FTA반대라니 좀 우습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색창에 그들 부부를 쳐보니 남편은 73년생, 아내는 70년생으로 나왔다. ‘외유내강’이라는 영화제작사를 경영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상받은 ‘부당거래’로 300만 가까운 관객이 들었다고 하니 수입도 짭짤했을 것 같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류승완이라는 감독은 왜 그런 '소신'을 말했을지 궁금하다.

 

글쎄,요즘은 ‘폴리테이너(정치적 연예인)’들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세상이라지만 영화상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으로 왜 느닷없이 ‘FTA반대’를 외쳐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생중계되고 있는 시상식 도중에 ‘불쑥’(그들은 맘먹고 그랬겠지만)

그런 식의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걸 행여 이 젊은 영화인 부부는 ‘예술가의 멋’으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자기들이 만든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걸 보면서 청룡영화제의 ‘공정성’을 믿게 되었다는 건

‘농담’치곤 너무 지나친 수상소감으로 들렸다. 그럼 다른 영화가 작품상을 받고, 다른 감독이 수상했다면 이 영화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얘긴데 이런 ‘실례의 발언’을 수상소감으로 태연히 말한다는 건 코미디처럼 보인다.

 

‘부당거래’와 함께 수상후보작으로 올랐던 다른 영화의 감독들은 그 순간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카메라맨들이 보여주지 않았지만 ‘잔칫상에 재뿌린다’는 속언이 떠올랐다.

좀전 인터넷 뉴스창엔 류승완 감독이 어느새 '개념있는 감독'이라는 기사가 속속 떴다. 물론 영웅대접을 받고 있었다. 설마 '개념파 감독'대우 받고 싶어 그런 황당한 수상소감을 말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보도에 따르면 어제 이회창 선진당대표는 "스님은 법당에 신부는 성당에 목사는 교회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겠다, "영화감독은 영화에!"   

물론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말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무슨 말이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하는 게 일반 상식이라는 걸 그 젊은 감독내외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