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2일 기자회견이 정가에 구설(口舌)을 낳고 있다. 어제 이맘때 종편 TV에선 '오후 5시 김기춘 실장 개각관련 특별 브리핑'이라는 자막이 계속 크게 떠있었다. 그 자막위에 앉아있는 소위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 4명이 비서실장의 브리핑이 어떤 내용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마치 개그 콘서트처럼 웃겼다. 그 중 한명이 이렇게 말했다.
"설마 개각이 없다는 브리핑은 아닐겁니다. 그런 말하려고 특별브리핑한다고 하진 않을 테니까요. 만약 그런다면 그거야말로 코미디죠 코미디" 한 5분쯤 후 그의 말대로 블랙 코미디가 45초간 화면에 방송됐다. 75세 나이든 비서실장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개각은 없다"는 말을 세 문장으로 말한 뒤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젊은 기자들이 '장풍'을 날릴 겨를도 없이 노신하는 무지하게 민첩한 동작으로 기자실을 빠져 나가버렸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각까지 매스컴과 인터넷에선 비서실장의 태도가 '오만방자'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일방통행식’ 브리핑을 한 탓이다.
특히 김비서실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비서실장 임명 직후인 지난해 8월 6일 이후 5개월만에 처음이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지난해 내내 불통(不通) 논란을 빚은 청와대가 새해 첫 브리핑조차 ‘소통(疎通)’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요는 국민에 대한 '성의 부족'이라는 말일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의 기자 브리핑 계획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2일 오후 4시 20분쯤이었다. 물론 공식 통보는 없었다고 한다. 40분쯤 지난 오후 5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온 김기춘 실장은 딱 세 문장을 말했다. 세 문장은 이렇다.
“지금은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하고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국가안보를 공고히 지켜나가야 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내각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이 힘을 모아 국정을 수행해야 할 때 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께서는 전혀 개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발언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45초. 퇴장하는 김기춘 실장을 따라가며 기자들이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춘추관을 총총히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이럴 바에는 왜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했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이라는 교수는 트위터에 “‘개각은 없다’는 비서실장의 긴급기자회견. 이런 회견은 대통령, 대변인, 국무총리 중에 누군가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왜 비서실장이 하지? 김기춘이어서?”라고 지적했다.
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라는 변호사도 트위터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기자회견 한다고 생방송까지 요구해 놓고 세문장의 45초짜리 ‘개각은 없다’는 일방적인 브리핑만 하고 질문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마쳤다”며 “불통 대통령에 불통 비서실장이구나”라고 꼬집었다.
김기춘실장의 그런 '뻣뻣한 자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아무래도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너무 경직된 자세'로 대통령을 모시고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이 든다. 박대통령도 여유를 잃고 왠지 '무서운 대통령'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보스'가 그렇게 굳은 자세로 일하다 보니 그 아래 사람들은 눈치만 보면서 설설 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어쨌거나 어제 김기춘의 브리핑쇼는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처럼 우스웠다. 국민에게 자상한 설명을 해주면 어디 덧나는지 원... 그런 식이니까 '유신시대의 부활'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마음속 깊이 진정으로 겸허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건성건성'하면 영리한 대한민국 국민은 금세 알아챈다는 걸 알아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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