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김황식 칩거 소동과 서울시장 자리

스카이뷰2 2014. 3. 31. 17:50

                                                                                                                      

칩거 후공약 발표를 하는 김황식후보.다음뉴시스사진                                                                                                                      

                                                                                                                    

김황식 칩거 소동과 서울시장 자리

 

 

“마음 속엔 마그마가 들끓고 있다”며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던 김황식 전 총리의 ‘3일 칩거 소동’을 보면서 서울시장 자리라는 게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김황식 전 총리는 호남출신 인재 중에선 고건 전 총리 다음으로 화려한 행정관록을 갖고 있는데다 ‘박심’을 업고 있다는 루머마저 퍼지면서 한때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물로 서울시장으로도 거의 확정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 3일간의 칩거소동 끝에 공식 활동을 재개한 김황식은 겨우 3일밖에 흐르지 않은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이 부대꼈는지 ‘노인 분위기’마저 감도는 초췌한 표정으로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들끓는 마그마’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패색 짙은’분위기여서 서울시장은 커녕 새누리당 후보 자리도 꿰차기 어려워 보였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오늘 오전 10시무렵 텔레비전 화면에 비쳐진 김황식의 모습은 그만큼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김황식을 보면서 이번 칩거 소동사태는 그가 일종의 ‘도련님 출신’으로 ‘대접만 받고 살아온 인생’들이 버리지 못하는 자존감에서 빚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김황식 캠프 사람들은 “김 후보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어설픈 경선관리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래서 점잖은 체면을 무릅쓰고 경선 보이콧을 비롯한 ‘엄중한 사태’까지 고려하며 칩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일반 국민의 눈에는 그런 그들의 구구한 항변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노이즈 마케팅’ 비슷한 언행으로만 보여진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토론을 2자로 하든 3자로 하든 경선 투표를 권역별로 하든 원 샷으로 하든 그런 걸 구차하게 일일이 따지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자신 있게 도전하면 그만이지 제 마음에 좀 안 든다 해서 칩거소동을 벌인 것처럼 보였기에 이번 ‘김황식 소동’은 그에게 별로 이롭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가뜩이나 오르지 않고 있는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보인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김황식처럼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비단길’만 걸어온 사람들에겐 선거판에 휘몰아치는 흑색 선거전법 같은 것엔 면역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정몽준은 김황식 개소식에까지 가서 ‘애벌레’운운하면서 김황식을 비하하는 듯한 흑색 유머기법을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들리는 말로는 이 말에 김황식이 꽤 불쾌해 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천하의 김황식'에게 애벌레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한가 말인가. 하지만 7선 의원에 2조원이 넘는 재벌회장인 정몽준의 눈엔 그렇게 비쳤을 수도 있겠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 2년 6개월동안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이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정치판에선 ‘박심’이 김황식에게 가있다는 ‘루머’가 확 돌았다. 상식적으로 볼 때도 새누리당 당원도 아닌 김황식이 시장자리에 도전한다는 건 ‘웬만한 빽’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김황식은 시장후보에 도전하자마자 김기춘대통령비서실장과의 ‘친분 전화’를 과시하면서 ‘박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박심’은 확실히 김황식에 있다는 얘기가 거의 정설처럼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몽준의 ‘약진’이 상상이상으로 뻗어나가면서 ‘박심’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했고 끝내 김황식의 칩거소동까지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류의 칩거소동은 정치판에선 흔한 일로 그리 신선한 매력을 주진 못한다는 걸 김황식측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당 지도부의 미약한 사과성 발언과 함께 불과 사흘만에 ‘복귀 선언’을 한 김황식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경선 참여를 결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며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탈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칩거와 관련해선 “시민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은 송구스럽다”면서도 “당과 다른 후보들의 행태에 실망하고 낙담해 어떻게 이해하고 타개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경선 참여를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언에선 아무래도 이번 경선에서 정몽준에게 질 것 같다는 '불길한예감'이 깔려 있는 듯이 들린다. 당과 다른 후보들의 행태에 실망했다는 것도 해선 안 될 말이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감사원장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특급경력’의 소유자가 그렇게 하나마나한 말을 하면서 ‘복귀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주변에 ‘똑똑한 참모’들이 별로 없는 듯하다.

 

김황식 전 총리와는 일면식도 없고 그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의 '눈부신 관운’과 드높은 행정 관리 경력을 보면 그가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칩거소동까지 벌인 이번 언행을 보면서 과연 김황식에게 ‘선출직’ 서울시장 자리라는 ‘영광의 자리’가 허락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하늘만이 그 ‘정답’을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