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야권 인사들은 한결같이 소통은 커녕 불통의 극치였다면서 혹평을 하고 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식 소통은 '반대편은 제쳐놓고 하는 것'으로 비쳐진 탓이 크다.
박 대통령은 소통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소통의 의미가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냐"면서 "그건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대통령의 소통과 국민이 원하는 소통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려면 대통령과 정부가 먼저 '비정상'과 '고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민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통(不通)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것도 정상은 아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벽이 생기면 소통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조선일보 사설 중)'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등 야권의 정치인들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6일 각자의 트위터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내·외신기자회견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작년부터 논란이 된 '불통' 문제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대통령 첫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 올해도 작년처럼 하겠다는 말"이라며 "말의 해가 아니라 '마이동풍(馬耳東風)'의 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을 통해 비꼬았다. 마이동풍은 '동풍이 말의 귀를 스쳐 간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아니하고 지나쳐 흘려버림을 이르는 말이다. 노 전 의원은 논란이 된 박 대통령의 '불통'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
그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문구를 형상화한 북한의 카드섹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 말은 지난 1996년 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위 간부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김일성 주석 사후 일각의 개혁·개방 기대를 일축한 말로 유명하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예상대로 남북관계 특히 설 전 이산가족상봉 제의는 높이 평가하나 통일 대박? 창조경제 국민
행복시대는 반복 연속이며 야당 요구는 언급조차 안 했다"고 지적하며 "정치 실종·불통정치는 재출발?"이라고 혹평했다.
박 의원은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KBC광주방송 등이 주관한 한 특강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문제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내용이 없고,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했다"며 "국민의 소리를 담는 회견의 내용보다는 기자회견을 한 번 열었다는 그 자체를 소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맹비난했다. 표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자영업 폐업
속출에, 전세가 폭등에, 목숨 끊는 국민이 매일같이 나오는데, 강아지 얘기하며 히죽히죽 웃기나 하고, 경제문제에 동문서답,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무책임한 얘기나 하고…"라며 "국정원 등 국가기관 개입 선거부정이야 공범 입장이니 기대도 안 했지만"이라고 비판했다.
표
전 교수는 또 "대통령 기자회견 한다고 비서실과 내각 총출동 병풍 역할 하며 앉아있는 모습,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라며 "새누리 155명
전원이 말도 안 되는 장하나(민주당 의원) 제명요구안에 서명하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들 155명도 저 저리에 같이 앉아 얼굴 비치고 싶어했을
듯"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왼쪽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및 수석비서관 전원이 오른쪽에 배석했는데, 표 전 교수는 이를 '병풍'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표 전 교수는 이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과 관련해 "통일은 대박이 애드립이라구요?
천만에요. 베끼기, 써준 메모 읽기 그대로"라며 "2012년에 나온 책의 제목"이라고 지적했다.
'통일은 대박이다'는 통일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2012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신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2030년에 남북한이 통일된다는
가정하에 2031년부터 10년간 남북한 통일 비용을 약 1조 6034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는 통일을 기점으로 10년 동안 남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정도를 매년 투자한다면 통일비용 추정치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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