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전대통령을신격화한
남유진 구미시장.
경북 구미시장이라는 사람이 박정희전대통령 탄생 기념행사장에서 박대통령을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호칭했다는 보도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하지만 엄연히 연합뉴스 발로 다음에 소개되었으니 거짓은 아닌 듯하다.
남유진이라는 구미시장은 14일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행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오늘날 성공은 박 대통령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에 표현의 자유도 있고 언론의 자유도 보장돼있으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마는 그 정도로 박정희 전대통령을 '신격화'했다는 건 발언의 저의나 의도가 의심스럽다.
이 인물은 지난달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34주기 추도식에서도 "님께서 난 구미 땅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하는 등 수년 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추앙해 논란을 빚었다고 한다. 1년전 같은 날 열린 95회 탄신제에서도 “피와 땀을 조국에 헌신하신 반인반신의 지도자는 이제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이 시장이라는 사람은 진정으로 뼛속으로부터 고인을 흠모하고 존경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발언을 접한 SNS에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다음 뉴스 댓글란엔 이 기사에 대해 1만개 가까운 비판 댓글이 줄잇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구미 시장, '박정희는 반신반인....'. 이쯤 되면 종교죠"라고 비판했다.
검색창을 보니 남유진은 1953년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철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비교적 엘리트출신이다. 행정고시로 공무원이 된 이래 공무원을 죽 지내왔고 지금은 저렇게 '반신반인'타령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명색이 '철학'을 공부한 사람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직설적인 아부를 하는 스타일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인을 '반신반인'의 반열에까지 올려놓고 숭배하는 건 좀 아닌 듯싶다. 이 자리에선 고인에 대한 평가는 일절 하고 싶지 않다. 단지 고위 공무원 신분인 사람이 고인이 된 대통령에 대해 그런 식으로 숭앙의 뜻을 공공연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건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과공은 비례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이번 '박정희대통령 96회 탄신제'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태환 국회의원, 남유진 구미시장, 임춘구 구미시의회 의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그쪽 동네 내로라하는 유지들을 비롯해 1천명의 인파가 북적였다고 한다. 고인의 딸이 현직 대통령에 있으니 오죽했겠는가. 인파가 모인 자체야 자연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신반인 류의 듣기 민망한 소리가 나왔다는 건 행사장의 격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쁜 국사탓에 참석지 못했고 외아들 지만씨 내외도 불참, 박대통령의 여동생인 근령씨가 14세 연하남편과 함께 유족 대표로 참석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딸'의 입장에서야 아버지를 '반쯤은 신'으로 올려놓은 구미시장 같은 사람이 한없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는 남 시장뿐만 아니라 기관·단체장들이 돌아가면서 한 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했다는 것이다. 행사의 성격상 고인을 기리는 헌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반신반인'수준의 낯뜨거운 '아부의 말'은 오히려 고인의 격을 떨어뜨려 놓는다는 걸 그들은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축사에서 "사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위대한 지도자였다"며 "정치적으로 독재도 있었으나 배고픔을 해결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그것을 누가 부정하겠느냐"고 강조하면서 "상식을 가진 건강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라며 "특히 구미시민은 길이길이 모셔야 할 어른"이라는 말도 했다. 이 정도의 축사야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김 지사는 10.26 추도식에서 5·16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태환 국회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잘 사는 나라로 최단 기간에 기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적 기둥이라는 70객들의 모임'7인회'의 멤버인 현경대 평통 수석부의장은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가 박정희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런 대한민국도 없다고 했다"는 말을 인용, 이날 대통령 탄생 기념행사장에서 나온 여타 '촌스런 아부의 말'들을 제압하는 좀 학구적이고 지적인 헌사를 말해 그나마 기념식의 수준을 지탱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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