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초단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 꺾은 ‘바둑영재’ 신진서 소년 기사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치고 나간다고 했던가. ‘천하의 이창호’9단이 자신보다 25세나 연하인 13세 ‘소년 기사(棋士)’신진서 초단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신진서 군은 지난 11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영재 vs 정상 대결' 첫 번째 대국에서 이창호 9단을 상대로 179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지난 4~6일 열린 신민준(14) 초단, 변상일(16) 2단과의 영재 기사 순위 결정전에서도 형들을 제치고 1위를 하는 등 최고의 바둑영재로 인정받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영재 입단대회의 주인공인 신진서는 12세3개월30일의 나이로 이세돌 9단의 12세4개월 기록보다 하루 짧게 역대 다섯 번째로 어린 나이에 입단해 주목 받은 소년 기사다.
도수 높은 안경너머로 똘망똘망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신진서군을 보면 어린 시절 이창호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뭐랄까 이창호는 어릴 때부터 워낙 ‘아기 부처’같은 스타일의 ‘무거운 어린이’였다면 신진서는 명랑한 신세대 소년다워 보인다. 마치 강남스타일의 어린 춤꾼 황민우 비슷한 쾌활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어쩌면 21세기 어린 바둑기사들은 그런 ‘발랄함’이 주무기인지도 모르겠다.
바둑TV에 따르면 신진서 초단은 “평소 존경하던 이창호 사범과의 대국이라 신중하게 두려고 노력했다. 초반에는 좋지 않았는데 중반 이후에 시간 연장책을 쓴 것이 좋지 않아서 어려워졌던 것 같다. 아직 많이 약하기 때문에 올해는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는 의젓한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이창호 9단은 “신진서 초단의 실력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조만간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강한 기사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신진서 초단의 강점으로는 “전투나 접전에 임하는 모양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는 칭찬도 했다. '과묵한 '이창호로선 상당히 후한 평가를 길게 말한 셈이다.
사실 이창호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기사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커왔다. 돌부처나 외계인 신선 같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입이 무거운’ 이창호는 그 ‘무언(無言)의 카리스마’를 지긋이 내뿜으며 지난 20여 년간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왔다.
바둑은 이창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이창호가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신진서에게 ‘한 수’접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무서운 곳이다. 조훈현9단이 자신의 문하생인 바로 이창호 앞에서 돌을 던져야 하는 운명의 쓰디쓴 고배를 마신 걸 감안해보면 이창호가 자신의 아들 뻘인 신진서 같은 ‘아기 기사’앞에 무릎을 꿇는 건 어쩌면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장강의 뒷 물결’이 도도한 흐름으로 치고 나오면 그 앞에서 돌을 던져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겠는가. 한때 중국 기단에선 “우리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한국 인물은 이창호 뿐이다”는 중국인들다운 ‘허풍 반 부러움 반’섞인 ‘이창호 공한증’이 넘실 댄 적도 있었다.
중국의 한 유명 바둑기사는 “이창호에게 진다고 한국에 지는 게 아니다 신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거다”는 최고의 ‘찬사’까지 이창호에게 바칠 정도로 이창호를 ‘바둑의 지존’으로 모셨다.
그런 이창호였건만 이제 그도 저물어가는 태양의 설움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만할 ‘운명의 시간’과 마주해야 할 듯하다. 어쩌겠는가.
그 누구도‘시간이라는 괴물’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데...이 ‘비정한 세상’의 원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 비단 이창호만의 운명은 아닐 것이다. 그를 길러낸 조훈현도 그랬고, 조훈현의 스승도 그랬다. 그런 대선배들과 같이 이창호도 이제 그야말로 ‘장강의 뒷물결’에 밀려나는 앞물결의 입장이 된 거다.
하지만 그간 그가 쌓아온 ‘이창호 바둑세계’는 그 나름의 ‘빛나는 세기의 업적’일 것임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13세 신진서 초단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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