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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패소-‘일본은 없다’로 누린 영화의 뒤끝

스카이뷰2 2012. 5. 18. 13:04

 

 

  전여옥 패소-‘일본은 없다’로 누린 영화의 뒤끝

 

 

참 오래도 끌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여옥과 유재순의 재판’얘기다. 드디어 전여옥이 완전히 패소했다. 대법원이 '표절이 맞다‘며 유재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실 전여옥이 가만히만 있었다면 오늘의 ‘패소판결’이라는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를 자초한 셈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오늘(18일) 전여옥 전 의원이 자신의 표절의혹을 보도했다며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 르포작가 유재순 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전여옥이 1993년 출간한 ‘일본은 없다’의 표절 논란과 관련된 ‘긴 소송’에서 끝내 패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 의원이 지인 유재순 씨가 르포작가로 활동하며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책을 출간할 것을 알면서도 유 씨로부터 전해들은 취재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ㆍ인용해 책을 저술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어서 오마이뉴스 측이 표절 관련 기사에서 전 의원을 일컬어 ‘거짓말 천재’ 등이라 보도한 것과 관련해 “언론이 수사적으로 과장해 표현한 것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돼야 한다”며 “해당 기사는 비판적인 의견을 수사적으로 과장한 것일 뿐,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한계를 일탈해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여옥은 유재순으로부터 수십억원 대의 역소송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은 없다'로 일약 유명인사가 된 전여옥은 '박근혜 덕분'에국회의원 뱃지까지 달며 승승장구했다. 한때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도 맹활약했다.  그러는 동안 별별 희한한 ‘정치 어록들’이 그녀 입에서 나왔고, 국민은 그런 잡스런 소리를 들으며 정치판에 대해 넌덜머리를 내야 했다.

 

8년 전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에 “전여옥을 빠른 번호로 배정해달라”며 세 번 씩이나 청탁해줬다던 박근혜의 ‘은공’은 선반에 올려놓고 여봐란듯 배신했다. ‘은인’에게 침을 뱉고 돌아서려면 합당한 논리라도 있어야 하는데 무슨 빗속에 우비를 씌워줘야했네 어쩌네 하는 별 시시한 잡담거리로 자신의 배신을 합리화하려 했으니 씨알이 먹히지 않아 보였다. '아전인수'나 자기합리화도 정도껏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웃음거리밖에 될 수 없다는 걸 똘똘한 전여옥은 미처 몰랐었나보다.

 

이번 19대 총선 때 국민생각이라는 신생정당으로 재빨리 당적을 바꾸고 비례대표 1번으로 배정받았지만 국민생각의 득표율이 0.7%도 안되는 바람에 낙선하고 말았다. 아마 전여옥은 3선의원으로서의 '야심'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독설'에 재주가 있어보이는 그녀는 '은인' 박근혜에 대해 '막말'을 겁없이 뱉어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아마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이렇게 직설화법으로 박근혜를 비난하는 사람은 전여옥밖에 없을 것같다. 박근혜로선 자신의 손으로 국회의원뱃지까지 직접 달아준 여성이 이렇게 극렬한 '막말'을 토해내는 걸 보면서 배신자들의 '말로'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아버지의 '급서'이후 20대 처녀가 당했던 온갖 '배신'도 전여옥의 이런 막말보다는 양질이었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전여옥의 ''패소 소식'에 박근혜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꽤나 궁금하다.      

 

전여옥은 유재순의 ‘초고’를 베꼈다는 1,2심 재판부의 패소 판결을 받고도 ‘판사들의 진보성향’을 들먹이며 자신이 피해자라는 걸 내세웠었다. 소위 ‘진보쪽 판사’들 때문에 패소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판결’을 받았으니 이제 전여옥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순진한 시민'들 몫인 듯하다.

 

대법원의 패소 확정 판결에 대해 '유구무언'일 법한 전여옥은 오늘 한 온라인매체와의 통화에서 '아이디어를 인용했을 뿐이다. 법이 모든 것의 잣대는 아니다"라는 둥 특유의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참 대단한 언변이다. 그래서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이 생겼나보다. 법이 모든 것의 잣대가 아니라면서 왜 먼저 소송을 걸었는지 묻고 싶다. 한 두푼도 아니고 5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다니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여성같다.

 

전여옥에게 자신이 쓴 글을 도둑맞았다며 울분을 토한 유재순은 언론 인터뷰에서 도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정신적 피해 등을 입었다면서 피해 액수를 예상해서 전 의원에게 그 대가를 청구하겠다'고 밝혔었다 . '일본은 없다'는 100만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한 출판사 관계자 는 "책값에 따라 다르지만 100만부 정도가 팔리면 작가는 10억원 안팎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없다’라는 책으로 온갖 ‘영화’를 누린 뒤끝이 이렇게 ‘패가망신’으로 다가올 줄은 아마 전여옥 자신도 예감하지 못했을 것이다.전여옥의 패소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상에선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글도둑은 밥도둑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이 지도층이라는 착각에 빠져 국회를 넘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온 국민과 당사자(유재순)에게 사과하고 앞으론 여의도에 기웃거리지 말고 조용히 살길" "전여옥  결국 대법원에서 표절의 여왕으로 인정받았다. 전 표절 여사, 축하해요!" 등의 글을 올리며 '전여옥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또 대법원의 확정판결일이 공교롭게도 18대 국회의원 마감시점 인 점이 못마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장분위기인 18대 국회에서 임기만료 직전까지 '해먹었으니' 볼 장 다본 얘기라는 말이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전여옥 에게 고소당한 아이디어 제공자 유재순은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을 법원이 방조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8년이나 끈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여 사법부가 '살아있는 권력'앞엔 벌벌 기고 '죽은 권력'은 밟아버리는 속물적 계산에서 그런 판결을 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제 국회의원직을 잃은 전여옥으로선 누릴 것 실컷 누린 ‘뒤끝’이니 뭐 별로 걱정할 일은 없을지 모르겠다. 혹시 '유재순의 복수'에 신경이 좀 찜찜할 수는 있겠다. 승소한 유재순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한만큼 되돌려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죽음과 복수는 피할 도리가 없다'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원한'차원의 복수보다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법원 '확정 패소판결'로 '표절여왕'이라는 불명예 칭호를 듣게 된 것이야말로 전여옥으로선 두고두고 속쓰릴 일일 것 같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