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목사.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가 좀 언짢아질 일이 생겼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윤리위원장을 지낸 보수인사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가 방송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나 진보쪽 원로인사라면 몰라도 '보수파'로 분류되는, 그것도 한때 한나라당의 당직을 맡았던 인사로부터 국민과의 소통문제가 아쉽다는 '충언'을 들었으니 대통령의 기분이 썩 좋을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인명진 목사는 1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말을 하고, 중국에 가서 중국말을 하는 것 처럼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 국민들과 통하는 말, 야당과도 통하는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해외순방을 통해 화려한 외국어 솜씨를 과시하고 돌아온 대통령이 듣기엔 다소 뼈아픈 말이다. 어쩌면 대통령이 이 말을 듣는다면 꽤나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인 목사는 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겨냥, "유신이나 군사독재는 우리 역사의 과오고 부끄러움"이라며 "군사독재나 유신시대에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은인자중하며 참회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면에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신과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가 얼마나 무시무시했나"며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이 나서서 국정을 휘두르니 옛날처럼 돌아간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예 작심하고 박대통령과 주변 세도가들을 나무라는 말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그 부하들이야 원로 목사의 이런 지적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해외순방 후 5%나 오르고 있는 현실을 목사님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오히려 귀찮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나갈 때 잘해야한다'는 말도 있듯이 박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은 보수계 목사의 그런 송곳 지적에 귀를 기울이는 아량을 갖는 게 여러가지로 좋을 듯싶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무력한 모습"이라며 "여당이 물론 정부와 협력해야 하지만, 정부가 잘못하면 견제를 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지적도 했다. 그렇다고 야당 편을 든 것도 아니다.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서도 "오죽하면 시민사회와 종교단체에서 야당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국민연대를 만들겠나"며 "15% 밖에 안되는 야당 지지율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인 목사는 11일 여야 원로급 정치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 대목이 그의 '예리한 충언'에 다소 금이 가게 만드는 요인처럼 보인다.
인 목사는 17일 출범 예정인 국민동행과 관련해 "70년대,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분들의 모임"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 하는 많은 우려가 있다. 저희들 입장에서 보면 느낌으로 으스스하고 이게 아닌데 우리가 고생해서 이룩한 민주주의가 이게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됐는가라는 염려를 할 수밖에 없어 (모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국민동행에는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대표, 김덕룡 전 한나라당 대표, 김영춘 김효석 이부영 이우재 장세환 전 의원, 인명진 목사, 영담 전 불교방송 이사장 등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했다.
주로 옛 동교동계나 상도동계의 나이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것 같다. 박근혜대통령이 75세 김기춘실장을 등용한 이래 여야를 막론하고 1930년대생들을 일컫는 '신386세대'들이 뭔가 해보려고 애쓰는 듯한 모습들이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유신시대를 살아본 지금 50대 이상 세대라면 인목사가 말하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민동행'같은 나이든 인사들이 정치적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 건 의도야 순수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정치 냄새'가 난다는 점에선 인목사의 발언에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냥 '평범한 목회자'로서 대통령을 걱정하고 여야를 비판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명진 목사는 이래저래 대통령과 여야 양쪽 모두로부터 '기피 인물'로 기록될 것 같다. 그래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원로'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균형추'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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