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un.com 사진자료.
오늘 아침 TV뉴스를 통해 우연히 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리콥터 충돌 사고소식을 보고 엄청 놀랐다. 처참히 부서진 헬기를 보는 순간 10여년 전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붕괴사고가 떠올랐다. 제3자 입장인데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은데 당사자인 그곳 아파트 주민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또 졸지에 생명을 잃은 조종사들과 가장을 잃은 기장과 부기장 집안의 슬픔은 어떨지를 헤아리다보니 가슴이 아프다. 인간의 운명은 너무 가혹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전체 높이가 46층인 이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의 중간층인 24층에서 27층 사이의 피해를 입은아파트사진을 보니 꼭 폭격당한 듯 처참하다. 한채에 40억원 가까이 하는 엄청 고가의 아파트로 연예인이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이 아파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서울은 물론 지방 어디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안개낀 서울의 아침을 놀라게 만든 이 대형사고를 놓고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한 발언이 지금 온라인 상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에서 한 발언을 직접 보면서 귀를 의심했다. 박 시장은 TV에 나와 “아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다” “서울시 관할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 지금 그렇게 말할 때냐 말이다.
대형사고를 직접 목격하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졌던가 아니면 행정관리 개념이 미숙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라서 생각이 미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구 1200만의 대형도시 서울의 시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서울시 삼성동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를 보고 서울시 관할이 아니라는 말을 어떡하면 할 수 있는지 박원순에게 묻고 싶다. '관할' 따지는 건 예전에 무슨 사고나면 경찰서끼리 서로 자기네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하곤 했는데 꼭 그런 모양새같아서 그냥 넘기기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그리도 안전의식이 느슨하다니...
더구나 충돌사고가 아침 8시 50분쯤에 났는데도 박 시장은 이날 낮 12시 45분쯤에서야 사고현장을 찾아 강남소방서로부터 사고경위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번 노량진 수몰사고로 사람이 6명이나 숨졌는데도 현장에 한나절이 지나 지각 출동해 비판을 자초하더니 이번에도 4시간이나 지나서야 사고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박원순씨는 자신이 서울시장이라는 걸 깜빡 잊었거나 아니면 서울시 관할인가 아닌가를 따지면서 갈까말까 망설였는지 모르겠다.
박시장은 “물론 서울시 관할은 아니지만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어떤 개선이 있어야 하는지 서울시 차원에서 조사해 보고 대안을 만들어서 국토교통부에 제안하고 협의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사고현장에서 해야할 소리인지 옆에서 취재하던 기자들도 듣기에 기가 막혔나보다.
현장에 있던 젊은 기자들은 “서울시 관할이 아니면 어디 관할이냐”, “유관기관이 어디냐”는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때서야 박 시장은 자신이 실언한 걸 알았는지 한동안 답변을 머뭇거리다 “전문적인 법령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 관할이고 서울항공청에서 통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어쨌든 서울시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 일 아니냐. 서울시는 관할을 불문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더듬더듬 말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이런 '몰상식 발언'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이미 숨졌는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표현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 “서울시에서 발생한 사고인데 관할이 아니라는 얘기를 꼭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리언 ‘jipar***** k9712 ’는 “기장과 부기장 2명이 죽고 아파트 7채가 파손되고 주민들은 임시거처에 옮겨지는데 불행 중 다행? 뭐하러 간 거냐”라고 지적했고, ‘phill******’는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나랑 상관없다고 하는 전형적인 발빼기라는 것”이라며 따끔하게 비판했다.
‘gonda***는 “삼성동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내 경기도인가. 삼성동은 서울 시내 어디냐”라며 “삼성동 사는 분들은 서울특별시민이 아니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마당에 시장 한 사람의 발언을 놓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별로 탐탁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서울시장이라는 비중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서울시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를 놓고 대형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둥 서울시관할이 아니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게 너무 한심하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전대미문의 헬기 충돌추락사고가 났다면 법조문을 따지기 이전에그 자체가 바로 서울시가 관여해야할 일 아닌가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박시장은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자체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재도전한다는 걸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그런 정치적인 계산에 치중하다 보니 이런 대형사고에 대처하는 자세가 그런 식으로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염불엔 관심 없고 젯밥에만 신경쓰다 보면 이상한 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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