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원이 요즘 많이 애가 타는 모양이다. 할 소리 안할 소리 가리지 않고 언론을 향해 마구 발표하더니 급기야는 77세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자신의 캠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정식'발표했다가 최전대표의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말 한마디로 완전 스타일 구겼다. 7선의원에 재산이 2조원이 넘는 대재벌 회장님인 정몽준으로선 이렇게 자신의 말이 안먹혀들어간 건 아마도 난생처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인사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꽤나 커 보인다. 시장출마 선언 이전부터 정몽준의원은 청와대가 자신을 견제한다면서 박대통령을 은근히 원망하는 말을 쏟아내더니 어제는 자신이 박근혜대통령 팬클럽 회원이라는 '금시초문'의 발언까지 해가면서 '친박선언'을 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유년기를 보낸 서울 신당동 '朴正熙'라는 문패가 써있는 집까지 방문하는 등 좀 안어울리는 '친박행보'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 전 대표의 '천만에'라는 말 한미디로 정몽준의 '친박 시도'는 물거품이 된 것이다. 심지어 정몽준이 "최전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한게 맞다. 제가 최근 여러번 뵈었다"는 말까지 했지만 '거부'당함으로써 망신 제대로 당한 셈이다.
더 우스운 건 정후보 캠프에선 2일 최 전 대표가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고 밝혔다가 당사자가 부인하자 '고문'으로 직책을 수정해 다시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사실무근이라는 최병렬의 강한 부정이 나오자 정몽준 캠프 사람들은 거의 멘붕수준으로 당황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사실 이런 해프닝은 요근래 어떤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희한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계 최고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인사를 '멋대로' 위원장에 임명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건 정치를 너무 모르거나 자신의 말이 곧 법인'재벌회장 마인드'가 너무 강해서 비롯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해프닝'을 겪으면서 비록 자신이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정몽준은 최병렬에게 '원로'라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원망을 품었을 법하다. '재벌회장님'의 CEO적 마인드로 볼 때는 '최병렬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례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임명했는데 감히 누가 거절하는가'라는 무의식적 속마음이야말로 정몽준의 '회장님 정서'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해서 이런 우스꽝스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건 정몽준에겐 매우 치명적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봐도 가히 틀린 추측은 아닐 듯 싶다.
캠프의 '얼굴'에 해당하는 중책 인선을 놓고 이런 큰 혼선을 빚음으로써 정 후보는 아마도 난생처음 "세상일 마음대로 안된다"는 걸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정몽준 자신이 핵주먹 타이슨에 비유했던 경쟁자 김황식 의 '친박 지원설'에 맞불을 놓기 위해 급히 '박심(朴心) 끌어안기'를 시도했다가 모양새만 우스워진 악재에 직면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요즘 형편이라면 정몽준은 시장후보로나 대선후보로서 지지율도 좋고 '승기'를 잡은 듯 보였는데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여전히 두려운 존재인 '박심'없이는 아무래도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느닷없이 상대방의 '확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화를 자초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중차대한 결정을 확인도 하지 않은채 '공식 발표'까지 했다는 건 정몽준의원과 캠프 측근들의 마음이 몹시 초조했거나 아니면 개발연대 시절 재벌기업의 '밀어붙이기'식 공격적 경영기법을 21세기 서울시장 경선캠프에서까지 여전히 활용하려 했던데서 빚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정몽준 경선후보로선 '신의 한수'를 놓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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